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종

여성차별 논문: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리며

sovidence 2019. 3. 5. 12:04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논문 원본.

한겨레 기사


아래 포스팅에서 어지간하면 답변도 할려고 했으나 너무 코멘트가 많아서 하나하나 읽는건 포기. 


실제로 이 논문이 현실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봐서는 논문을 작성하면서 원했던 바는 완벽하게 달성했다고 생각됨. 


논문의 요지는 

1) 20대 여성과 남성의 고용과 소득이 같다는 기존의 생각은 오류. 20대에서도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낮음.

2) 그 원인은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소득을 올리는 지위로 할당되기 때문.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제가 아님.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일단 이 두 가지 중요 주장은 논문을 대충이라도 읽은 분들에게는 받아들여지는 듯. 


논의의 쟁점은 이게 과연 차별이냐, 시간당 소득으로 봐도 과연 이 만큼의 차이가 있느냐로 이동하는 듯. 여전히 차별이 아니라는 분들의 주장은 


1) 남성이 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시간당 소득으로 보면 차이가 없을 것이다; 

2) 여성이 레져 선호 등 뭔가 다른 이유로 낮은 소득을 원한다 (여성 선호); 

3) 여성은 일을 제대로 안하기 때문에, 내지는 혼인 출산으로 일을 제대로 안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안뽑는게 당연하다 


이 모든 주장이 20대에서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벌고, 문제는 경력단절이라는 주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임. 성별 소득격차와 관련된 논의의 지형이 완전히 바뀐 것. 


처음 논문을 작성할 때 이런거 써봐야 소용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음. 






그럼 여전히 여성차별이 없다는 위 세 가지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선 첫번재 주장 부터. 


일부에서는 전체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의 노동시간 격차를 가져와서 성별 격차가 상당한 것처럼 주장하던데, 전체 노동자 중 여성의 노동시간이 남성과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바로 경력단절과 가족 돌봄 노동 때문. 이 논문의 대상은 대학졸업 후 2년 이내 경력단절 이전의 남녀임. 생물학적 성별 격차 외에 다른 격차가 별로 없음. 


본 연구의 대상인 남성의 평균 주간 노동시간은 42.5 시간, 여성은 41.0 시간. 노동 시간 격차는 1.5시간 밖에 안됨. 일부에서 뇌피셜로 그리는 것과 달리 노동시간에 거의 차이가 없음. 본 연구의 대상이 성별 격차 외에는 매우 동질적인 집단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할 것. 


1.5시간도 차이라면 차이. 그런데 이 시간 격차가 본인의 자발적 선호인지, 아니면 노동시장 할당의 차별로 인하여 파생된 결과인지는 구분할 수 없음.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전일제 정규직 노동자보다 짧은데, 비정규직이 대부분 정규직 되고 싶어하지, 그 반대는 아님. 


본 연구는 이 전체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월급여로 본 것임. 참고로 시간당 급여로 바꿔서 계산해도 결과는 큰 차이 없음. 성별 격차가 2%포인트 줄어드는게 다임. 결론에 아무런 영향을 안끼침. 





다음으로 여성이 돈많은 일자리를 원치 않는다는건데,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치고, 실제로 그런지 보자는게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했던 주장임. 정부에 남품, 협업하는 기업은 성별 지원자수와 합격자 현황을 공개토록 하자는 것. 


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여성이 돈많이 주는 일자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제 제안에 흔쾌히 동의할 것으로 생각됨.  


지원자 대비 합격자의 비율만 봐도 대략 여성의 선호 뿐만 아니라 기업의 차별도 파악이 가능함. 차별이 없으면 그 증거가 될 것이고, 차별이 있다면 현황 공개가 사회적 압력의 객관적 자료가 될 것임.  





세번째 주장은 여성의 경력단절이 예상되기에 기업에서 미리 여성을 차별해서 안뽑는게 합리적이라는건데, 여성의 경력단절은 그 자체로 고쳐나가야 할 사안임. 이건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는 것임. 경력단절을 예단해 미리 차별할 것이 아니라 경력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꿔나가야 함. 





그런데 여성의 경력단절은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은 아님. 미국도 혼인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이 있음. 특히 출산 효과가 큼. 미국 여성의 소득도 남성보다 낮음. 


그렇다고 대졸 초기에 한국과 같은 커다란 성별 격차가 있는 것은 아님. 아래 표는 여성차별 논문 원포스팅의 댓글에서 제가 4년전에 발표했던 내용을 기억하는 분이 언급했던 내용임. 미국의 2003, 2010 대졸자 조사(National Survey of College Graduates)에서 최근 3년 이내 졸업자만을 추려서 성별 격차를 분석한 것. 논문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음. 


학교 전공 등 아무 것도 통제안한 모델임. 제 논문에서 모델0과 거의 같은 것. 대상은 역시 20대로 제한. 논문을 읽으신 분들에게 상기시키자면, 이 모델에서 한국의 여성은 남성보다 소득이 20% 적은 것으로 나옴. 


아래에서 보다시피 미국에서 대졸 직후 성별 소득격차는 통계적으로 0임. 연령 통제 이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0.2% 적게 받고, 통제 이후에는 여성의 소득이 남성보다 1.4% 높음. 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격차이기에 결론은 남녀 소득격차가 없다는 것. 한국의 20% 격차와 대비되어도 너무 대비됨.  


이것으로 한국의 20대에서 관찰되는 성별 소득격차는 성별의 생물학적 선호 격차로 설명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음. 한국의 특수성의 반영임. 



길게 말했지만 아무리 얘기해도 당장 자신의 의견을 바꿀 사람은 얼마되지 않을 것. 하지만 제 논문으로 인하여 적어도 인터넷에서 논의의 지형은 바뀌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계속 바뀌기를 기대함. 





마지막으로 사회현상을 나름 이해하는 사람으로써 젊은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여성의 교육수준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노동환경이 육체노동에서 사무직 노동으로 더 급속히 변화하기에 rise of women으로 칭해지는 여성의 부상은 계속될 것임.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 보편적 현상.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현상임.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면서 금수저 이외에는 커플이 같이 일해서 가족을 형성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어려움. 이 역시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현상.  


한국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필연적으로 높아질 것이기에, 가능하면 똑똑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여성과 혼인해서 중산층 가족을 형성하는 것이 남성의 물질적 행복을 이루는 길. 그런데 똑똑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여성이 미쳤다고 반페미 남성과 혼인하겠음? 


중상층부터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의 경제적 처지를 개선시킬 것이고, 이 역사적 흐름에 당랑거철로 맞서던 중하층 남성들은 더 큰 불이익을 당할 것. 


역사적 수레바퀴에 깔려죽은 사마귀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