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보수화/극우화를 둘러싼 논란이 의미하는 것 두 가지.
* JTBC 여론조사: 70대 여론 빼닮은 20대…'이 대통령 부정 평가' 51%
화제가 된 JTBC 신년 여론조사인데, 20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부정 평가가 가장 높다. 이 보도는 20대를 성별로 나누지 않고 있다. 그런데 성별을 나눈 다른 결과를 보면, 20대는 대략 2~30%포인트의 성별 격차가 있고, 70대는 성별 격차가 거의 없다. 이를 감안하면, 20대 남성의 현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는 압도적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20대 남성의 보수화와 극우화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내용이다. 극우 정도를 본격적으로 조사한 지난 한겨레-정당학회 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은 70대 보다 상당히 의미 있는 격차로 더 극우적이었다 (한겨레: 70대 극우 지수는 0.22인데, 20대 남성은 0.30로 매우 의미 있는 수치).
느낌적 느낌으로 최근에 나온 글들은 이 경향 자체는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불과 6개월 전, 대선이 끝나고 이 논쟁이 불거졌을 때, 상당수의 스피커들이 이 경향을 부정했다. 극우화는 물론이고,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부정하는 칼럼이 넘쳐났다.
어떤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20대 보수화/극우화를 둘러싼 논란은 몇 가지 돌아볼 지점이 있다. 이 논란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의 어떤 경향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왜 많은 분들이 20대 남성의 보수화, 극우화를 부정했을까이다.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 기다려보자는 태도를 가지지, 신문 칼럼에 20대 남성의 보수화, 극우화를 부정하는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데이터가 부족했다는 변명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KBS 이대남 조사가 2021년 이었고, 유사한 결과를 재현한 경향신문 조사가 2022년이었다. 20대 남성에게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는 신호는 분명했다. Financial Times에서 지지정당으로 20대의 성별 격차를 분석한 기사가 나온게 2024년이다. 2022년에 한국일보는 "'이대남'은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되었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지점에서 성*연령에 따른 정치 성향의 통시적 변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전 데이터를 뒤져보는게 정상이다. 그러면 여러 척도에서 20대 남성의 변화가 확인된다. 2025년의 선거 결과는 이러한 경향을 재확인한 이벤트였다. 그 이후 한겨레, JTBC의 조사에서도 같은 경향의 반복이다.
논란이 되었던 시사인 분석을 보면 척도에 따라 20대 남성과 70대의 극우화 순위가 살짝 바뀐다. 하지만 두 집단 모두 극우적 성향이 다른 어떤 집단보다 높았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20대 남성이 매우 튀는 결과가 바로 나온다. 링크한 기사에 나오듯,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으므로 한국은 홍콩처럼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라는 극단적인 진술에 70세 이상 남자의 21%가 동의한 반면, 20대 남자는 44%가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남성 보수화/극우화 증거는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논란 자체가 한국 사회의 어떤 경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출생 아동의 남아 선호는 사라졌지만, 담론 차원에서는 자신들이 그리는 어떤 청년상을 실제 변화와 관계없이 옹호하는 듯하다. 느낌적 느낌으로 이 성향이 상당히 넓고 깊지 않나 싶다.
두 번째는 그럼 왜 20대 남성은 보수화, 극우화되었는라는 원인에 대한 분석이다. 현상 자체에 대한 동의도 안되었으니, 원인을 따지는 분석은 더 투박할 수 밖에 없으리라.
모두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대략 원인에 대한 분석은 세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경제적 어려움. 두 번째는 페미니즘, 그리고 세 번째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다. 세 가지가 서로 배타적인건 아니다. MBC 뉴스에서 나왔던 분석이 앞의 두 가지를 보여준다. 세 번째는 주로 칼럼에서 등장한다. 민주당 이중성에 대한 실망, 민주당의 보수화가 오히려 극우화로 이끈다는 분석 등이다.
20대 남성의 보수화/극우화는 매우 큰, 그리고 특이한 사회적 변화다.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그 원인에 대한 정치한 설명을 제공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설명은 그리 논리적이지 않다.
