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 교육제: 교육 다양성의 패러독스
한겨레 기사: 김종인, 이번에는 '저출생' 화두 꺼내. "불평등한 교육 여건이 원인"
동아 기사: 文정부 약한 고리 찾는 김종인, 첫 타깃은 ‘저출산’
저출생 해결책의 하나로 전일 교육제 제시.
예전에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 인권을 위한다고 등교 시간을 9시 이후로 늦추는 정책을 폈을 때, 워킹맘들의 정상적 출근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사회현상이 복잡한게 어떤 측면에서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회 현상이 다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정책을 폈는데 다른 문제, 그것도 더 중요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아래 포스팅에서 한 분이 한국에서 입시지옥과 교육경쟁의 문제점을 지적하셨는데, 한 편 맞는 얘기지만 한국의 과당 교육경쟁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 효과를 대체할만한 정책적 해결책 없이 교육경쟁"만" 해소하는 정책은 더 큰 문제를 노정할 것이다.
한국의 과당 교육경쟁은 다른 문제가 터져나오지 않도록 막는 효과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다른 문제에 비해서 과당 교육경쟁은 장점이 많은 단점이다. 학력 국제비교인 PISA 연구에서 한국이 항상 탑에 드는 이유 중 하나가 과당 교육경쟁이라는 것을 누가 부당할 수 있겠는가. 온국민이 뛰어든 과당 교육 경쟁이 교육의 계층 격차 확대를 막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과당 교육경쟁을 줄이기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정책이 좋다.
저는 학생들을 더 오랫동안 학교에 잡아두는 정책에 찬성한다. 당장 코로나 시대에 학교를 못가니 계층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가. 실제로 교육의 계층 격차는 방학 때 더 커진다 (미국에서 방학으로 인한 계층별 교육 격차 확대에 대한 연구가 엄청 많은데 초간단 요약으로 요기 참조).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을 줄이는 정책보다는 늘리는 정책이 계층 격차를 줄인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교육 시간은 짧아진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모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든다.
최근에 도입된 자유학기제, 교외체험학습 등은 부모배경의 효과를 줄이기 보다는 늘릴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다. 교육의 다양성을 늘리면 그 다양성을 가장 자신의 계층적 이익에 맞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바로 상위계층이다. 현대의 계층 간 교육 격차 확대는 많은 경우 다양성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최근 한국의 교육격차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부모의 소득, 자산, 직업, 교육수준 중 어떤 변수의 효과가 더 큰지를 살펴본적이 있다. 가장 일관되게 자녀의 교육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부모의 교육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모친의 교육 수준 변수가 효과가 크다.
특히 제도의 다양성이 있을 때 모친의 교육 수준 변수가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온갖 교육 다양성 제도들이 공부가 아닌 다른 데 소질이 있는 학생들의 꿈을 펼칠 수 있고 학교가 지옥이 아니게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지지만, 교육 다양성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는 집단은 고학력 계층이다. 하위계층 학생들에게 특화되지 않은 모든 교육 다양성 정책은 계층 격차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