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가 다음 대선 이전, 현정부의 재분배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공식 불평등 지표다.  

 

아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2011년 이후 한국의 가처분소득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전반적 추세선에서 볼 때 현정부의 재분배 정책이 과거와 다른 성과가 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가처분 소득은 시장소득에서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제외하고, 정부보조금을 포함하여 최종 가구소득을 계산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가처분소득 50% 이하를 빈곤층, 50~150%를 중산층, 150% 이상을 상층으로 규정하고 2011년을 기준으로 각각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준다. 보다시피 중산층은 증가하였고, 빈곤층과 상층은 감소하였다. 문재인 정부 기간이나 그 이전이나 방향성의 차이는 없다. 다른 점은 변화의 정도이다. 

 

2012년부터 2016/17년까지 4.5년을 박근혜 정부 기간 (2016년과 17년의 단순평균), 그 이후 3.5년을 문재인 정부 기간으로 설정하여 비율 변화를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3.5년 동안 중산층은 57.9%에서 62.0%로 4.1%포인트 증가한다. 연간 대략 1.2%포인트씩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4.5년 기간동안 56.2%에서 57.9%로 전체 1.7%포인트, 연간으로는 0.4%포인트씩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의 중산층 증가 정도가 박근혜 정부보다 약 3배 높다.  

 

빈곤층은 박근혜 정부 4.5년 동안 18.3%에서 17.5%로 0.8%포인트 감소하여, 연간 0.2%포인트 정도 줄었는데, 문재인 정부 3.5년 동안에 다시 15.3%로 낮아져 2.2%포인트 감소하였다. 연간 0.6%포인트씩 줄었다. 박근혜 정부 대비 문재인 정부에서 3배 정도 빈곤층이 더 빨리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중산층이 증가하고 빈곤층은 줄었지만, 상층은 축소하였다. 박근혜 정부 기간동안, 상층은 25.5%에서 24.7%로 0.8%포인트만 줄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2.0%포인트가 줄었다. 상위 20% 언저리의 중상층이 불만을 가질만한 변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상층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증거는 소득 10분위별 가처분소득 상승율을 보면 더 명확히 드러난다. 아래 표는 소득분위별 두 정권의 연간 가처분소득 변화율이다. 

 

두 정권 모두에서 연간 가처분소득 상승률은 하위 분위가 상위 분위보다 높다. 두 정권 모두에서 불평등은 줄어들었다. 그런데 변화율에어 세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번째 차이는 연간 가처분 소득 상승율에서 6분위 이하는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높다. 아래 분위로 갈수록 그 차이가 더 크다. 즉, 문재인 정부 기간동안 하층의 소득이 박근혜 정부 기간동안 보다 더 급격히 늘었다. 

 

둘째, 중상층이라고 할 수 있는 7-9분위에서 문재인 정부의 연간 가처분 소득 상승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낮다. 중상층의 입장에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소득 증가율이 낮다. 공시적으로 하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낮을 뿐만 아니라, 통시적으로 박근혜 정부시절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소득 증가율이 낮아졌다. 

 

셋째, 최상위 분위의 소득상승률은 박근혜 정부에서 연간 0.6%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2.4%로 높아졌다.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최상위층의 가처분소득은 그 절대액이 줄어들기도 했었다. 상위 10%의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가 더 살만했다. 

 

표 1. 소득분위별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연간 가처분소득 변화율

  박근혜 정부 
(2012-2016/17)
문재인 정부
(2016/17-2020)
격차
최하위 분위 5.9% 10.0% 4.1%p
2분위 4.7% 6.6% 2.0%p
3분위 4.4% 5.3% 0.8%p
4분위 4.2% 4.7% 0.5%p
5분위 4.0% 4.4% 0.4%p
6분위 3.7% 3.9% 0.2%p
7분위 3.6% 3.4% -0.2%p
8분위 3.5% 3.2% -0.3%p
9분위 3.3% 2.7% -0.7%p
최상위 분위 0.6% 2.4% 1.8%p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들어 전정권 대비 가처분 소득이 가장 크게 증가한 집단은 최하 2개 분위이고, 그 다음은 최상층이다. 3-6분위의 중간층과 중하층의 입장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낫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7-9분위의 중상층은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 증가율이 박근혜 정부보다 절대 증가율에서 낮아졌고, 상대적으로도 하층 뿐만 아니라 최상층 대비에서도 박근혜 정부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중상층이 여론지배층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문재인 정부에서 대한 언론의 극단적 반감은 중상층의 경제적 처지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강남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장 크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집단도 이 계층이리라.  

 

 

 

불평등 관련해서 현정부가 처한 상황은 비록 상대적일지라도 중상층의 경제적 처지를 희생하며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빈곤층 축소, 불평등 약화라는 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객관적인 수치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성과는 여론주도층인 중상층의 상대적 처지 악화 속에서 이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 비해 세제헤택을 줄이지 않았다. 세금보다는 사회보장 부담금을 늘렸다. 아마 중상층의 반발을 염두에 둔 조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는데는 실패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안그래도 소득 측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중상층의 박탈감을 극대화했으리라. 코로나 정국이라는 위기를 맞이하여, 경제공동체 여론몰이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나마도 하지 않았다. 

 

 

 

Ps. 2021년의 지표도 위의 변화와 같은 방향을 보인다면,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차후의 평가는 좋아지긴 할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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