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아마도 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연구한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가 발표되었다. 며칠 전에 여러 언론에서 크게 보도했는데, 국회 입법조사처에 보고서 원문이 오늘 올라왔더라.
처음에 기사를 보고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보고서를 읽어보니 씁쓸하다. 여러 할 말이 있지만, 몇 가지 핵심적인 점만 지적하고자 한다.
비판을 하기 전에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가 뭔지를 간단히 설명하면, 불평등을 소득만이 아니라 자산, 소비, 교육, 건강 등 다른 차원에서도 봐야한다는 거다. 이 번 입법조사처 연구에서는 소득, 교육, 건강, 자산 이렇게 4개 차원을 고려한 것이다. 상식적인 아이디어로 간주하기 쉽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한건 아니다.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가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건 기회가 되면 다음에 자세히).
처음 기사를 접하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다차원 불평등 지수의 값이 너무 작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산불평등이 늘어서 2011년 대비 2023년의 다차원 불평등 지수 값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이 번에 발표된 불평등 지수는 아래 각 차원별 불평등 지수의 가중 평균이다.

불평등 연구자들은 이 숫자를 보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바로 들 것이다. 자산 불평등이 저렇게 낮다는게 말이 되나? 2011년에 소득불평등 지니는 .31이었는데, 자산은 .23 이었다고? 심지어 2013년에는 .21에 불과하다고? 이 블로그에서 여러 번 얘기했지만,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자산불평등이 소득불평등 보다 높다. 적으면 1.5배 대부분 2배에 달한다. 아래 그래프는 이 전 포스팅에 올렸던거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낮은 편이라 .57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는 2023년에 많이 올라서 .32다. 누구도 믿지 못할 수치다. 이렇게 이상한 숫자가 나오는건, <한국복지패널>이라는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복지패널은 총 표본이 7천명이지만, 그 중 3,500명은 빈곤층 부스터 샘플이다. 자산은 상층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상층 표본이 잡히지 않으면 불평등이 과소 평가 된다. 복지패널은 조사 목표가 불평등 측정이 아니기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불평등 측정의 공식자료는 가금복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 말미에 붙어 있는 부록을 보면 가금복에 기반한 자산 불평등 수치의 변화가 있다. 아래 그래프다. 보다시피 자산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 보다 2배 정도 높다. 뿐만 아니다. 자산 불평등은 2012에서 2017 사이에 급격히 하락했다가, 그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에도 2012년 불평등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입법조사처 연구에서 .23에서 .32로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수치다. 2012년과 비교하면 현재의 자산불평등은 3% 정도 감소했고, 자산 불평등이 가장 낮았던 2017년과 비교하면 3% 정도 증가했다. 이 번 보고서에 나온 50% 증가와는 천양지차다.

이 번 연구에서 소득보다 자산 격차 때문에 2012-2023년 사이에 전체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결론은 데이터의 문제로 내린 잘못된 결론이다. 소득 불평등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산 불평등의 상승이 심각하게 과대 측정되어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보고서 27쪽에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문구가 나오며, 데이터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한다. 이 보고서는 그 비판에서 과연 자유로울지. 점잖게 썼지만 보고서 말미에 있는 김윤태 교수의 토론문이 이에 대한 비판이다. 다차원적 불평등 지수의 유용성에 동의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공식 통계와 완전히 모순되는 자산불평등 추정치를 별도의 설명없이 그대로 사용한 이유가 뭔지.
참고로 아래 표는 입법조사처에서 사용한 Araar (2009)의 다차원 지수를 유럽 국가에 적용해서 계산한 Wronski의 연구다 (원문은 요기). 사용된 변수는 소득, 자산, 소비로 입법조사처와는 다르지만, 다른 국가는 어떤지 대략적으로 볼 수 있다. 이 결과를 보면 입법조사처의 연구가 왜 잘못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아래 보다시피 자산 불평등 지수 지수는 소득보다 훨씬 높다. 소비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작고. 이게 매우 보편적인 경향이다. 그렇지 않게 보고한 입법조사처 연구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두 번째로 입법조사처 연구에서 자산불평등이 다차원 지수를 설명하는 비중이 늘었다고 하는데, 이건 너무 당연한 것이다. 아래 표가 입법조사처 연구다. 2011년에 다차원 지수의 26%만 설명하던 자산이 2023년에는 36%로 35%의 소득과 비슷하게 바뀌었다.

그럼 자산 불평등이 이 정도 기여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 위해, Wronski의 유럽 연구를 다시 보자. 아래 보다시피 자산불평등의 비중이 평균 50%를 넘는다. 입법조사처 연구처럼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 종합 지수 기여도 비슷한게 아니다. 이 연구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를 봐도 자산불평등이 종합지수를 지배한다는 결과는 여럿이다. 불평등 연구자라면 그 이름을 모를 수 없는 Fisher, Smeeding이 연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요기). 그러니까 자산불평등이 종합지수에서 지배적으로 되는건 상식이다. 왜냐하면 다른 어떤 지수보다 자산불평등 지수가 더 크니까. 그렇지 않게 나오면 이상한거지.

자산불평등이 지배적으로 되었다는게 발견이 아니라, 입법조사처 연구에서 2011-2018에 자산 불평등의 기여도가 소득 불평등 보다 낮았던게 이상한거다.
비판은 이쯤하고, 이 보고서에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점 두 가지만 얘기하자. 우선 세대 내 불평등에 대해서.
입법조사처 연구는 세대별 4개 불평등 지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아래는 MZ세대의 변화다. 전체에 비해 표본수가 작기 때문에 추정치의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대략적인 경향은 볼 수 있다. 보다시피 MZ 세대 내부에 소득 불평등은 감소했다. 청년 세대 내부에서 소득불평등이 커저서 문제라고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데, 적어도 이 자료는 그러한 주장에 대한 반증이다. 청년 세대 내부에서 가처분 소득불평등이 줄었다. 청년 내부 불평등 확대론에 기반해 주장을 피는 분들은 그 전제가 맞는지 좀 더 확인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4개 차원 간의 상관관계다. 여러 차원 간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 다차원 빈곤 내지는 부유층이 집중된다는 의미다. 반면 상관관계가 낮아지면 한 차원의 상하 여부가 다른 차원의 상하 여부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아래가 상관관계 표다. 일부 상관관계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만 실체적으로는 무의미한 수준에 가깝다. 0.10 이하의 상관관계에서 큰 의미를 찾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득과 자산의 상관관계가 2011년 .38에서 2023년 .30으로 낮아졌다. 자산 부자와 소득 부자의 불일치가 커졌다는 거다. 예전에 한 번 포스팅한 status inconsistency의 또 다른 증거다. status inconsistency의 증가는 계층 이동이 활발하다는 간접적 증거다. 계층 이동이 줄어들면 두 변수의 상관관계가 더 높아질 개연성이 높다. 둘 간의 상관관계가 늘었다는건, 하위 자산 출신자들이 상위 소득층으로의 진입이 늘었다는거다. 사회이동이 약화된게 아니라 강화되었다는 또 다른 증거다. 물론 이런 증거는 해석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팔리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초간단 정리하면,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연구하는 것 자체는 논의해볼 수 있지만, 보고서의 핵심 발견은 신뢰하기 어렵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정부 공식 자료인 가금복을 이용해서, 소득, 자산, 소비, 교육 등의 차원으로 다차원 불평등 지수를 측정하면 입법조사처의 연구와는 상당히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