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기사: "고등학생 자녀 가구, 소득 증가분만큼 사교육비 부담도 늘어나"

김현철 (2020) 논문 원본

 

기사에서 나온 사교육비 부담 증가와 더불어 살펴볼 것이 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가구 중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증가율보다 높다는 것이다. 

 

논문에 기재된 아래 표를 보면 200만원 이하 소득층은 2007년에 고교 자녀 사교육비 투자가 100일 때, 2018년에는 151로 50% 넘게 증가했는데, 7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2007년 대비 2018년에 1.5% 감소하였다. 

 

전반적으로 소득상층보다는 소득하층에서 과거보다 사교육비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늘었다는 것. 기사에 쓰여있듯 이렇게 교육에 올인하는 것이 저소득층의 가계경제에 도움이 안되니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과 더불어 이 결과로 부터 알 수 있는 함의 중 하나는 저소득층에서 소득이 증가할 때 교육투자를 더 많이 하였고, 따라서 교육투자의 계층별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논문을 보면 2007년에는 고교생 자녀가 있는 700만원 이상 소득층이 200만원 이하 소득층 보다 사교육이 6.8배 더 많은 돈을 썼는데, 2018년에는 그 격차가 4.3배로 줄어든다. 

 

이 격차 감소의 함의가 무엇일까? 교육투자의 효과도 체감한다. 달리 말해 사교육비 투자를 5만원하다가 10만원할 때의 효과가 사교육비 투자를 100만원 하다가 105만원하할 때의 효과보다 훨씬 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소득계층에 따른 고등학생의 성취 격차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여기에 또 한가지 기억할 점은 한국에서 2009년을 기점으로 가구소득 불평등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소득 불평등은 줄어들어 저소득층의 소득이 고소득층보다 더 빨리 증가했고, 이들 저소득층의 교육 투자도 고소득층보다 더 빨리 늘었다. 

 

따라서 이 결과는 1990년대생은 교육성취가 계층에 따라 과거보다 더 강하게 세습된다는 주장에 반하는 증거 중 하나다. 저소득층이 고교 자녀에게 과거보다 교육투자를 더 많이 하고, 계층에 따른 교육투자의 상대적 격차가 줄었는데, 대학 진학은 과거보다 더 강하게 세습된다는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 

 

교육사회학 전문가인 최율, 최성수 교수가 페북에 사교육 확대가 일반적 예상과 달리 교육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이 논문의 결과는 이 분들의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일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한국은 전국민이 교육투자에 올인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자원이든 자원이 주어지기만 하면, 모두가 그 자원을 활용하여 경쟁을 격화시키고, 그로 인한 계층간 격차는 줄어든다. 경쟁의 격화는 피곤한 일이지만, 계층 격차를 완화시키는 효과도 나타나는 것이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최근 교육불평등이 더 커졌다는 일련의 불만은 실제 계층별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는 교육 세습에서 배타적 이득을 누렸던 중상층이, 계층 격차 완화의 필연적 결과인 새로운 경쟁의 등장에 저항하는 목소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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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2020.05.25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교육 격차의 축소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들어 외고 등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 고소득층 출신이 많은 상황에서 특목고를 통한 교육격차는 사교육비 증가율에 잡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바이커 2020.05.25 1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하신 특목고-자사고 효과에 대해서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이전 포스팅에서 얘기했듯 계층에 따른 (명문대) 대학 입학 확률의 통시적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2. alephgong 2020.05.25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위 글에서 " 과거에는 교육 세습에서 배타적 이득을 누렸던 중상층" 대목에 대한 말씀을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 바이커 2020.05.25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존 연구를 보면 교육세습 확률이 과거에 더 높았습니다. 대학 교육이 팽창하면서 중하층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3. 애독자 사마귀 2020.05.25 1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항상 재독 삼독 하며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
    조심스럽긴 하지만, 최근 교육불평등이 더 커졌다는 일련의 불만은 실제 계층별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는 교육 세습에서 배타적 이득을 누렸던 중상층이, 계층 격차 완화의 필연적 결과인 새로운 경쟁의 등장에 저항하는 목소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설명은 성평등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바이커 2020.05.25 2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의합니다. 대충 계산해보면 명문대 출신 남성이 느끼는 경쟁이 과거에 비해 3~5배 정도 높아졌을 겁니다.

