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얘기했지만, 사회과학에서 가장 허접한 이론이 음모론이라고 생각함. 


복잡한 사회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의 부족, 밝혀진 사실의 한계로 인하여 인과관계를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탐구해가는 인내력의 부족,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몸빵하는 자신을 보지 못하는 성찰력의 부족, 


이러한 결핍의 산물이 음모론이다. 이 중에서 첫번째가 가장 크다. 





음모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산되는 이유는 이 이론이 매우 클리어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듯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인과관계를 추구하게끔 프로그램 되어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안되는데 모든 것을 어떤 특정 집단의 음모로 돌리면 인과관계의 최종심급이 음모로 환원되어 모든 기대하지 않았던 효과가 설명되고 왜 자기 편이 피해를 보는지가 설명된다.  





지금 Me-too 운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미투운동이 고발하는 행위들이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만연했는데 여성의 자각과 행동이 전반적인 진보적 사고의 상승과 맞물려 진행되다보니, 진보 정권에서 이런 일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다양한 진보적 욕구의 분출은 언제나 진보 정권에서 더 나온다. 이 에너지가 바로 진보정권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다. 더욱이 여성문제는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이러한 진보적 욕구의 분출을 잘 coordinate하지 못하면 정권 자체를 위협하는 경우도 많다. 노무현 정권이 인기를 잃은 원인 중의 하나도 노동운동과 제대로 관계를 정립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공격하는 의도 중의 하나가 이거다.). 


하지만 현재의 여성운동이 그런 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은 조직운동이지만 현재의 미투는 조직운동도 아니고 구체적인 요구도 없다. 정권이 현재 가용 가능한 리소스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 자체가 아예 없는데, 무엇으로 갈등을 빚을 것인가? 부딪히는 지점이 없는데 어떻게 갈등을 빚나. 





진보인사도 너무나 당연히 성적 욕망을 가지고 있고, 타인의 저항을 넘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권력이 있을 때 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진보나 보수나 똑 같으니 정치 혐오나 하고 말지라는 사고를 하기 쉬운데, 이 역시 지적 능력의 부족의 산물이다. 세상 어느 현상도 단일 차원으로 회귀되지 않고 중첩적이다. 그 중첩성과 복잡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방향성을 찾아가는 사고와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의 미투운동은 전향적인 태도의 요구다.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미투운동에 가장 바보같은 대응이 음모론으로 찍어누르는 태도일 것이다. 





Ps. 새누리당 시절 여의도 연구소 보고서에서 향후 정세를 전망하며 지적한 바, 여성의 니즈는 당분간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김어준 같은 음모론자를 지상파 방송에 내보내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진보의 신뢰성을 깎아내고 정권과 여성 전반을 격리시키려는 음모가 있기 때문이다. 못먹을 떡을 먹게 함으로써 체하게 만드는 것. 상대방을 제거하는 고도의 술수다. KBS, MBC는 노조원이 파업하는 등 함부로 프로그램을 개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스브스가 이 역할을 맡은 것이다. 생각해보라. 스브스의 권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어준이 지상파에 진출한 이유는 다 이런 고도의 음모가 있기 때문이다. 


뭐, 아님 말고...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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