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평등

인서울 명문대 출신 남성들이 느끼는 상층 노동시장 진입 경쟁률

sovidence 2020. 6. 24. 06:33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비분강개하는 분들이 많은 듯 한데, 이들의 분노는 공정에 대한 분노라기 보다는, 따지고보면 오히려 사회전반적인 공정성이 올라간 것에 기인한다. 

 

과거에는 인서울 명문대를 나오면 취업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타인의 기회를 박탈하는 social closure가 강하게 작동하였기 때문. social closure는 베버가 주장한 불평등 작동 방식이다. 한국의 대졸 후 취업 경쟁은 강고한 social closure에서 social closure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왜 그런지 재미삼아 하는 그저 대충 (back-of-the-envelope) 계산을 한 번 해보자. 

 

1971년생이 한국에서 출생코호트 사이즈가 가장 큰데, 60년대 후반 출생자부터 이 즈음의 출생 코호트가 대략 100만명이다. 이 중 상위 1%의 직장은 약 1만명이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90학번인 71년 출생 코호트의 4년제 학사 학위 취득률이 대략 25%, 약 25만명이 4년제 대학 졸업장을 획득했다.

 

그런데 25만명이 상위 1% 직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학벌에 기반해서 선출하는 경향이 매우 심했다. 비명문대를 경쟁에서 제외하는 social closure가 작동. 90년대 초반에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스카포+지방의대를 다 포함하면 대략 4만명이 안된다. 1만개 일자리를 두고 최대 4만명이 경쟁하는 시스템. 

 

여기서 또 하나, 과거에는 여성의 비율은 30% 정도이고, social closure로 여성은 실질적인 경쟁에서 배제하였기 때문에 28,000명 정도가 경쟁을 하게 된다. 상위 1% 직장 비율 대비 경쟁자가 더 적었다. 명문대 내에서도 학벌이 강고하게 작용한다. 그러니 서연고-서성한 정도를 나온 남성(대략 12,000명)의 대부분이 상위 1%의 직장을 골라서 갔다. 경쟁률이 높아야 1.2대1. 인서울 명문대를 나온 남성은 80% 이상이 상위 1% 직장을 구하고, 정안되면 상위2%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명문대만 들어가면 학점은 신경끌 수 있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요즘 코호트는 어떨까? 

 

지금 현재 직업전선에 뛰어든 세대는 대략 2010년대 초-중반 대학 입학자일 것. 대학입학률이 80%에 달하고 4년제 대학 졸업자 비율이 50%에 달한다. 이들 코호트의 연도별 출생자수는 대략 70만명이 조금 넘는다. 35만명 정도가 4년제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 생에 비해 코호트 사이즈는 30만명이 줄었는데, 4년제 졸업자수는 오히려 10만명이 늘었다. 

 

이 코호트의 상위 1% 직장은 70만명*.01 = 7천개. 4년제 대졸자는 늘었는데 인구가 줄면서 코호트 내 상위 1% 직장의 수는 줄었다. 이것만으로도 25만명이 1만개의 상위 직장을 두고 경쟁하던 70년대 초반생 대졸자에 비해, 90년대 초반생 대졸자는 35만명이 7천개의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여 경쟁률이 25대1에서 50대1로 두 배 격화되었다. 

 

그런데 현재는 학벌과 성별에 의한 사회적 배제가 많이 완화되었다. 7천개의 상위 1% 일자리를 두고 남녀가 모두 경쟁한다. 설사 상위 1%의 일자리 중 남성이 70%를 차지하더라고, 남성이 차지할 수 있는 상위 일자리가 4천9백개(대략 5천개)로 줄어든다. 70년대 초반생에 비해 절반 이하로 쪼그라든 것이다. 

 

더욱이 학벌 배제가 줄어들면서 5천개 중 30% 정도는 비명문대에 돌아간다고 치자. 그러면 남는 일자리 수는 대략 3천5백개. 인서울 명문대 입학생의 70%를 남성이 차지했는데, 지금은 50% 조금 넘는다고 치면, 인서울 명문대를 나온 남성의 숫자가 과거 12,000명에서 9천명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스펙쌓기 더 빡세진 인서울 명문대를 나와도, 이들 남성이 상위 1%의 직장을 구하는 경쟁률은 2.6대 1로 바뀌었다. 70년대 생에 비해 경쟁률이 2.5배 증가한 것이다. 

 

6~70년대 초반생 인서울 명문대 출신 남성의 80%가 상위 1% 직장을 구했는데, 이제는 그 비율이 35%로 줄었다. 과거에는 명문대 출신 남성의 절대 다수가 상층 노동시장에 쉽게 안착했지만, 지금은 명문대 출신 남성의 절대 다수가 상층 노동시장에 들어가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는 대학 입학 경쟁에서 제외되었던 하위계층이 대학 입학 경쟁에 뛰어들었고, 상층 노동시장 경쟁에서 원초적으로 배제되었던 여성과 비명문대 출신 그룹이 경쟁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경쟁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social closure를 제거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공정성을 높이니, 그 전에 social closure로 이득을 보던 집단의 이점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그러니 중산층 출신 명문대 졸업 남성의 관점에서 삶이 과거보다 많이 팍팍하다고 느낄 수 밖에. 

 

실제로 현재 젊은층의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취득 확률 등을 계산하면 과거보다 결코 낮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학력이 상승하면서 명망지수가 높은 직업의 취득 확률은 높아졌다. 바뀐 것은 세대 전체의 효과가 아니라 과거에 social closure의 혜택을 보던 집단의 효과이다. 

 

물론 이 계산은 정확한 것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대략적인 변화의 경향을 짐작하는 사고실험은 될 수 있을 것. 

 

 

 

 

Ps. 쌍팔년 얘기지만 과거에는 명문대를 나오면 심지어 면접도 안보고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분은 명문대 석사를 마치고 꿈의 직장이라던 공기업에 면접도 안보고 교수가 출근하라고 해서 걍 정직원이 되어서 출근하더라. 출근해서야 그 회사를 처음 가보았다나... 졸업 시즌이 되면 대기업 이사 분들이 명문대에 재직 중인 교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회사로 5명만 보내주라. 그럼 교수님이 학생 5명 찍어서 가고 싶은지 물어보고 그 회사로 보냈다. 드물게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러면 교수님이 대기업 이사 친구 분에게 화를 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