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신희연 (2020) "입시 제도에서 나타나는 적응의 법칙과 엘리트 대학 진학의 공정성". <한국사회학> 54(3): 3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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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은 수능, 내신, 학종 등 입시 전형 유형에 따라 가족배경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말들은 많지만 의외로 체계적인 연구는 없다는 것.
수능이 내신보다 더 가족배경 효과가 약하다는 주장은 입시전형 효과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 이질적인 자료의 분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추론하거나, 단순히 시험을 선호하는 것이다.
반면 내신이 더 가족배경효과가 약하다는 주장은 엘리트 대학 진학자 중에 내신으로 입학한 학생의 국가장학금 수혜 비율이 높다는 통계에 기반한다. 하지만 이 통계는 상위계층이 내신보다 수능을 선호하는 선택편향 효과를 통제하지 않은 기술통계일 뿐이다.
이 전에 이 블로그에서 소개했던 문정주, 최율(2019)의 연구에 따르면 하위계층 전반에서 내신을 선호한다. 무슨 이유든 금수저가 내신보다 논술/수능을 선호하고, 흙수저가 내신을 선호하면, 계층별 선택편향 효과 때문에 엘리트 대학에서 내신에서 국가장학금 수혜 비율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 통계 자체는 내신이 수능보다 계층 효과가 약하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계층에 따른 전형 유형의 선호도 차이를 나타낼 뿐이다. 이런 선택편향은 통계적으로 심슨의 패러덕스를 유발할 수 있다.
교육은 전세계적으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 증거기반정책의 대상이고 입시제도의 계층효과는 온국민이 한마디씩 거드는 핫한 이슈다. 이렇게 논란이 많지만 당혹스럽게도 입시전형별 계층효과를 대표성있는 자료로 체계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꽤 찾아봤는데 못찾았다.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길).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
그래서 가능한 데이터로 입시전형 유형별 엘리트 대학 진학의 가족배경 효과를 측정해봤다. 제가 알기로 이 연구가 한국에서 입시전형의 계층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한 첫 연구다.
자료는 대졸자직업경로조사(GOMS)를 사용했다. GOMS 자료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대학 입학 당시의 전형유형에 대한 세부질문이 2016년 기준 조사(=2016년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2017년 하반기에 조사해서 2019년 상반기에 공개)부터 추가되었다. 2016 GOMS는 작년에 2017 GOMS 자료는 올 2월말에 일반공개되었다. 일반공개 자료에 고용정보원에서 비밀준수 서약 후 제공하는 졸업 대학명 접근제한 자료를 통합하였다.
이 자리를 빌어서 2017년 GOMS 데이터를 공개되자마자 알려주고 졸업대학명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해주신 고용정보원 담당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본 아이디어 개발과 분석은 작년에 했지만, 2016년 자료만으로는 표본수가 작고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2017년 자료 문의를 했었다. 일반공개 이전에 미리 제공할 수는 없지만, 공개되자마자 알려주겠다고 약속하셨고 그렇게 해주셨다.
분석 대상은 2009~2013년 4년제 대학 입학자로 1988~1994년 출생자로 제한하였다. 삼수 이상의 n수생 같은 비전형적 학생도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세칭 엘리트 대학인 "서연고 스카포 서성한 중경한시, 이대 + 전국의대"의 입학확률을 인구학적 변수(출생지, 성, 연령 등), 입학연도, 출신고교의 특성(인문계, 자연계, 특목고/자사고, 기타..., 고교 소재지), 재수 여부 등을 통제한 후, 가족배경 효과가 입시 전형별로 다른지 측정하였다. 입시 전형의 선택은 자유 선택으로 가정하고, 일단 선택한 입시 전형에서 가족배경에 따라 엘리트 대학 입학 확률이 다른지 파악하는게 목적이다.
가족배경은 (1) 대학입학 당시의 부모의 소득, (2) 현재 부모의 자산, (3) 부모의 교육수준, (4) 부모의 직업지위, 그리고 (5) 앞의 4개 가족배경 지위의 종합지표다. 각 지표는 절대금액이나 수준이 아니라 입학연도를 기준으로 100분위 환산값에 10을 곱한 것이다. 0~10의 표준화된 값을 지닌다. 그러니까 자녀가 해당 연도에 4년제 대학에 진학한 부모들의 상대적 SES 지위다.
통계를 이해하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가족 사회경제적지위 (SES) * 입시전형>의 상호작용 효과 통계적 유의도 검증이다. 로짓의 scale variance 문제와 상호작용효과 측정의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한 대안으로 선형확률모형(LPM)을 썼다.
그래서 나온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1. 입시 전형에 따른 가족 배경 효과는,
논술 >>> 수능 = 학종 > 내신
논술위주 전형이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입학 확률에 가장 큰 차이가 난다. 학종은 의외로 수능과 다를 바 없다. 학종이 워낙 다양해서 전체 학종을 합치면 계층효과가 수능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내신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수능보다 가족배경 효과가 약하다. 수능이 상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고 내신이 상대적으로 하층에게 유리하다는 통념이 통계적으로 증명된다.