보수화, 극우화라는 상대적으로 쉽게 확인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부족해서 쉽게 주장할 수 없다고 하더니, 보수화/극우화의 배경이 되는 경제적 처지에 대해서는 데이터로 확실히 확인되지도 않는 설명을 쉽게 받아들인다.
한국 사회는 21세기들어 가장 발전한 선진국 중 하나다. 20세기말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상위권 중진국에서 확실한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1인당 GDP는 일본을 넘어서, 일본 여행이 싸게 느껴질 정도다. 이러한 확실한 경제발전은 대부분의 인구집단에게 득이 된다. 피케티의 유명한 <21세기의 자본>에서도 자본가를 살찌우는건 투자에 대한 리턴 rate인 r 이고, 민중을 살찌우는건 경제발전률인 g 이다. r > g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었는데, 20세기 중반의 짧은 기간 동안 r < g이었기 때문에 불평등도 줄어들고, 자본의 영향도 작았다는게 논리다. 한국의 높은 경제발전은 불평등을 줄이고, 그 혜택이 다수에게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런데 이 혜택을 특정 연령대만 보고 있다는게 세대론이고, 20대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논리다. 과연 그런가? 물론 특정 시점에 특정 부분에서 특정 세대에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정치적 대변혁을 가져올 물질적 기반이 될 정도로 큰가?
어떤 분들은 미국 사회의 극우 보수 등장과 한국 사회의 변화를 비슷한 것처럼 설명한다. 하지만 미국 아팔래치아 지역이나, 저학력 저숙련 계층이 겪은 지난 몇 십년의 변화는 한국의 변화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한국에서는 미국처럼 경제적 소외가 크게 증가한 그룹을 극히 찾기 어렵다. 적어도 지금까지 직접 분석하거나 들어본 바로는, 그런 집단이 없다.
시사인 기고문에서도 주장한 바지만, 지난 대선 직후 신수현 선생의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화이트칼러, 고소득 청년 남성 집중 지역에서 이준석 지지도가 높았다. 경제적 소외가 보수화의 경제적 배경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증이다. KBS 조사와 경향신문 조사 결과도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증이 된다.
청년층에게 그 나름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전면적 경제 상황의 후퇴는 상상하기 어렵다. 취업하기 어렵다는 말과, 취업해도 금방 퇴직한다는 모순된 말이 동시에 나온다. 취업이 어려우면 퇴사나 직장 이동이 떨어지는게 경제 현상의 상식이다.
소득 불평등이 증가하고, 중산층이 줄어든다고 외치다가, 그게 아닌게 증명이 되니, 주관적 중산층 의식으로 논의가 넘어갔다가, 이제는 자산 불평등으로 논의가 이동했다. 하지만 현재의 청년층 자산이 지난 세대의 자산보다 낮은지, 청년층 내부의 자산불평등이 증가했는지에 대한 실증적 분석은 (아직은) 없다.
20대 남성의 경제적 기반과 반페미니즘, 정책 선호, 정당 지지의 보수화를 연결하는 논리도 부실하다. 경제적 기반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니, 이념과 정책 선호의 연결 논리가 부족한건 너무 당연한 귀결이리라.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라는 논리는 사실 20대 보수화의 동어반복이다. 지지 정당이 보수화의 지표 중 하나인데,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원인이라는건 아무런 설명이 안된다. 20대 보수화의 책임을 특정 정당에 떠넘기기 위한 정치적 언술이지 분석이라고 하기 어렵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민정당이다. 연령대별로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지지 정당의 등락이 대략 같은 방향으로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이동하는게 일반적이다. 특정 연령 집단만 특정 정당에 더 크게 실망하는 것 자체가 분석되어야 하는 현상이지, 설명이 아니다.
이러한 분석의 부족은 상당 부분 데이터의 한계에 기인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연구 의지 부족에 기인한다. 주장은 넘치는데 분석은 부족하다. 달리 질문하면, 분석이 부족한데도 왜 주장이 넘칠까? 그렇다고 여러 가설이 제기되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