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나경원의 아들: 금수저 vs 은수저

sovidence 2019. 9. 12. 03:10

노컷뉴스: 나경원 아들 제1저자, 나경원 부탁으로 실험실 사용

 

이 번에는 나경원 아들이 서울대 실험실을 사용하고 학회 발표문의 제1저자가 되었다고. 그 결과를 이용해서 예일대에 진학했다는 의혹까지. 이 전 포스팅에도 얘기했듯 상위 계층은 어떤 교육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교육을 통한 계층재생산을 경로를 찾아내고야 만다는. 

 

조국, 나경원 모두 뭔가 특혜를 받고 스펙을 쌓아서 문제. 이런 스펙으로 각각 한국과 미국의 대학에 진학하였음. 양 국가 모두 학생의 종합적 성과를 고려하는 입시 제도를 가지고 있어서 생겨난 논란. 이 때문에 학종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

 

한겨레 기사: 된서리 맞는 '학종' 한겨레 기사 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공정성 강화를 위해서 수시의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 

 

그런데 과연 수시의 비중을 줄이고, 정시의 비중을 늘리면 공정한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답을 제시하는 논문이 한국사회학 최신호에 떡하니 실림. 요즘 한국사회 불평등에 대한 참신한 연구는 모두 사회학에서 나오는 듯. 어쩜 이렇게 시기도 적절하게 논문이 나왔는지. 

 

문정주, 최율 (2019) 한국사회학 논문: 계층수준에 따른 대입 제도 선호

 

문정주, 최율 선생의 질문은 계층에 따라 수시, 정시 입시 제도에 대한 인식과 선호가 다른지 여부. 사회학자라면 누구나 아는 social closure 개념을 배제와 적응이라는 두 가지로 정리하여 교육 제도에 도입하고 대입 제도의 계층 간 경쟁의 대상으로 분석.

 

이론적 논의도 잘 정리했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분석 결과. 아래 그래프는 주관적 사회계층에 따라 선호하는 입시 제도. 보다시피 상층은 확실히 수시보다 정시를 선호함. 하층에서도 수시보다 정시를 선호하지만 그 정도는 약함. 대신 하층에서는 수시나 정시나 특별한 선호가 없다는 응답이 절반에 육박. 여기서 사회계층 인식이 상층인 비율은 약 15%, 중간은 71%, 하층은 14%. 

 

입시제도로 수시보다 정시를 미는 것은 하위계층이 아닌 상위계층. 

그렇다면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계층에 따라 달라질까? 아래 <Figure 2-2>에서 보듯 계층이 높아질수록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생각함. 하층에서는 정시와 수시의 차이가 없음.

 

이 블로그에서는 제시 안했지만, 논문의 분석에 따르면 기회의 평등에 대한 인식도 아래 그래프와 거의 같음. 상층일수록 정시가 수시보다 더 공정하다고 인식함. 

계층 지위가 높을수록 수시보다는 정시를 선호하고, 정시가 더 평가의 공정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정시가 더 기회평등을 제공한다고 생각.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수시를 이용하여 대학에 진학한 여러 최상층의 케이스와 모순됨. 수시는 상층에 유리하고 정시는 흙수저에 유리하다는 최근의 인식과도 다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러한 결과는 현실과 부합함. 논문에서 리뷰했듯 예전의 연구를 보면 상층이 표준화된 시험에서 항상 유리하였음. 

 

그럼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한국에서 유독 정시가 하층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들은 매우 재미있는 해석을 제시함. 

 

수시는 하층에 유리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제공하고, 최상층(=금수저)은 자신들의 네트워크와 자원을 이용하여 바늘구멍인 수시의 구멍을 뚫는데, 여기에 끼인 최상층이 아닌 상층(=은수저)이 수시제도보다는 정시제도를 선호한다는 것. 

 

이를 조금 비틀어보면 교육제도에 대한 논의는 금수저 vs 은수저(or 다이아몬드 수저 vs 금수저)의 논쟁이라서, 그 밑의 계층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예 공론의 장에 들어와 있지도 않다는 것. 서울대, 고대 등의 시위도 금수저를 향한 은수저의 분노였던 것. 

 

하층이 정시를 선호한다는 것은 최상층 대비 상층이 정시를 선호한다는 것의 뒤틀린 표현. 강남에 있는 아파트 대출 갚느라 가난한 서민의 애환을 그리는 하우스푸어 기사와 다를 바 없음. 한국은 입시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 논의 공론장에서 하층의 실제 선호를 지운 나라가 아닌지. 

 

 

 

 

Ps. 주관적 계층이 아닌 객관적 계층(=소득, 재산)으로 보면 다르지 않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저자들은 객관적 계층으로도 모두 분석해서 부록표에서 제시. 결과 안달라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