  4. Gatsby 2020.05.26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2008년 실시한 입학사정관제와 이를 계승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인해 사교육비조사대상 외 비용이 고소득구간에서 크게 확대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조국 전 장관의 자녀교육과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과 같은 예시들이 교육 세습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만들고 확신하게 하는것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대학 입시를 위해 국외여행/연수를 떠나거나 고가의 악기를 배우는 일, 부모의 인맥을 활용하여 특별한 이력을 만드는 일 등은 경험적으로도 아주 드문일은 아니었다고 느껴집니다.

    • 바이커 2020.05.26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종은 지역균형선발도 있어서 반드시 상위계층에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부모를 통한 이력만들기 학종은 짧은 기간에만 존속했습니다.

      조기유학과 해외 대학 응시는 고소득층 자녀를 해외로 보낸 경우라 한국 내 입시 경쟁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한국에서 저소득층의 명문대 입학 확률을 높이는 요인이죠.

  5. orfeu 2020.05.26 2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최근 교육불평등이 더 커졌다는 일련의 불만은 실제 계층별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에는 교육 세습에서 배타적 이득을 누렸던 중상층이, 계층 격차 완화의 필연적 결과인 새로운 경쟁의 등장에 저항하는 목소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아마 위의 저 부분이, 사람들의 직관-소득에 따른 교육 및 대입성과의 불평등과 그 격차는 계속 확대중이다-에 배치되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경쟁의 등장에 저항하는 목소리' 라기에는, 조국 교수의 경우와 같은 사회적 격차-대입입시로 연계되는 고소득·사회지도층에 대한 비난이 훨씬 큰 것이 설명되지 않습니다.

    제 가설은 이렇습니다.
    과거에는 철저히 시험 위주의 정량평가로 대입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A) 0.01%의 시험 부정 입학도 존재할 여지가 없었으나
    (B) 소득에 따른 사교육의 영향은 비교적 컸던 반면,
    최근에는 다양한 입시전형의 등장으로
    (A) 고소득·사회지도층의 부정 (및 편법) 대입이 1%? 10%? 또는 20%? 정도 발생가능하게 된 반면
    (B) 소득에 따른 사교육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교육 투자 증가, 지균 전형, 인터넷 강의 확산 등)

    다만 B에 비해 A가 훨씬 눈에 잘 띄죠.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쉽고.

    • 바이커 2020.05.27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들이 다 잊었지만 옛날에는 걍 돈주고 대학가기도 했습니다.

    • orfeu 2020.05.27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때는 돈으로 대학가기도 했었다는 기억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교육, 정확히는 대입에서의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때문에 '돈으로 대학 입학증을 사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딸도 결국 일종의 상징인 sky는 못 갔고, 모 재벌가에서는 자녀 셋이 한 명도 인서울도 못했고, 또 다른 모 재벌가에서는 자녀 중 한 명 있는 서울대 진학한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자랑했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죠. 지금보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의 영향은 컸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기본적으로는 시험 점수에 의한 줄세우기의 틀에서 재벌이나 권력자도 자유롭지 못했다는 반증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질적인 교육 및 기회의 평등은 개선되고 있는데, 실제 몇몇 사례들(로스쿨: 재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로 기회 제한, 대입 수시: 상위층에 유리한 수상/논문/경력) 이 사람들의 눈에 잘 띄다 보니 기회의 평등이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밖에요.

      (차라리 비리입학, 기여입학을 해! 그럼 돈자랑한다고 손가락질 할 수나 있지, 이제 정식으로 제도의 틀 안에서 대학(원)까지 세습하겠다는 거냐?)

조선비즈 기자: 소득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층만 정부 혜택 못 받아

 

여전하다. 통계를 제공하면 내용을 숙지하고, 데이터 blip에 의한 소음을 제거하고, 추세와 함의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래야 비판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언론에서 이런 기본을 제쳐두고 통계를 이용해서 뭔가 물어뜯을 소재가 없는지 찾는 하이에나 기사만 넘쳐난다. 

 

가끔보면 통계를 이용한 사회현실 파악이 쉬운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계 숫자를 통해 사회를 볼려면, (1) 통계 지식, (2) 그 통계와 관련된 분야의 지식, 그리고 (3) 통계 숫자를 연결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사회학적 상상력 (=통찰). 이 세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이 번 기사는 두 가지 점에서 황당하다. 

 

하나는 통계청에서 공적이전에 대해 다 설명해도 무시한다는 거다. 소득 중간층인 3분위는 다른 분위에 비해 가구구성원 중 아동과 노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니 당연히 공적이전 소득이 작다. 

