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평등

한국 고용률의 문제점

sovidence 2019. 6. 12. 13:56

한겨레 기사: 생산가능인구 고용률 역대 최고

 

역대 최고라니까 뭔가 엄청나게 좋아진 것 같지만, 그런거 아님. 작년에 커다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올해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님. 바로 아래 포스팅의 그래프에서도 보여주었듯 고용률은 2009년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 그 난리를 쳤지만 작년에 고용률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았음. 2000년 이후 장기적인 고용률 상승을 이끈 것은 50대와 60대의 고용률 증가임. 

 

박근혜 정부 시절에 국정목표의 하나로 고용률 70% 달성을 세운 적이 있음. 그 때 노인 고용을 늘려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황당하든지 (관련 포스팅은 요기).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은 대략 45% (근거는 요기). 미국은 약 31%임. 영국은 21%, 프랑스는 6%.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65+ 노인의 고용률이 높은 국가임. 나이들어서 은퇴하지 못하는 국가.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은 꽝이었지만 목표 자체는 적절한 것임. 한국은 전반적인 고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음.

 

어떻게 고용률 70%를 달성할 것인가?  

 

한국의 고용률은 다른 국가와 다른 특징이 있음. 아래는 고졸 미만의 15-64세 고용률 (그래프는 요기서 가져옴). 검은색이 OECD 평균이고, 빨간색이 한국. 보다시피 저학력 인구의 고용률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음. 

다음은 대졸 이상의 고용률. 아래 보다시피 OECD 최하위권임. 

한국의 55-64세 고용률은 아래와 같음. 한국의 고용률이 70%가 안되는 이유는 65세 이상 노인이 일을 안해서도, 55-64세의 은퇴 직전의 인구가 일을 안해서도 아님. 25-54세의 핵심 생산 가능 인구가 일을 안해서지. 

위 그래프를 종합해보면, 한국은 한창 일할 나이의 배운 사람들이 일을 안하거나, 아니면 배운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쉬움. 하지만 이 번 달 고용동향을 보면 대졸이상 학력의 실업률이 4.0%로 전체 실업률과 같음. 고학력자가 특별히 일을 안하는게 아님. 

 

위와 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 여성 교육 수준이 높아지는데, 여성, 특히 고학력 여성의 고용은 그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 고학력 여성을 활용하지 않고, 저학력자를 노동시장에서 쓰기 때문에 산업구조 고도화가 늦어지고 전반적인 노동생산성이 낮아지는 그런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음. 남성 30~50대의 고용률은 90%에 육박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낮지만, 여성은 59~65%에 머물고 있어 충분히 더 고용률을 높일 수 있음. 

 

이 블로그에서 여성 문제를 자주 얘기하는데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니 너무 많은 문제가 여성 문제와 관련되어 있어서, 여성 문제의 진전없이 전반적인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와 국민 전체의 복리향상을 꾀하기 어려움. 여성문제를 여성"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