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사회과학 저널리즘

sovidence 2020. 10. 26. 07:42

지난 번 중앙일보 대학평가원의 특집기사는 학계의 연구 성과를 언론의 언어로 보도하자는 기획이었다는게 대학평가원장의 설명이다. 사회과학 저널리즘을 본격적으로 도입해보겠다는 의도다. 훌륭한 기획이다. 

 

사회과학 저널리즘은 한국에서 니즈는 많고, 한다고 시도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과학 저널리즘을 제대로 구현한 경우는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사회과학 저널리즘의 가능성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생각해봤고,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고 느끼는 한 명으로써, 또한 사회과학 저널리즘의 헤비 유져로써 느끼는 바를 말하자면, 이유는 단순하다. 사회과학 저널리즘은 사회과학자가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인데, 저널리즘에서는 사회과학자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의학 전문 기자는 의사가 하고, 여론조사 전문 기자는 여론조사가가 하고, 과학 전문 기자는 과학자가 한다. 각각의 전문 분야를 아는 사람이 저널리즘을 익혀서 기자가 된다. 사회과학도 마찬가지다. 많은 기자 분들이 학부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 분야는 자신이 안다고 느끼고, 따로 사회과학자를 채용하지 않아도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사회과학도 어려운 분야다. 매일 광범위하게 읽고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하고 중요한 이슈를 체크하지 않으면 바로 뒤떨어진다. 좋은 기사를 쓸려면 시의성, 이론적 타당성, 방법론적 엄밀성, 결과의 유의성 등을 모두 따져야 한다. 사건과 이슈를 쫓아다니기 보다는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골치아픈 논문을 읽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 사회과학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전문가 사이의 이견이 큰 영역이기에 균형 감각도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단순 전달이 아니라 관점을 가지고 분석하고 종합해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연구의 첨단에 있으면서도 대중적 글쓰기가 가능한 사회과학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 분들 중 저널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중적 글쓰기가 가능한 사회과학자는 대부분 칼럼을 쓰니까.  

 

저널리스트가 사회과학을 공부해서 사회과학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을 가지고 관련 분야를 제대로 익혀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설사 학위를 받는다 할지라도 직접 논문을 내보지 않으면 학계에서 논문을 어떻게 생산하고, 논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설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고도 저널리스트가 사회과학 전문기자가 될 수 있다. 생각보다 어렵다는거지.

 

시건방지게 들릴 수 있지만, 저널리스트들이 직접 분석한 사회과학 기사는 읽어보면 허점이 너무 많다. 십수년 전에 출간된 고전을 읽고 거기서 나온 개념을 쓴다고 사회과학 저널리즘이 아니다.  

 

제가 언론사의 영향력있는 위치에 있다면 사회과학 저널리즘 구현을 위해 의학 전문 기자를 뽑듯이 사회과학 박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문기자를 뽑을 것이다. 시험은 (1) 몇 편의 논문을 주고 읽고서 기사를 쓰는 것; (2) 최근에 관심이 있을 만한 주제를 정해주고, 논문 여러 편을 찾아서 정리하고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기사를 쓰는 것; (3) 논문을 읽고 사회과학자와 대담하는 기사를 쓰는 것으로 정할 것이다. 

 

 

 

 

Ps. 사회과학도 지식의 첨단은 논문이다. 책이 아니고. 그것도 그렇게 빠른게 아니다. 미국을 기준으로 출간된 책만 읽으면 한 5년 쯤 지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고, 논문만 읽으면 2~3년 지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고, 컨퍼런스를 다니면 한 1년 경과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지식 습득으로는 그게 제일 빠른거다. 지식의 현재는 직접 연구하는 사회과학자의 동향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