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학 입시 문제 특집
중앙선데이 기사: 내신·수능 어떻게 바꿔도 웃는 쪽은 ‘금수저’
지난 주말 중앙일보 선데이판 1면에 제가 한 연구를 이용한 기사가 나왔다. 사회과학자의 연구가 신문 1면 톱을 장식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에 두고두고 기억하며 실어준 언론과 기자에게 감사할만한 일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한국에서 표절이라고 하면 문장에서 몇 단어나 베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데, 학계에서 가장 큰 표절은 아이디어의 표절이다. 문장 몇 개의 표절이 아니고.
Census와 같이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에 대한 설명이나 통계 모형에 대한 설명은 설사 똑같은 표현으로 묘사했다 할지라도 자기 표절도 타인의 문장에 대한 표절도 아니다. 자주쓰는 이론적 논의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비슷하게 했더라도 표절이 아니다.
이에 반해 문장을 아무리 바꾸더라도 남의 아이디어를 가져다쓰면서 출처를 명기하지 않으면 표절이다. 아이디어의 독창성, 새로운 발견의 독창성이 가장 중요하다. 연구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고, 이 새로운 것을 베끼면 표절이다.
최성수 교수의 항의로 인터넷판에서는 기사가 바뀌었지만, 지난 토요일 발행된 신문과 초기의 인터넷판에서는 중앙일보 측에서 최성수 교수팀에 분석을 의뢰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 중앙선데이 기사는 <한국사회학>에 나온 논문(최성수-이수빈 논문은 이 블로그에서 소개; 김창환-신희연 논문도 얼마전 소개)에 바탕한 것이다. 왜 이걸 자신들의 아이디어처럼 기사를 내는가?
제 논문에 바탕한 기사도 원 근거가 된 논문에 대한 언급은 없다. 중앙일보에서 요청해서 제가 시뮬레이션을 제공한 것처럼 나오지. 이런 시뮬레이션을 한다는 아이디어는 저의 것이지 중앙일보의 것이 아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중앙일보에서 요청해서 새로 제공한 시뮬레이션은 "수능40%; 내신60%" 밖에 없다. 나머지는 원논문의 <Table 8>에서 하위 20%의 기대값을 상위 20%의 기대값으로 중앙일보에서 임의로 나눈 것이다. 같이 논문을 쓴 신희연 선생은 왜 언급도 안하는 것인지.
왜 기사의 근거가 된 논문을 밝히고, 기사를 위해 추가 분석을 요청했다고 사실대로 밝히지 않는 것인가? 왜 마치 중앙에서 기획하고 최성수-김창환 팀에서 분석 자료만 제공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는가? 사실대로 얘기하고 특집을 만들어도 충분히 좋은 기사고 충분히 높은 기획력인데 왜 이렇게 하지 않는가?
최성수 교수의 연구는 논문에도 쓰여있듯 미국 교수인 라지 체티의 연구를 한국에 적용한 것이다. 라지 체티의 연구는 독립적인 연구로 소개하면서 한국 교수들의 연구는 중앙에서 의뢰했던 것처럼 왜곡해도 되는건가?
이 기획의 핵심 컨셉이 공정성이라니...
아래 최성수 교수의 허락을 받고 페북글을 공유한다. 한 번 읽어 보시길. 언론에서 이래도 되는건지. 이러는게 관행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