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사회이동성적표
이수빈, 최성수. 2020. 한국사회학 논문 (사회학회 회원만 전문 접근 가능)
"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라는 올해 <한국사회학>지에 실린 논문인데 재미있는 내용이 많음. 미국에서 Chetty 등이 행정자료를 이용해 개별 대학별로 계층별 접근성, 사회이동 성공률로 사회이동 성적표를 매긴 적이 있는데, 비슷한 컨셉을 적용해서 개별 대학별로는 아니지만 대학 집단별로 계층별 접근성과 하위계층의 사회이동 성공률, 그리고 상위계층의 유지율을 계산하였음.
개인적으로 3가지 포인트가 매우 흥미로움.
첫째, 대학 졸업 후 소득 20%의 상대적 고소득 직장을 얻을 확률. 일단 엘리트 대학에 들어가면 가족배경이 하위 20% 출신이든, 상위 20% 출신이든 이 확률에 거의 차이가 없음. 하위 계층 출신은 54.4%, 상위 계층 출신은 55.6%가 최상위 명문대 대학 졸업 후 고소득 직장을 얻음.
하지만 최상위 명문대를 제외한 다른 모든 대학은 똑같은 대학을 나와도 상위 계층 출신이 고소득 직장을 얻을 확률이 하위 계층 출신 보다 높음.
그 나마 차상위 명문 사립대나, 명문 국공립대는 같은 대학을 나오면, 상위 계층이 고소득 직장을 얻을 확률을 1이라고 했을 때 하위 계층 출신이 .85 정도의 확률을 가지는데, 비명문 사립대를 나오면 이 비율이 .70~.75정도로 낮아짐.
비명문대 출신은 같은 대학을 나와도 졸업 후 노동시장 성취에서 가족 배경의 영향력이 큰데, 상위 명문대는 그렇지 않음. 이러니 하위 계층 출신에게 상위권 대학의 중요성은 더 클 수 밖에.
둘째. 그럼 여기서 흙수저가 상위권 대학 들어가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헬조선론이 나올 것. 이 논문은 이에 대한 대답도 제시.
최근들어서 개천에서 용이 안나고 가족 배경에 따라 상위권 대학에 들어갈 확률 차이가 커졌다는 염려가 많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 가족 배경에 따른 대학 진학 확률에 시계열적 변화가 없음.
아래 그래프는 계층 하위 20% 출신의 각 대학별 비중. 대학 진학에 가족 배경의 영향력이 전혀 없다면 모든 대학 유형에서 하위 20% 출신은 20%여야 함. 하지만 최상위 명문대 비중은 하위 20% 출신의 비중은 10% 남짓으로 큰 변화가 없음. 차상위 대학도 마찬가지. 금수저가 흙수저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은건 맞지만, 이게 특별히 더 악화되거나 그런게 아님. 그냥 예나 지금이나 똑같음.
참고로 최상위 명문대에서 상위 20% 출신의 비중은 39%로 하위 20%의 4배에 달함.
셋째. 놀랍다면 놀랍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은 결과가 있는데, 가족 배경에 따라 성별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
최상위 대학에서 남성만 보면 하위 20% 출신의 비중이 13.0%인데, 여성 중에서는 8.5%. 여성 중에서 하위 계층 출신이 최상위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음. 하지만 상위 20% 출신을 보면, 남성 중에서 상위20%는 34.9%, 여성 중에서 상위 20%는 44.9%임.
상위권 대학 접근율과 상위권 대학을 나왔을 때의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을 모두 감안하여 성별 격차를 보면 남성의 상위권 대학-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성공확률을 1로 봤을 때, 상위 20% 계층 출신 여성의 성공확률은 .98로 남성과 거의 차이가 없음. 하지만 하위 20% 계층 출신은 남성의 성공 확률이 1로 봤을 때 여성은 .39에 불과.
하위 계층 출신 여성은 출신 계층과 여성이라는 확실한 이중의 불이익을 경험.
이 블로그에 여러 번 얘기했듯, 하위 계층에서는 가족의 교육 투자에서 성별 격차를 보이는데 상위 계층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함. 차상위 대학을 봐도 마찬가지 패턴임.
딱딱한 학술 용어로 쓰여졌고, 방법론이 일반적이지 않아 읽기에 다소 불편한 논문이지만, 사회적 의미가 매우 큰 중요한 논문. 일독을 권함.
- 전에는 KCI에서 전체 논문을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첫 5페이지만 제공. 발표 요약 슬라이드는 요기서 다운 받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