 

한국 공적이전은 (1) 소득 하층 지원 + (2) 아동/노인 타겟 집단 지원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당연히 소득 하층도 아니고, 아동/노인도 없는 가구의 공적이전 소득이 작고, 이러한 가구 구성의 비율이 높은 3분위의 공적 이전 소득은 다른 분위보다 작다. 

 

소득 중간층의 인구 구성이 다른 층위와 다른걸 어쩌란건지. 여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마치 40대 장년이 아동수당 나는 왜 안주냐고 떼쓰는 것과 같은 논리다. 

 

두번째는 소득 분위의 인구/가구 구성은 가계동향조사를 할 때 마다 바뀐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두 번째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래서 한 편으로 이런 기사를 쓴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소득 중간층의 공적 소득 이전이 줄어든 것은 소득 3분위에 대한 공적이전 소득을 줄인 것이 아니라, 원래 공적이전 소득이 별로 없던 가구가 소득3분위로 이동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무슨 이유에선가 소득 하층도 아니고 가구에 아동, 노인도 없는, 사업소득이 많은 가구가 소득3분위로 집중된게 지난 1분기 가계동향조사의 결과다. 

 

아래 표에서 분위별 통시적 소득 수준의 변화는 (a) 원래 그 분위에 속했던 가구에서 과거와 비교해 항목별 소득이 증감한 것과, (b) 원래 그 분위에 속하지 않았던 가구가 소득 수준 변화로 해당 분위로 재편성됨으로써 생겨난 소득 구성의 변화가 같이 작용한 결과다. 전자는 기자가 비판한 내용이 될 수 있고, 후자는 순전히 인구 구성의 변화다. 둘 중 어느 효과가 더 큰지는 이 표로부터 알 수가 없다. 다만 통계청의 설명은 (b)의 효과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더 설명해 보자, 아래 표에서 3분위 가구는 사업소득이 25.2% 증가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식으로 해석하면 3분위 가구만 사업이 잘되도록 정부에서 무슨 혜택을 준 결과인가? 4분위의 사업소득은 12.3% 줄어드는데? 당연히 그게 아니다. 코로나 사태 중에 사업소득이 높았던 (아동, 노인이 가구원으로 없는) 가구가 과거보다 더 3분위에 집중되었다는 의미다. 추측컨데 과거에 4분위에 속했던 사업소득의 비중이 높았던 집단이 사업소득이 줄면서 3분위로 위치가 바뀌고, 과거 3분위에 속했던 노동소득이 높았던 집단이 4분위로 바뀌었을 수 있다. 즉, 개별 가구 단위로 보면 3분위에 속한 가구가 사업소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분위별 가구 구성의 composition 변화 효과가 가구 내 rate 변화의 효과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아마도 코로나 사태의 효과와 관련된) 우연이다. 모든 통계는 가끔 그런 일이 생긴다. 그래서 blip인지 아닌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그러니 아래 표에서 개별 소득 항목을 증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위에서 한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분위별 전체 소득의 증감 이외에 각 항목별 소득의 증감은 가계동향조사와 이 조사를 이용한 분위 측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으면 실제 함의를 파악하기 어렵다. 

 

세부항목에 대한 수치를 발표할려면 (a) 가구별 항목별 소득 증감에 의한 변화의 기여분과 (b) 분위별 가구 구성 변화에 의한 변화의 기여분을 각각 계산해서 보여주든지, 아니면 차라리 항목별 변화율은 발표하지 않는게 나을 것이다. 통계청에서 둘을 구분하지 않고 항목별 소득 변동을 보여주니 모든 변화가 (a)인듯한 뉘앙스의 잘못된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통계청에서 (a)와 (b)를 구분하여 분석할 수 있는 가구식별자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사를 바로잡는 분석도 불가능하다. 설사 원자료가 공개되더라도 어느 효과가 더 큰지 연구자가 알 방법은 없다. (그러니 제발 식별자 좀 공개하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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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E 2020.05.23 0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과는 다른 이야기인데, 교수님은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Ee 2020.05.23 0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 논조가 삐딱하니 선동인 듯 하지만 들여다볼 부분이라고 생각은 되네요. 말씀처럼 어려운 부분입니다만 더 정교한 정책을 위해서 연구가 필요하겠군요.

  3. EE 2020.05.25 0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Ee님은 제가 아닙니다.

  4. lol 2020.05.27 0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당 기자가 자기 페이스북 포스팅에 소개해서 타고 왔습니다.

