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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관련 매크로 (타입) 변수 분석의 중요성

sovidence 2026. 1. 6. 02:29

아래 포스팅은 많은 분들에게 별 관심없는 주제일거로 생각하고 쓴건데, 의외로 여러 분들이 코멘트를 주셨다. 원인에 대한 논의에 코멘트가 많은걸로 미루어, 가끔 얘기되는 트위터 독자들의 학력 분포 편향이 짐작되더라. 

 

많은 분들이 게임, SNS, 국정원의 심리전, sexuality 등 미시적 요인의 설명력에 대해서 언급하셨다. 저도 이 변수들이 상당한 설명력을 가질거라는데 동의한다. 이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는데도 동의하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닌 이유는 조금 얘기할 필요가 있다. 

 

일베에 관심있는 분들은 많이 읽어보셨겠지만, 김학준 선생은 <보통 일베들의 시대>에서 일베의 유머, 웃음 코드와 혐오 담론을 연결시킨다. 김학준 선생의 한겨레 인터뷰 내용도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저는 유머를 출발점으로 한 이 분석이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내용을 조금 옮기면, "호남, 여성, 진보좌파 등에 대한 혐오에 유머의 탈을 씌워 유희거리로 만든다. ... 혐오코드는 (이렇게) 유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확산됐고, 그것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았다. ... 혐오발언은 이제 각종 ‘드립’뿐 아니라 종종 정의, 공정, 능력이란 말과 뒤섞여 곳곳에서 사용된다. ... 유머를 도구로 쓰다보니, 혐오표현에 대한 지적은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된다." 

 

놀이 문화와 극우화를 연결시키는 다른 분으로 트위터의 괴골(개물)님이 있다. 괴골(개물)님이 포스팅한 요 쓰레드의 논리를 보시라. 마지막 트윗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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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문화 뒤에 숨는 것이 꽤 영리한 전략인 것이, 

1. 10대 수용자들의 거부감을 크게 줄임.
2. 반면 기성세대의 정당한 개입에 대한 거부감을 크게 늘림 ('꼰대들이 놀이를 못하게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죠)
3. 같은 '놀이'를 하는 또래들의 결속력을 강화해서 자가발전시킴(이건 남자들이 더 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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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놀이와 극우를 연결시키는게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도둑맞은 자부심>을 쓴 Arlie Hockshield의 인용에 따르면, David Keen은 미국의 January 6 의사당 난입 폭동에 그토록 쉽게 여러 평범한 사람들이 참여한 이유로 난입 당시의 축제 분위기를 든다. 같은 인용에서 혹실드는 Hannah Arendt의 <전체주의의 기원>를 인용하며 유희적 분위기에서 저절러진 극우 범죄에 대해 논한다. 

 

매우 유용한 분석이라는데 백퍼 동의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이 가진 한계도 분명하다.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발현되는데,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보수화 극우화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유사한 현상이 많은 국가에서 관찰되지만, 한국에서 유난히 성별 격차가 큰 이유가 뭔지, 왜 한국의 청년 남성은 이렇게 심각하게 보수화되었는지.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심리적 변수들이 더 잘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데 한계를 가진다. 

 

매크로 (타입) 변수의 조건에 대한 파악없이 마이크로 변수에만 초점을 맞추면, 해결책은 10대는 SNS 금지, 게임 규제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게 작동할 수는 있지만, 그리 이상적인 대책은 아니다. 

 

기왕 아렌트를 위에 언급했으니 마셜 플랜을 생각해 보시라. 대부분 알듯이, 독일에서 히틀러가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1차 대전 이후의 경제적 궁핍이 있었다는게 마셜 플랜 작성의 주요 논리 중 하나였다. 독일을 바꾼 것은 "악의 평범성" 같은 마이크로 분석이 아니라, 경제발전을 통한 번영이 급진화와 전쟁을 막는다는 매크로한 분석이었다. 

 

이런 논리가 현재 한국 청년 남성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와 청년 남성 보수화를 연결시킬려는 접근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방향은 아니다. 경제적 궁핍을 원인으로 설파하는 주장이 한국 사회의 변화 방향이라든가 실제 데이터와 안맞는다는거지. 어떤 계층적 세그멘트의 현상인지 밝히는건 중요하다. 

 

반페미니즘, 남성의 toxic masculinity에 대한 분석도 마찬가지다. 신경아 선생이 경향 칼럼으로 쓰고, 페북에 더 자세한 내용을 올렸듯, toxic masculinity는 최근 문제가 아니다. 과거보다 약화되었으면 약화되었지 강화되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안성기 배우의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 요섹남 등 덜 톡식한 남성 이미지가 넓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매크로한 조건 없이 이것만 분석해서는 왜 지금, 왜 청년층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현재의 청년 남성이라는 한 개의 집단에 대한 매크로 분석은 교육, 계층, 지역 등의 차이에 따른 성향 차이를 통한 추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집단과 다른 집단 비교를 통해, 이 변수의 효과가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해야할 것이고.

 

노파심에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그래서 이런 매크로 타입 분석만 가치가 있다는게 아니고, 심리적 변수에 대한 분석이나 SNS 활동에 대한 분석으로 매크로 (타입) 변수의 중요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거다. 

 

 

Ps. 개인변수를 이용한게 무슨 매크로 분석이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텐데, 교육 수준, 경제상황 같은 변수를 게임, 심리적 변수 같은 변수와 어떻게 달리 표현할지 몰라서, 그냥 매크로 (타입) 변수라고 했다. 

 

Pps. 청년 남성의 보수화가 연령 효과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 6월에 포스팅한게 있다. 연령 효과는 청년 남성의 보수화에 회의적인 분들이 이미 했던 얘기다. 일부 논쟁이 있지만, 사회학 연구들은 세상의 변화 뿐만 아니라 개인의 변화를 추적할 때, 나이 효과는 작고, 코호트 효과가 더 크다고 보여준다. 예를 들어, Kiley & Vaisey (2020) 연구에 따르면, 미국 GSS에서 나타나는 태도 변화는 대부분 단기 태도 변화거나 측정 오차고, 지속적인 변화가 나타날 경우는 코호트가 바뀌면서 젊은층의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태도는 새로운 정보에 따라 바뀌기 보다는, 청년층에 형성된 성향이 지속되는 성향 안정성 모델에 더 부합한다. 즉, 지금의 청년층이 나이가 들면서 진보적으로 바뀌기 보다는 현재의 세계관을 상당히 유지할거라는 의미다. 링크한 포스팅에서, 첫 번째 코멘트도 읽어보시길. 한국의 현재 청년 세대는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주장할려면, 왜 이 집단만 다른 일반적 경향과 다른지 상당히 개연성있는 상황 논리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