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에서 Korpi & Palme (1998) 이후 재분배 정책의 효과와 그에 대한 태도에 대한 연구가 수 없이 이루어졌다. 특히 근래에 계급에 따라 재분배 태도가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다.
한국 사회 보수화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도 꽤 있는 듯 하다. 트윗에서 손민석 선생은 한국 사회 보수화의 특수성에 대한 주목할만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 사회 보수화의 특수성은 다른 사회에서도 관찰되는 보편적 현상이 다른 형태로 발현되는거지, 다른 사회에는 없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만 나타나는건 아니다. 어느 사회나 그 나름의 특수성이 있다. 특수성을 이해하려면 보편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뭐가 특별난건지 알지. 한국 사회의 보수화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객관적 변동에 대한 정확한 인식만 있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일단 보편성이 뭔지 알아보고, 그 다음에 (다른 측면의 특수성도 물론 있겠지만) 사회심리의 인구학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알아보자.
아래 그래프는 Fernandez & Jaime-Castillo (2018, Social Forces)에서 따온거다. 27개 국가의 1985-2010에 걸친 ISSP 서베이를 통합한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고, 데이터에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X축은 표준화한 국가별 재분배 정도, Y축은 재분배에 대한 지지도다. 그래프는 국가별로 재분배 수준이 높아질 때, 각 계급별로 재분배에 대한 지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보다시피 상위계급일수록 재분배 수준이 높아지면, 재분배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진다. 전체 계급을 하나로 묶어서 국가단위로 분석하면 재분배 수준이 높아질수록 평균적으로 재분배에 대한 지지가 낮아진다.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통제하기 위해 국가 간 효과를 통제하고 국가 내 변화를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한국이 복지국가화하고 재분배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재분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그에 따라 정치적으로 보수화되는건, 다른 국가에서도 관찰되는 보편적 현상이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왼쪽 3개 계급과 오른쪽 3개 계급의 차이다. 일반적으로 왼쪽 계급이 경제적 상위계급이고 오른쪽 계급이 하위계급이다. 이 논문의 분석은 객관적 계급(베버리안 계급 구분)이지만, 예상컨대 주관적 계층지위로 나누어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다. 주관적 계층 지위가 높을수록 재분배 수준이 높아질 때 정치적 태도가 보수화되고, 계층 지위가 낮으면 재분배 수준이 높아져도 정치적 태도의 보수화 정도가 약하다.
한국의 인구학적 특수성은 다른 국가와 달리 지난 15~20년간 주관적 계층 지위가 높아졌다는거다. 이렇게 주관적 계층 지위 인식이 단기간에 크게 높아진 경우를 (제가 과문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한국 외에는 알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주관적 계층 지위 인식은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이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위 그래프에서 재분배 수준이 높아지면 재분배 지지도가 낮아지는 관계를 "계수효과", 계급 지위에 따라 재분배 지지도가 다른걸 "구성효과"라고 하면, 한국은 계수효과에 더하여, 시민의 주관적 계급 지위가 높아진 구성효과가 모두 보수화의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아래 포스팅의 그림 III-6에서 보여주듯, 주관적 계층 지위의 평균은 0~10점 분포에서 5.8이다. 다수의 응답자가 자신의 지위는 경제 하층 보다는 상층에 가깝다고 느낀다. 상위 계층으로 갈수록 자신의 재분배의 수혜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자신을 상층으로 느끼는 응답자가 크게 늘어서, 위 그림의 오른쪽에 위치했던 사람들이 왼쪽으로 이동했다. 계수효과로 인한 보수화와 구성효과로 인한 보수화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재분배의 통시적 개선에 따라 일반적으로 예측되는 보수화 보다 그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한국에서 자신을 상층으로 여기는 정도에서 청년층과 장년층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객관적 위치가 동일한 상태로 통제하면, 실제 위치 대비 자신의 위치를 상층이라고 인식하는 정도가 중년층이나 노년층보다 청년층에서 강하다. 거기에 20대 남성은 자원 배분의 원칙으로 평등 보다는 능력에 따른 분배를 선호한다. 그러니까 20대 남성은 자신이 경제적 약자라서 재분배로 보호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상층인데, 마땅히 받아야할 몫을 받지 못하고 재분배 때문에 (장애인이나, 여성, 시험도 통과 못한 비정규직 등에) 뺏기고 있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2021 & 2023 KGSS 자료로 소득수준별 지지 정당을 분석해 보면 소득 수준이 높은 층에서 보수 정당을 지지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층에서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20대에서 뚜렷하다. (이렇게 세분하면 표본수가 작기 때문에 대략적 감을 잡는 통계 정도로 봐야)
| 보수 지지율 | 20대 | 40대 | 70대+ | |||
| 여성 | 남성 | 여성 | 남성 | 여성 | 남성 | |
| 소득 하층 | 18% | 44% | 40% | 39% | 61% | 63% |
| 소득 상층 | 32% | 66% | 40% | 46% | 60% | 82% |
| (격차: 상-하) | 14%p | 22%p | 0%p | 7%p | -1%p | 19%p |
그럼 이런 흐름 속에서 20대 여성은? 20대의 성별 격차를 이해하는 분석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