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보수화 내지는 극우화 되었다는, 인구 집단에 대한 간단한 상태 기술에 동의하는게 이렇게 어렵다. 이 자체도 아마 분석의 대상이리라.
가능태를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가 젊을 때는 보수적이다가 나이 들면서 태도를 바꾼다는거다. 구체적으로 80년대생들이 20대 때는 보수적이라고 욕먹었지만, 지금은 열렬한 진보주의자가 되었다는 사례도 든다. 또 다른 분은 연령, 코호트, 시기 효과를 구분해서 데이터를 보라고 충고도 하고.
당연히 데이터와 다른 연구를 보고서 하는 주장이다.
청년 시절에 형성된 정치적 태도는 대부분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는게 지금까지의 연구다. 달리 말해, 코호트 효과가 연령 효과보다 크다. 그러니 기존의 연구 상식을 받아들이면, 현재 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청년 남성은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가정하는게 타당하다. 일부에서는 외국의 사례가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어떻게 변했는지 간단하게 살펴봤다.
아래 표는 KGSS 2011-13 자료와 2021-23 자료를 이용해서 대략적인 출생 코호트의 대략적인 연령대 변화에 따른 정치 지지 성향의 변화를 체크한 것이다. KGSS에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가, 아무 정당도 지지하지 않을 경우 조금이라도 호감이 가는 정당은 어디인가를 묻는 질문이 있다. 이를 이용해서 민주당 및 진보 정당 vs 국민의힘 및 보수 정당으로 크게 나누고, 지지정당 없음을 제외한 후 진보와 보수의 비율을 체크했다. 이래저래 다르게 코딩할 수 있는데 기본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출생 코호트를 명확하게 특정하지 않고 "대략"이라고 하는 이유는, 2011-13년과 2021-23년 복수연도의 20대 이하, 30대, 40대, 50대로 나누어서 본 것이라 각각의 코호트가 정확히 해당 연도대의 출생코호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코호트는 1981년 이후 199년대 초까지의 출생자를 포함한다. 나머지 코호트도 아래 표시한 출생 연도대가 대다수지만 다른 연도대의 출생코호트가 조금씩 포함되어 있다.
어쨌든 아래 분석에서 주목하는건, 10년 조사 간격 사이에 대략 동일한 출생 코호트의 정치적 성향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다. 이런 식으로 반복적인 cross-sectional 자료를 이용해서 코호트 변화를 추적하는 분석 방법을 고상하게 Synthetic cohort methods라고 한다.
보다시피 놀라울 정도로 안변한다. 일부의 주장과 달리 1980년대 코호트가 20대일 때는 보수적이다가 30~40대가 되면서 진보적으로 바뀐게 아니다. 대략적인 1980년대 코호트가 20대일 때 남성의 진보 지지가 56%였는데, 30대 때는 57%다. 코호트에 따른 일관성이 연령에 따른 변화를 압도한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거의 안변한다.
현재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20대 남성이 앞으로 진보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이 전 코호트의 패턴에 따르면 높지 않다.
기존 연구를 보면 40대 이하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진보적으로 변한다는 결과도 있지만, 그 정도가 작다. 일반적으로 코호트 효과가 연령 효과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많이 인용되는 한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젊은날에 형성된 정치적 태도가 거의 평생을 간다. 이런 결론은 여러 정치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안다(예를 들면 요기, 이 블로그 보는 정치학자들도 계실텐데, 그렇지 않다면 가르침을). 아래 표에서 보듯이, 초간단 분석으로 봤을 때 한국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 한국의 현재 20~30대만 무슨 이유에선가 나이가 들면서 정치적 태도가 달라질거라고 가정할려면 그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진보에게는 암울한 결론일 수 있지만,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관찰된 청년 남성의 보수적 투표 경향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경향이 30대로, 40대로 확산될 것이다.
어떤 진단이 옳았는지는 앞으로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내에 검증이 될 것이다. 현재 30대 남성도 20대 남성만큼은 아니지만 보수적 투표 성향을 보인다. 현재의 30대는 90년대생과 80년대생이 섞여 있다. 20대 남성 보수/극우화 진단이 맞다면, 5년 후에 대부분의 30대가 90년대생으로 구성될 때, 30대 남성의 보수적 투표 성향이 지금보다 더 명확해질 것이다.
(한 편, 이 번 대선에서 40~50대의 이재명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이유는 한국에서 가장 민주당 친화적인 코호트인 1970년대생이 40~50대에 걸쳐있었던 이유도 있다.)
성별 | 출생 코호트 | 정치성향 | 연령대 | |||
---|---|---|---|---|---|---|
20대 | 30대 | 40대 | 50대 | |||
남성 | 대략 1960년대 코호트 | 진보 | - | - | 54.8 | 63.0 |
보수 | - | - | 45.2 | 37.0 | ||
대략 1970년대 코호트 | 진보 | - | 58.2 | 56.9 | - | |
보수 | - | 41.8 | 43.1 | - | ||
대략 1980년대 코호트 | 진보 | 56.0 | 56.9 | - | - | |
보수 | 44.0 | 43.1 | - | - | ||
대략 1990년대 코호트 | 진보 | 42.7 | - | - | - | |
보수 | 57.4 | - | - | - | ||
여성 | 대략 1960년대 코호트 | 진보 | - | - | 56.6 | 50.4 |
보수 | - | - | 43.5 | 49.6 | ||
대략 1970년대 코호트 | 진보 | - | 59.6 | 60.3 | - | |
보수 | - | 40.4 | 39.7 | - | ||
대략 1980년대 코호트 | 진보 | 69.9 | 65.6 | - | - | |
보수 | 30.1 | 34.4 | - | - | ||
대략 1990년대 코호트 | 진보 | 72.9 | - | - | - | |
보수 | 27.1 | - | - | - |
보수 지지 비율 성별 격차 (남성 - 여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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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 20대 | 30대 | 40대 | 50대 |
대략 1960년대 코호트 | - | - | 1.7 | -12.7 |
대략 1970년대 코호트 | - | 1.4 | 3.4 | - |
대략 1980년대 코호트 | 13.9 | 8.7 | - | - |
대략 1990년대 코호트 | 30.3 | - | - | - |
한가지 명확히 하고 싶은 것은, 현재 나타난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현재의 20대에서 급격히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는거다. 예전에도 한 번 분석한 적이 있는데 (요기), 경향적으로 20대에서 남성은 점점 더 보수적으로 여성은 진보적으로 바뀌어서 성별 격차가 점진적으로 커져왔다. 그 경향성이 최근 몇 번의 선거를 통해서 분명하게 확인된 거다.
위의 표에서 두 번째 표를 보면 같은 연령대에서 최근 코호트로 올수록 남성의 보수 편향이 점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90년대생과 2000년대생에서 그 차이는 30%포인트를 넘어섰다. 20대 여성은 7:3으로 진보 우위인데, 남성은 4:6으로 보수 우위다.
마지막으로 위 분석 시기에 이준석의 개혁신당은 없었다. 그러니 위 분석은 20대 남성은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를 싫어할 뿐이라는 진단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