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도적처럼 오리니"
많은 다른 분들처럼 저도 한 편으로는 황망한 심정으로 다른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으로 반헌법적 계엄 내란 사건과 이에 맞서는 한국 시민들의 저항을 지켜보고 있다.
여러 뉴스 중에 부당한 명령에 맞섰던 군인들의 소식도 있다. 방첩사에서 부당한 명령의 실행을 거부하자 상관들이 영관급 장교를 폭행했다는 뉴스 같은 것들. 이에 반해 삼성 장군인 곽종근 특전사 사령관은 부당한 명령이지만 복종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후회의 심정을 드러냈다.
이런 소식들을 접하고, 순간적 판단을 내려할 상황에서,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옳바른 가치에 기반해 올곶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교육시킬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저는 무신론자지만, 성경에 보면 주의 날이 도적같이 온다는 구절이 있다. 도적같이 찾아온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이익에 흔들려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품격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을까? 부당한 명령을 받았을 때 폭행을 당하고, 혹시 계엄이 성공하면 군인으로써 자신의 커리어가 완전히 망가지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거부할 수 있는 그 용기와 판단력은 어떻게 길러질 수 있냐는거다.
수능 같은 시험 성적에만 기반해 학생을 선출하는 방식에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가, 대학, 그 중에서도 미국 아이비리그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회의 지도자를 키우는게 목적인데, 그런 잠재성을 가진 인재를 시험 성적 만으로는 발굴할 수 없다는거다.
그럼 그런 능력이 있는 인재는 대학에서 교육하는게 아니라 타고나는 것인지? 그래서 잘 뽑는게 중요한건지. 아니면 직업 훈련 중심 교육이 아니라 기초학문인 리버럴 아츠 교육을 중시하면 그런 능력이 더 잘 길러지는 것인지? 그래서 미국 중상층 가정은 자녀를 리버럴 아츠 대학에 보내는 것인지?
그 능력과 품격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번 계엄 내란 사건을 처리하면서 원칙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과 순간적 판단 실수라도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들의 신상필벌을 분명히 하는 것이, 도적같이 찾아온 진실의 순간에 준비되어 있는 두터운 시민층을 만드는 출발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