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불평등

시사인의 중산층 기사 오류

sovidence 2024. 5. 31. 07:16
이 블로그를 쓴 후 전혜원 기자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현재 시사인 기사는 수정되었습니다. 블로그 글을 보고 유쾌하지 않았을텐데도 연락을 주고, 오류를 인정하고 기사를 수정한 전혜원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의 기사.

 

문제있는 KDI 보고서의 내용을 기사화한 것인데, 5개 계층분류 방법에 대한 기술에 오류가 있다. 전혜원 기자의 기사와 책을 즐겨읽었는데, 이 번 기사는 좀 놀랐다.

 

아래 그래프는 기사 중 일부이다. 그래프를 보면 하층은 "(주관적으로 자신을 하층이라 인식, 소득 상/중/하 포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프에서만 이렇게 되어 있는게 아니고, 기사 중에서도 "여기에 객관적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스스로를 ‘상층’이라 인식한 집단과 ‘하층’이라 인식한 집단을 포함해 총 다섯 계층을 구분해 분석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상층과 하층은 소득에 관계없이 주관적 인식으로 나누고, 중층만 소득과 관련해서 분류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기술이다. 이 보고서에서 하층은 객관적으로 주관적으로 모두 하층인 사람만 포함한다. 이에 반해 상층은 객관적 계층에 관계없이 주관적으로 상층이라고 대답하면 모두 상층으로 분류했다.

 

아래 표가 보고서 59쪽에 표시된 5개 계층분류법이다. 상층은 주관적 계층인식으로, 하층은 객관과 주관의 교집함으로, 중층은 그 나머지를 임의로 조합한 것이다. 상/중/하 계층분류에서 일관성을 발견할 수 없다. 시사인의 기술은 오류다. 기사의 핵심 내용인데, 보고서의 기본은 파악하고 기사를 써야하는거 아닌가? 

 

 

객관적, 주관적 계층의 교차표는 아래와 같다. 주관적 상층 응답자 101명 중에서 객관적 상층은 3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66명이 객관적 중하층이다. 이러니 소득 중하층이 포함된 "상층"보다 소득 상층으로만 이루어진 "심리적 비상층"에서 직업지위가 더 높다. 당연한거 아닌가, 이들의 객관적 지위가 더 높으니까. 이 현상이 특이한게 아니라 이 분류법이 특이한거다. 

 

 

위 표에서 객관적, 주관적 분류 모두에서 상층은 35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1%에 불과하다. 한국인은 자신의 객관적 지위와 상관없이 스스로 상층이라는 응답을 거의 하지 않는다. 위 표에서 주관적, 객관적 계층 모두 상층인 1%만을 상층으로 분류해서, 하층의 분류법과 동일하게 객관적/주관적 모두에서 상층만 최종 계층 분류의 상층으로 분류했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아래 포스팅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보고서가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보고서로 진보와 민주당을 욕하기 좋기 때문이다. 시사인기사도 그와 다를 바 없는 프레임에 갇혀있다. 

 

심리적 비상층에 "진보"가 많고 이들 상층의 보편복지 요구가 잘못되었으니 선별 복지를 해야 한다는 논리. 보편 복지를 특정 계층, 특히 상층이지만 상층으로 인식하지 않는 그러면서 진보인 강남좌파의 니즈로 한정하고 복지를 선별로 한정지으려는 보수의 프레임에 봉사한다. 

 

기사에서 제대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한국에서 중상층이 여론을 과대 대표한다. 어느 나라라고 안그렇겠는가. 이 블로그에서도 지속적으로 얘기했던 바다. 하지만 여기서 배워야할 교훈은, 중산층을 포괄한 정책을 펼려는 정당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포함하는 정책을 펼쳐야 성공한다는거다. 

 

한국은 중상층 이상의 세금 부담 비율(소득 중 비율이 아니라, 전체 세금 중 이들이 내는 비율)이 높고, 혜택은 상대적으로 박한 국가다. 이런 방향의 복지 확대는 지속되기 어렵다. 부담과 혜택 모두 공동 부담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중산층에게 혜택이 가는데 하층도 같이 득을 보는 정책"! 

 

 

 

여기서 또 하나, 

 

시사인 기사는 "최근 10년간 가처분소득이 가파르게 줄어든 집단이 있기는 하다. 소득 기준 상위 20%, 엄밀히 말하면 그중에서도 상위 10%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이 늘어나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었다"라고 한다. 상위 10%의 소득이 줄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아래 그래프를 제시한다. 

 

 

하지만 위 그래프는 가처분소득이 줄었는지 늘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가 아니다. 전체 소득 중 분위별로 가처분 소득의 "점유율"이다. 점유율은 소득의 감소와 다르다. 이 블로그에서 계속 말했듯, 한국에서 불평등이 줄었다. 그러니 상층의 소득 점유율이 당연히 하락한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게 아니라 가처분 소득의 점유율이 줄어든거다. 

 

시사인 기사의 왜곡과 달리 소득상층의 가처분소득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 증가율이 그 아래 계층보다 낮을 뿐이다. 예전에 여기에 대해서 분석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지난 10여년간 하위 계층은 가처분 소득이 10% 이상 증가할 때, 상층은 3-4%의 증가에 그쳤다. 최상층의 소득도 늘었는데, 하층만큼 많이 늘지는 않았을 뿐이다. 

 

기사에서 보고서를 인용해 다음과 같이 가설을 제시한다. “객관적으로는 소득 상위층에 해당하면서도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그룹에서 (소득점유율로 측정되는) 경제적 지위 하락을 ‘객관적’으로 경험하고 있고, 이들의 불만이 중산층 위기로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불평등이 낮아지면, 하위계층의 소득 점유율은 높아지고, 상위계층의 소득 점유율은 낮아진다. 이게 불평등 감소의 수학적 정의다. 그런데 점유율이 낮아져서 경제적 지위 하락을 "객관적"으로 경험한다니. 불평등이 낮아지면 상층의 객관적 경제 지위가 낮아진다는 왜곡된 주장이다. 정확히 기술하면 객관적 지위의 하락이 아니라 상대적 격차의 축소다. 다른 계층에 비해 가처분 소득 상승률이 낮으니 relative deprivation을 겪는다는 거다. 

 

이러한 변화는 걱정할 변화가 아니라 불평등이 낮아지는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