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평등

대졸 청년 노동시간 변화

sovidence 2022. 2. 21. 02:58

성별 노동시간 격차에 대해서도 모두 얘기했는데, 여전히 제대로 읽지 않고 불만을 가지는거 같다. 그러려니 한다. 

 

지난 주 불평등연구회 세미나에서도 청년들의 장시간 노동시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전반적인 노동시간은 줄었지만, 입사 직후 OJT 기간 중에는 장시간 노동이 유지되었을 가능성, 그래서 청년층의 장시간 노동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거다.

 

노동시간 같은 사회 전반적 문화와 관련된 현상이 청년층에서만 뭔가 다르게 통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저는 낮게 본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체크해 보았다. 

 

아래 그래프가 GOMS(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의 4년제 대졸자 노동시간 변화다. GOMS는 대학 졸업 후 1-1.5년이 지난 시점의 노동시간이다. 보다시피 장시간 초과노동자는 대졸 청년층에서도 크게 줄었다. 2008년에는 52시간 초과 근무자가 21%였는데, 2019년에는 8%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35시간 미만 노동자의 비율은 큰 변화가 없다. 

 

52시간 노동제가 2018년에 시행되었으니까, 2018년과 2019년 자료는 52시간제의 영향을 받은 후다. 다른 연도보다 2017-19의 2년 사이에 주당 45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자의 비율이 8%포인트가 줄어들었다. 52시간 근무제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노동시간의 감소는 장기 추세다. 2008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장시간 노동자 비율이 10%포인트 줄어들었다. 10여년전에 비해서 장시간 노동의 비율은 확실히 줄었다. 15년 전의 대졸 직후 청년 노동자에 비해 현재의 대졸 직후 청년 노동자가 더 많은 임노동 외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한 편으로 이 결과는 워라밸을 개선하면 청년들의 인구행동이나 삶의 만족도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진단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work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확실히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혼인, 출산이 증가했다는 얘기는 없다.  

 

이러한 추세를 보고 드는 생각이 워라밸에서 work가 아니라 life의 의미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분석할 때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눈다. 돈벌이 노동, 돈벌이가 안되는 노동 (가사, 돌봄 등), 그리고 레져.

 

일반적으로 워라밸의 라이프는 돈벌이가 안되는 노동과 레져를 합친 개념이다. 예전에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그래서 남성의 돈벌이 노동시간이 줄어들 때, 레져 시간이 반드시 증가하는게 아니다. 미국의 경우는 남성의 돈벌이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서, 레져 시간이 증가한게 아니라, 돈벌이가 안되는 가사 노동시간이 늘었다. 20세기 동안 미국에서 여성의 가사노동이 43시간에서 28시간으로 15시간 줄어들 때, 남성의 가사노동은 4시간에서 16시간으로 11시간 늘었다. 대략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보다 75%많다.

 

워라밸은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줄고 돈벌이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남성의 돈벌이 노동시간이 줄고 가사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한국은 2019년 현재 기혼자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남성보다 250% 많다. 한국도 다른 국가의 추세를 따른다면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늘고, 남성의 임노동 시간이 줄어들고,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저는 예측했었다.

 

"돈벌이 노동 vs 다른 시간"의 균형이 워라밸이니까.

 

그런데, 최근에 느끼는 점은 한국은 "돈벌이 노동 vs 다른 시간"의 균형에서 워라밸의 의미를 찾는게 아니라, "모든 노동 vs 레져 시간"으로 워라밸의 의미를 찾는게 아닌가 싶다. 자기개발은 워라밸이 아니라 레져를 깎아먹는 워라밸의 방해 요소다. 

 

이러한 대립점 변화의 또 다른 의구심은 워라밸에서 라이프의 의미가 가족이 아니라 개인이 되었다는거다. 가족은 가사노동의 포션을 늘려서 워라밸에 방해가 된다.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격한 개인주의로의 이행. 증거가 제대로 없는 가설적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