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용) 사회과학의 연구 윤리
아마 이 번 글이 KBS 보도 관련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과가 흥미로우니까 여러가지 여러가지 합리적, 비합리적 반응들이 나온다. 일단 이 조사 결과를 무조건 못믿겠다는 반응들이 있어서, 이 조사가 새로운 정보가 있고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이 번 보도와 연구 행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엄밀한 사회과학 연구를 시행하고 사회과학 전문기자가 이를 읽고 이해해서 독자들에게 알기 쉽고 흥미있게 전달하는게 사회과학 저널리즘이라면, 이 번 보도는 언론의 요구에 사회과학자들이 용역을 수행하고, 언론의 입맛에 맞는 내용이 보도되는 저널리즘(용) 사회과학이라 할만하다.
언론사의 용역을 수행하는게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고학력, 고학력 말은 많지만, 한국은 아직도 전문 인력의 숫자가 작다. 학자들이 자신의 핵심 전문 분야를 넘어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여러 분야의 요구에 응해야 할 어떤 의무가 있다. 사회적 니즈가 있고 필요성이 있다. 오히려 사회과학 저널리즘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잘 활용하면 생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용역을 받아 보고서를 작성하면 언론보도와 동시에 이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 용역수행의 최소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이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러저러하게 보도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학자의 의도와 다르게 보도가 나갈 수 있다.
저는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게 사회과학자의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곤한 일이고, 자신이 직접 한 일이 아닌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연구 내용이 알려질 때 연구 내용이 뭐라는 것을 정확히 알릴 수 있는 보고서를 내놓는 것은 학자의 의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번 KBS 보도의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한다. 저도 공개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데이터는 데이터를 생산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있다. KBS와 한국리서치 간에 어떤 계약이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응답자를 모집했을 수도 있고, KBS에서 데이터 공개를 원치 않을 수 있다. 데이터 공개를 용역을 수행한 사회과학자가 강제할 수는 없다.
역시 해답은 참여한 사회과학자가 작성한 전체 용역 보고서, 내지는 학술 논문의 공개다. 언론에 보도가 안된다면 모를까, 보도를 한 이상 이 보고서는 공개되어야 한다.
저널리스트로 일할 사회과학자의 숫자가 적어서, 내지는 저널리즘에서 그럴 의지가 없어서, 사회과학 저널리즘이 잘 구현되지 않을 수 있다. 대안으로 저널리즘(용) 사회과학이 활성화된다면, 주어진 조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일종의 public sociology가 아니던가.
이 경우 지금까지의 연구윤리와는 조금 다른 <저널리즘 사회과학의 연구 윤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