논술위주 전형은 특히 부모의 소득이나 자산보다는 교육수준의 효과가 크다.
2. 그런데...
논술을 제외하고 수능, 학종, 내신의 가족배경 효과의 차이는 크지 않다. 수능과 내신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지만, 기본이 되는 팩트는 어떤 전형이든 상위계층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수능보다 내신에서 상위계층이 유리한 정도가 눈꼽만큼 줄어든다.
평균적으로 계층 10분위 중 1분위 높아질 때마다 엘리트 대학 입학 확률이 1~1.5%포인트씩 올라간다. 전체 4년제 대학 진학자 중 엘리트 대학의 비중이 13.6%이므로 이 격차는 상당히 큰 차이다.
아래 그래프는 수능, 학종, 내신의 하위 20%, 중간 60%, 상위 20% 출신 계층의 각 입시전형별 엘리트 대학 입학 확률이다 (통제변수들의 계층격차까지 반영한 격차다. 단, 같은 계층 내에서 입시전형별 통제변수의 차이는 없다고 가정했다). 수능을 선택했을 경우 상위 20% 계층 출신 중 21.4%가 엘리트 대학에 진학하는데, 하위 20%는 4.4%만 진학한다. 내신은 상층은 18.1%, 하층은 5.2%다.
진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논술. 논술 전형을 택한 상위계층의 54.5%가 엘리트 대학에 들어가는데, 하위계층은 27.2%만 진학한다. 격차가 무려 27.3%포인트다.
수능, 내신 비율을 아무리 바꿔도 상위계층이 엘리트 대학에 압도적으로 더 많이 진학하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아래 표는 엘리트 대학 신입생을 뽑는 수능, 내신, 논술의 비율을 바꾸는 것에 따라서 계층에 따른 엘리트 진학자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엘리트 대학 총입학생이 1,000명일 때 시나리오에 따른 출신 계층의 비중 변화다.
상위 20% | 중간 60% | 하위 20% | 합계 | |
내신 100% | 342 | 560 | 98 | 1,000 |
수능 20%, 내신 70%, 논술 10% | 351 | 572 | 77 | 1,000 |
수능 30%, 내신 70%, 논술폐지 | 342 | 563 | 95 | 1,000 |
수능 50%, 내신 50%, 논술폐지 | 346 | 563 | 91 | 1,000 |
수능 70%, 내신 30%, 논술폐지 | 352 | 563 | 86 | 1,000 |
수능 100% | 361 | 564 | 75 | 1,000 |
보다시피 10%있던 논술을 폐지하는 것의 효과가 가장 크다. 수능 100%에서 내신 100%로 바꾸는 것과 유사한 효과가 논술 10%의 비중만 폐지해도 나타난다. 이에 반해 수능과 내신 쿼타 조정은 효과가 작다. 수능 쿼타 30%, 내신 쿼타 70%에서, 수능 70%, 내신 30%으로 대폭 바꿔도 하위 20%의 엘리트 대학 입학생은 1000명 중 86명에서 95명으로 9명 정도 늘어날 뿐이다.
엘리트 대학 입학에서 가족배경 효과를 약화시키는 것이 공정성 강화라면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은 내신, 수능, 학종의 비율 변화보다는 논술위주 전형의 과감한 축소 내지 폐지다.
조국 전장관의 자녀 특혜 논란과 관련해 온국민이 논쟁했던 내신, 수능, 학종의 계층효과와 비율 조정은 계층별 엘리트대학 진학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실체적 효과가 크지 않은 빌공자 공론이었다.
이런 면에서 작년 11월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의 핵심은 수능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논술 위주 전형의 점진적 폐지라 할 수 있다.
3. 내신이 지방출신에게 유리한 효과는 없다.
입시전형의 주효과와 가족의 계층효과를 통제하고 나면 내신이 지방 소재 고교 출신에게 유리한 효과는 완전히 사라진다. 내신이 지방출신에게 유리하다는 이 전 보고들은 가족배경의 계층효과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서 생긴 생략변수편향과 지방출신이 내신을 더 많이 선택하는 선택편향효과의 결과다.
지방 소재 고교출신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전형은 없다.
이에 반해 논술은 확실히 지방출신에게 불리한 지역효과가 있다. 그런데 모든 지방은 아니고 메트로폴리탄 이외 지역이다. 가족배경 효과를 통제하면 메트로폴리탄 출신(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은 논술위주 전형에서 지방과 서울에 차이가 없다. 이에 반해 경기도를 포함 지방출신은 논술에서 서울출신에 비해 불리하다.
4. 기타 다른 중요한 발견 사항도 많은데, 4번째로 중요한 발견으로 꼽고 싶은 것은 자사고-특목고의 효과다.
자사고-특목고 출신이 엘리트 대학에 더 많이 진학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모아놨으니 당연한 결과. 이 연구에서 간단히 체크해본 것은 일단 자사고-특목고에 들어온 학생들 내부에서의 계층효과다.
