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 그래서 대책은?
아래 가벼운 마음으로 쓴 출산율 포스팅이 너무 관심을 끌어서 놀라웠다. 대학 시절 인구학 수업은 통계와 더불어 가장 인기없는 사회학 분야였고, 대학원 때도 모르면 안되는 분야라 조금 따분하지만 들었던 분야가 인구학이었다.
인구학자들도 출산율 증가 대책을 잘 모른다는 포스팅에 반응은 몇 가지로 갈리더라.
1. 체념 - 인류는/한국은 이대로 망한다.
2. 해줘 - 그러니 미래의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자. 단, 내가 나서서 바꾸는게 아니라 니가.
3. 정념발산 - 그래서 페미가/한남이 문제다.
정작 인구대책은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는게 또 다른 포인트다.
출산율 증가 방법을 정확히 모르니 이것저것 다해보는 수 밖에 없다. 분석에 따르면 일부 정책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걸로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
인구 변동 요인은 딱 세 가지다. (1) 출생, (2) 사망, (3) 이동. 이 중 <출생-사망>이 자연증감분이다. 한국의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는건, 세 가지 요인 중 자연증감분의 변동 기대치가 그렇다는거다. 출산율 증가대책은 자연증감분 증가 방안인데, 아래 포스팅에서도 썼듯, 뭐가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면 변동가능한 요인은 (3) 이동이다. 이민자 얘기다. 이 블로그에서 이민 얘기하면 막연한 소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자연증감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받아들인다면 이민은 유일한 해결책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걷어차면서 비관적 자세만 견지하고, "해줘" 태도만 보일 때 실제로 해줄 세력은 없다.
아래 포스팅의 답글에서도 몇 번 얘기된 핀란드가 1970년대 초에 출산율 1.5로 낮아지고, 그 후 등락이 있었지만 한 번도 인구대체율 수준인 2.1로 높아진 적이 없다. 2016년 이후 자연증감분은 마이너스다. 그런데도 아직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유는 유입, 즉 이민자 유입의 증가다.
한국은 유입과 유출 중 전통적으로 유출이 큰 국가였다. 한 집 건너 한 집씩 미국 고모가 집안에 있지 않은가.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은 이민의 새로운 destination으로 떠올르고 있고, 더 떠오를 수 있다.
이민의 증감은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1) 경제적 push-pull 요인, (2) 이민 유입국과 유출국의 정치적 관계, (3) chain migraion이다.
한국은 (1)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국가다. 경제적으로 발전했고,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있다. 문화적으로 국제적 호감도가 높은 국가라는건 이민 유입국으로 큰 장점이다. (2)에서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 Korea disapora 때문에 중국, 구소련의 인구와 연계가 있다.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발생한 관계, 코피노도 모두 이민의 관점에서 보면 유입 요인이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이 많고, 인도인의 영국 이민이 많은 이유는 미군정, 식민지의 역사 때문이다. 흑역사도 이민의 관점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현재 한국은 대학의 위기를 외국인 유학생으로 채웠는데, 이민의 관점에서 이것도 큰 자산이다.
(3)은 일단 이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추가 유입이 된다는거다. 이민은 금전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보량에서도 매우 비싼 결정이다. 경제적 push 요인이 있다고 무조건 떠나는 것도 아니고, pull 요인이 있다고 그 나라로 가는 것도 아니다. 일단 이민의 흐름이 형성되면, 가족, 친지, 친구, 동네사람의 이민이 뒤따른다. (1)의 요건이 동일할 때, (3)은 정보량의 가격을 크게 낮추고 이민의 전반적 문턱을 낮춘다. 경제적 유인을 넘어 사회적 자본을 통한 이민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민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돌파할 수 있다. 이 블로그에서 인구문제 때문에 국민연금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분들이 있는데, 경제적 공황 수준으로 나빠지지 않는 이상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얘기다. 미국에서 부시 2세가 2004년 재선 직후 미국 사회보장연금을 일부 민영화하려다가 선거에서 패배했고 그의 개혁안은 사장되었다. 전통적 지지층인 고연령층이 뒤돌아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을 큰 폭으로 손볼려다가는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국민연금을 크게 바꿔야 한다는 지사적 문제의식은 좋지만, 혁명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과 현실에서는 별로 다를 것도 없다. 다 같이 살자고 해도 표를 줄지말지인데, 고연령층은 경제적 처지의 하락을 수용하라고 하면 그걸 받아들이겠는가. 민주주의는 1인 1표다.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다.
한국에서 양당제가 강하고 다당제가 약한 것도 이민 유입에 유리한 조건이다. 다당제에서는 반이민 정당이 상당한 득표를 하겠지만, 양당제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득세했고, 다음 대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여러 선거 결과에서 트럼프 효과는 공화당에 부정적이었다.
요약하자면, 지금 들어온 이민 노동자와 유학생을 한국에 정착시키고, 추가 이민을 받고, 이들이 chain migration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면 한국은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인구 자연증감분의 부정적 효과를 전부는 아니라도 상당부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그 사이에 수도권 집중 완화, 도시 집중 완화 등 다른 장기적이고, 정치적 합의가 더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이민이 인구문제의 거의 유일한 현실적 대책이다.
그렇다고 이민이 아무런 사회문제를 일으키지 않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쉽다는 것도 아니다. 다문화 정책은 사회 전반의 변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온갖 사회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게다가 이민은 안그래도 강한 일자리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인구문제는 해결하지만 당장의 일자리 경쟁이 심화되니, 이민의 증가로 미래에 덕을 볼 현재의 청년층의 저항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이민 유입은 일자리 경쟁에서 밀린 내국민의 숙련 수준, 교육 수준을 높여서 오히려 생산성을 증가시킨다고도 한다. 이민자 증가로 다양성이 증가하면 혁신의 확률도 높아진다.
인구문제의 암울한 미래가 걱정이라면, 체념하기 보다는 이민의 적극성 수용을 주장하는게 나을 것이다. 언론도 인구 문제를 다룰 때 충격요법에 더하여 이민을 포함하는게 실질적 대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