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련 이슈가 핫하지만, 아는게 제대로 없어서 뭐라 떠들 주제는 안되고...
최근 인터넷을 달구었던 6,500원 집밥 배달 얘기나 좀.
사실 개인적으로 모친의 요리 실력이 출중한 편이 아니었던 탓인지 집밥에 대한 환상은 별로 없음. 밖의 음식을 먹으면 허하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음. 외식 맛의 비밀이 MSG에 있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왜 우리 어머니는 음식에 MSG를 더 넣어서 맛을 끌어올리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해먹을 때는 MSG와 기름 범벅을 만들고 (라면에 MSG 추가 해보셨음?).
어쨌든 많은 분들이 집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데, 이건 일종의 노스탤지어지 집밥의 미래는 없다고 확신함.
GfK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2015년에 음식 관련 국제 서베이를 한 적이 있음. 이 서베이에서 요리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몇 시간이나 요리하는지 물어봄. 그 결과가 아래와 같음.
우선 요리에 대해서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 한국사람이 요리에 대해 가장 관심 없음. 남녀 공통임. 먹방은 좋아하지만 직접 요리하는거 별 관심 없음.
그럼 요리하는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집에서 요리하는데 보내는지. 역시 한국이 꼴찌. 요리에 제일 적은 시간을 보냄. 요리에 관심도 없고, 요리 하지도 않음. 역시 남녀 공통임. 연령별로 나눠 봐도 크게 다르지 않음.
가정주부도 남자들이 매일 야근에 외식인데 뭐 때문에 요리하겠음. 자식들도 매일 학교에서 급식 먹고, 저녁에는 학원 다니느라 바쁜데. 한국은 외식 비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훨씬 싸기 때문에 집밥을 해먹을 유인은 더욱 떨어짐.
앞으로도 집밥이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음. 소득이 증가하고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집밥 문화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임.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집밥을 찾는건, 현재 자신들이 하지 않고 있는 행위에 대한 노스탤지어거나 실제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일 연속극에서나 볼 수 있는 과거를 상상하는 문화 지체 현상임.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집밥과 가장 많이 멀어져 있는 국가임. 말만 많이 할 뿐. 집밥 백선생이 어디 집밥 선생임? 밥집 선생이지.
그럼 앞으로 집밥은 완전 끝?
다른 국가의 변화가 한국에서 일어날 변화의 지표라면, 앞으로 집밥은 여성이 덜하고 남성이 더 하는 변화를 겪게 될 것.
누가 집에서 요리하는가에 대한 미국의 연구를 보면, 1965-66년에 미국 남성의 29%, 여성의 92%가 집에서 요리를 하였음. 그런데 2007-2008년에는 그 비율이 남성은 42%, 여성은 68%로 변화. 남성은 14%포인트 증가하고, 여성은 25%포인트 감소하였음.
요리하는 사람들 중에서 하루에 몇 분이나 요리에 쓰는지를 보면 남성은 1965-66년에 37분에서 2007-08년에 45분으로 8분 증가했지만, 여성은 113분에서 66분으로 47분 감소함.
전체적으로 집밥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줄고 시간도 줄었지만, 남성은 비율과 시간 모두 증가. 집밥이 먹고 싶으면 남성이 직접 해먹는 방식으로 세상이 변해왔고, 한국도 다를 바 없을 것.
그런데 이런 변화가 계층적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함. 상위계층에서는 더 빨리 집밥 노스탤지아를 버리고 보다 평등한 가족관계를 수용하고, 하위계층에서는 외식의 퀄러티가 상위계층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 집밥 노스탤지아에 집착하며 가족 내부에서의 불평등이 지속되는 그런 식의 변화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