고등학교에서 성적 우수자를 선발해서 교육을 시키면 이들 내부에서는 계층효과가 줄어드는지, 아니면 자사고-특목고가 계층효과를 더 크게 만드는지 검증해 봤다. 고교 수월성 교육의 계층효과를 측정한 것. 이 연구의 주요 목적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걍 체크...
그랬더니 자사고-특목고는 계층 효과를 더 크게 만든다. 일반고에서는 계층 분위가 1분위 증가하면 엘리트 대학 진학 확률이 1~1.5%포인트 증가하는데, 자사고-특목고는 4%포인트 증가한다. 자사고-특목고는 엘리트 대학 진학이라는 측면에서 계층 효과를 무려 3~4배 가까이 더 크게 만든다.
상위계층이 자사고-특목고에 더 많이 진학할 뿐만 아니라, 일단 자사고-특목고에 들어간 학생들 내부에서 상하위 계층효과가 일반고보다 더 커진다. 자사고-특목고는 (1) 입학할 때의 계층 분리, (2) 입학 이후의 계층별 교육격차 확대, 이중의 과정을 통해 교육 성취의 계층 효과를 더 크게 만든다.
5. 추가로 몇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1) 가족 배경 효과를 통제하면, 수능, 내신, 학종의 선택 여부에 따른 엘리트 대학 진학의 확률 자체는 차이가 없다. 즉, 어떤 전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엘리트 대학 진학의 평균 확률이 달라지는건 아니다.
(2) 가족 배경 변수 중 부모 교육 수준의 효과가 가장 크고, 부모 소득과 자산의 효과는 비슷하다.
(3) 학종이 강남 출신에게 특별히 더 유리하다는 증거는 없다.
(4) 문정주.최율(2019)에서 보고했던 하위계층의 내신 선호는 분석 대상을 대입 수험생으로 한정해도 확실히 확인된다.
(5) 강남 소재 고교 출신은 내신보다 확실히 더 수능을 선호한다.
(6) 재수, 삼수생들의 가족배경이 고3의 가족배경보다 확실히 좋다. 당연한 얘기지만 재수 삼수는 리소스가 있는 상위계층이 더 많이 한다. 그리고 재수/삼수생들은 수능을 내신보다 확실히 더 선호한다.
(7) 엘리트 대학의 정의를 일반적 명성이 아니라 중앙일보 대학 상위 5위, 10위, 서연고+서성한 등으로 바꿔서 해봤는데, 결과 안바뀐다.
(8) 그런데 엘리트 대학 정의를 상위 20위 정도로 확장하면 가족배경의 주효과가 더 커진다. 가족배경과 입시전형의 상호작용 효과가 아니라 가족배경의 주효과가 커진다는 것. 이는 가족배경이 좋으면 최상위 대학은 못보내도 중상위 대학은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9) 이론적으로 이 결과는 사회학에서 입시의 배제(=하위계층을 특정 전형에서 배제)와 적응(=수용된 입시 전형에서 상위계층이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둠)의 양면법칙 중, 적응의 법칙이 지배적임을 나타낸다.
(10)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GOMS 데이타는 남자의 군복무로 인해 입학 연도별 성별 구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2016-17년에 졸업한 사람 중 2009년 입학자는 남성의 비중이 높고, 2013년 입학자는 여성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성별 격차가 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성별로 분리해서 봐도 결과는 같다.
6. 어느 연구나 그렇듯 이 연구도 한계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언급하면,
(1) 2009~2013년 대학 입학자로 한정된 점. 그 이후에 내신 쿼터가 크게 늘었다. 자료의 한계.
(2) 4년제 대학 입학자만을 대상으로 한정한 점. 역시 자료의 한계. 2016~17 GOMS 자료의 2년제와 4년제 졸업자는 입학 연도가 달라서 직접 비교할 수가 없다. 2년제 대학이나 대학 미진학자까지 포함하면 엘리트 대학 진학에 끼치는 계층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7. 그래서 결론과 덧붙이고 싶은 말.
(1) 결론: 비록 제한된 자료를 이용한 분석이지만, 내신, 수능 비율 문제는 계층효과와 큰 상관없음. 학종도 마찬가지. 내신전형의 비중을 줄이고 하위계층에게 유리한 학종의 비중을 조금 늘리면 서로 상쇄될 정도. 어차피 모든 입시전형은 상위계층에게 압도적으로 유리. 계층 효과와 관련해서 더 큰 효과는 논술 폐지, 자사고-특목고 축소 내지는 폐지에서 나타날 것. 내신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계층효과보다는 학생들의 스트레스, 교육정상화 효과 등 다른 측면에서 고려해야.
(2) 덧붙이는 말: 자료 좀 제대로 모아서 공개합시다. 교육 관련 자료가 많기는 뭐가 많은지.
이상이 블로그 글로써는 길지만, 그래도 나름 간단한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