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평등

21세기 이후 성연령별 고용률 변화

sovidence 2025. 11. 26. 03:29

조선기사: M 커브가 사라졌다

 

얼마 전 한국에서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20대 여성보다 더 이상 낮지 않다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20대에는 활발히 경제활동을 하다가 30대가 되면 경력이 단절되는 경향, 늘 문제가 되었던 M 커브 패턴이다. 이 패턴이 사라졌다는거다. 여성의 고용 문제를 경력단절에서만 찾으면 안된다고 꾸준히 주장했던 사람으로써 반가운 기사이기도 하다. 

 

이 기사와 더불어 여러 분들이 언급한게 최근 한국에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은 고연령 여성의 돌봄 및 기타 서비스 노동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기간을 짧게 한정해서 분석하면 한시적으로 이런 주장이 뒷받침될지 몰라도 장기적 경향을 보면 그렇지 않다. 

 

아래 그래프는 연령대별 전체 인구 대비 고용자의 비율을 보여준다. employment-to-population ratio 인데, 고용의 장기적 변화를 보는데 가장 안정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는 요기). 보다시피 2000년 대비 2024년에 전연령대에서 고용률이 상승하였다. 2000년에는 40대의 고용률이 가장 높았는데, 현재는 30대의 고용률이 가장 높다. 50대의 고용률이 11%포인트 상승해서 상승폭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60대 이상과 30대다. 20대의 고용률은 떨어진게 아니고 변화가 없다. 

 

2000년은 아시안 경제위기 직후라 적절한 비교 시점이 아니라 할 수도 있다. 아래 시기의 중간이자 2008년 경제위기도 넘어선 2012년을 보면, 연령대별 고용률은 20대 58.2%, 30대 72.8%, 40대 78.3%, 50대 72.3%, 60대 이상 37.7%다. 이 시기와 비교해서 현재 고용률이 낮아진 연령대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인구집단의 고용률이 상승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성*연령별 고용률을 보면 지난 25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선 여성부터 보자. 

 

아래 보다시피 전 연령층에서 고용율이 대폭 상승했다. 30대의 상승률은 근 19%포인트에 달해서 가장 높다. 20대도 8.5%포인트 증가다. 여성의 고용률 상승이 50대 이상 고연령층에 의해서만 이끌어진게 아니다. 비율로 따지면 30대 여성 고용률은 이 기간에 36% 증가하였다. 이러한 가파른 청년 여성 고용률 증가가 M 커브가 사라진 이유다. 여성 전체의 고용률은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2000년 47.0%에서 2024년 54.7%로 대폭 상승하였다. 

 

 

여성 고용률이 대폭 상승한데 반해 남성은 연령대에 따라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인다. 20대와 30대 남성은 2000년 대비 2024년의 고용률이 낮아졌다. 각각 7.6%p, 3.8%p 하락했다. 40대는 거의 변화가 없고, 50대와 60대는 상승했다. 그래서 남성 전체의 고용률은 거의 변화가 없다. 

 

 

고용률로만 따지면, 청년 고용은 21세기 동안 증가했지 줄어들지 않았다. 줄어든 것은 청년 남성의 고용률이다. 30대 청년 여성의 인구 대비 고용률이 18.7%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동연령대 남성의 고용률은 3.8%포인트 하락했다. 30대 전체 고용률이 증가했기에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청년 여성 고용률 급증을 상쇄하고 남성도 이득을 얻을만큼 파이가 커진건 아니다. 청년 남성 입장에서는 제로섬 게임과 다를 바 없는 상황, 그 중에서도 네거티브 사이드에 있는 상황이다. 청년 여성의 적극적 노동시장 진출로 경쟁이 격화되고 청년 남성의 고용률은 줄어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도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낮은데, 1990년대까지 이 격차가 꾸준히 줄었다. 대략 남성 고용률 대비 여성 고용률이 85~90%에 달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격차가 줄었다. 이렇게 격차가 줄어든 이유는 여성의 활발한 노동시장 진출에 더하여 남성 고용률의 하락 때문이다. 여성 고용률이 급속히 증가할 때 남성 고용률의 완만한 하락은 보편적으로 관찰된다. 

 

청년 고용률 관련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20대에서 성별 고용률 역전이다. 2000년에는 여성 고용률이 남성보다 낮았는데, 2024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 이 역전이 일어난게 2013년이다. 그 이후 최근 5년 이내에 더 확장되었다.

 

한 가지 잊지말아야할 것은 30대에서는 남성의 고용률이 여성보다 여전히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이는 청년 남성은 20대 대비 30대에 고용률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20대와 30대가 노동경력 연속선상이라면, 남성은 20대와 30대 사이에 퀀텀 점프가 있다. 2024년 현재 20대 청년 남성과 30대의 고용률 격차는 29.4%포인트다. 고용률이 20대 대비 30대에 50% 증가한다. 이에 반해 여성은 12% 증가다. 청년 남성의 고용률이 30대에 크게 증가하는 정도가 2000년 대비 2024년에 더 커졌다. 그 이유가 뭔지는 제가 알기로 아무도 연구한 바가 없다. 성별 청년 고용률을 논할 때 이러한 차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Ps. 아무도 기억 못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 시절 전체 인구 고용률 70%를 국정 목표로 제시한 적이 있다. 그 때 했던 얘기가 이거 달성하려면 여성고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에서는 한국에서 여성 지위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위 그래프에서 보여지듯, 구조적 변화는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 한국의 전체 고용률을 높이는게 정책 목표라면 위에서 보여지는 청년 남성의 패턴 변화를 피하기 쉽지 않다.  

 

Pps. 미국에서 1990년 대 이후에는 성별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데 이 현상을 두고 stalled progress라고 부른다. 한국은 현재 전체 남성 고용률이 71%고 여성은 55%인데, 적어도 여성 고용률이 60%를 넘어갈 때까지, 남성의 고용률은 완만히 줄어들고 여성은 증가하는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