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트럼프 당선 이후 대학에 들이닥친 일들

sovidence 2025. 2. 23. 04:36

지난 가을, 상당히 기대했던 연구비 신청이 채택되지 않은 일이 있었다.

 

2023년에도 신청했던 건데, 연구 내용과 연구 디자인은 칭찬 일색이었지만, DEI 내용을 좀 더 충족하라는 코멘트를 받았다. 작년에, DEI를 보강하고 혼합방법론, 커뮤니터 기여 같은 부분을 추가한 후 동일한 프로포잘을 다시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렇게 했지만 결국 선정되지 않았다. 

 

이 그랜트는 선정 과정이 다른 그랜트와 조금 다르다. SSA RDRC(Retirement and Disability Research Consortium)라고 미국 사회보장국에서 자금을 대는 연구 센터가 6군데 대학에 있다. 각 대학 연구센터에서 1차 심사를 진행하고, 이를 취합하여 SSA에 보내면 2차 심사를 하는 과정이다. 1차 심사에서는 무난히 통과했는데, 최종 선정 과정에서 탈락하였다. 

 

왜 안되었는지 코멘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번 주에 관련 그랜트 모두가 진행 중단 명령을 받았고, 대학의 연구센터 전체의 펀드도 전액 지급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센터 모두가 문을 닫고, 관련 연구원과 행정직들이 모두 해고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부분의 연방정부 연구자금은 일단 집행하고 해당 비용을 변제받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만약 작년에 연구 프로포절이 선정되고 올 초에 연구를 시작했으면, 연구조교도 고용했을텐데, 이제와서 모든 연구를 중단하고 조교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뻔 했다. 연구비를 못받아서 오히려 황당한 일을 겪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DEI 와 눈꼽만큼이라도 관련된 연구만 폭탄을 맞은 것도 아니다. 재직 중인 학교의 한 연구소는 DEI와 아무 관련이 없고 증거기반 교육정책을 연구하는 순수 과학에 가까운 프로그램인데도 중단 명령을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NIH 간접비를 최대 15%로 제한하라는 명령으로 인해,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수입이 약 2천만불 (28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장 학교 연구비 관련 부서는 추가 고용 중단 결정이 내려졌고, 손실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을지, 해고는 일어날 지, 매일 회의와 타운홀 미팅이 열리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해고하지 않는다는 약속은 못하고, 해고하더라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놀라지 않게 점진적 과정을 거치겠다고 약속하는 정도다. 

 

우리 과에서는 NIH 펀드를 받아서 지난 12-1월에 신규 교수 2명 채용 계약을 했는데, 약속한 펀드가 제대로 집행될지 모르겠다. 신규 교수 채용 조건이 다행히 NIH 펀드 수령의 조건부는 아니라, 설사 NIH에서 돈을 못받더라도 계약을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1월에 채용 계약한 교수는 채용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다가 트럼프의 연구비 집행 중단 명령 소식을 듣자마자 추가 협상없이 계약서에 바로 사인했다더라. 올 가을 미국 교수 채용 시장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이 지원받는 연구비 중에서 Department of Education의 펀드가 간접비는 적지만 규모 자체는 상당히 큰데, 여기에 의존해서 운영하던 연구센터에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직원과 연구원들이 매일 상당한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고 있다. 연구비 중단에 이어 교육부에 대해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할지. 

 

미국은 출생아수의 감소로 조만간 대학 진학자의 절대수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이에 맞춰서 교원수와 행정 조직을 조정해왔다. 일부 대학은 문을 닫았고.

 

연구비 축소는 교육팽창의 시대에서 교육축소의 시대로 전환하는걸 더 앞당기겠지. 이러한 변화가 2년이 갈지, 4년이 갈지, 영속화되는건지. 대학의 기능 중 연구가 축소되고 수업이 더 중시될지. 대학도 확실히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