    "주어진 자료만으로는 당신이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 아닌지 알 수 없으므로 당신의 주장은 지나치게 강한 주장이다." 라는 말을 들으면 가능한 반론은 "~하고 ~하기 때문에 주어진 자료만으로도 내 주장을 뒷받침 하기에 충분하다." 여야겠지만......

시사인 기사: 민주당 장기집권 ‘문재인 뉴딜’에 달렸다 (천관율)

 

재미있는 기사. 일독을 권함. 그런데 기사 후반에 가면 한국에서 포퓰리즘의 등장 가능성을 제시하며, 그 근거 중 하나로 소득 상위10%의 소득 집중도 상승을 들고 있다. 

 

소득 상위 10%의 집중도 상승은 맞는 얘기인데, 그렇다고 이 근거만 가지고 한국에서 10% vs 90%의 전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단할 수 없다.

 

왜 그런지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의 독특성을 좀 살펴보자.  

 

우선 상위 10% 얘기부터. 

 

미국과 유럽은 상위 10% 보다는 상위 1%의 소득 상승률이 높고, 상위 1%보다는 상위 0.1%나 0.001%의 소득 상승률이 높다. 중산층보다는 고소득층, 고소득층보다는 초고소득층이 점점 더 잘 살게 되는 사회다. 

 

하지만 한국은 상위 1%와 상위 10%의 소득 상승률에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상위1%나 재벌만 욕하는 것이 실제 사회변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과 다르니까. 

 

한국에서 상위 10% 내부의 소득집중도 변화를 가장 깊게 연구한 사람 중 한 명이 노동연구원의 홍민기 박사다. 이 분의 홈페이지를 보면 발표된 논문 뿐만 아니라 가장 최신의 데이터까지 업데이트되어 있다. 

 

그럼 당연히 상위 10%만 잘나간다는 판단이 맞는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거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하나는 상위 10%의 집중도가 높아진 이유가 하위 90%와의 격차를 벌린 것인지 아니면 상위 20% 내지는 50%가 비슷하게 상승하고, 하위 50%가 낮아진 것인지다. 이 질문은 상위10% 집중도 강화가 중간층의 희생의 결과인지, 아니면 상위50% 전체의 소득이 높아지고 하위50%의 소득이 낮아지는, 빈곤강화의 문제인지를 가르는 것이다.

 

상층 강화든 빈곤 악화든 상위 10%의 통계에서 소득집중도는 높아진다. 하지만 둘의 문제는 전혀 다르다. 상위 10%의 소득집중도 강화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간층 희생이 결과로 생각하지만 그런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  

 

상위 10% 소득집중도 강화와 관련된 또 다른 이슈는 개인 소득의 변화와 가구 소득의 변화가 같은지 아니면 다른지다. 상층 소득의 집중도를 연구한 홍민기 박사나 김낙년 교수의 연구는 개인을 분석 단위로 한다. 한국은 세금보고가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이기 때문에 분석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삶은 질은 개인 소득이 아니라 가구 소득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에서 개인소득과 가구소득의 변화를 같이 볼 수 있는 장기 데이터는 없다. 최근에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두 소득을 모두 포괄하지만 통계청에서 원자료를 일반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개인소득 자료를 가지고 전체 불평등을 재단해서는 안된다.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가구균등화 소득으로 한국에서 상위 10%와 중간층의 격차가 벌어졌는지, 아니면 상위 50%와 하위층의 격차가 벌어졌는지를 살펴보면, 한국의 불평등은 완전히 하위 50%의 소득 감소에 의해서 추동되었다. 

 

아래 그래프는 (1) 상위10%를 가르는 분기점의 소득과 중위 50%를 가르는 분기점의 소득의 비 (=P90/P50), 그리고 (2) 중위 50%를 가르는 분기점의 소득과 하위 10%를 가르는 분기점의 소득의 비 (=P50/P10)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료의 소스는 가계동향조사다. 소득 불평등이 증가한 1992~2008년까지의 장기간 동안 가구 소득상승률의 측면에서 상위 10%와 중간층의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거의 전적으로 불평등은 하위 소득의 악화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상위10%와 하위90%를 대비시키려는 정치적 시도가 성공하기 어렵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가구단위로 보면 상위 1%, 상위 10%, 중간층이 통시적으로 비슷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한국 불평등의 가장 큰 문제는 하층의 소득 하락, 빈곤의 문제다. 상층을 고립시켜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정치적으로 더 어렵다. 하위 90%나 99%의 동맹을 형성할 수 없고, 정치적 목소리가 작은 소득하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목소리가 큰 상위 50%의 지지를 받아 상위 50% 자신의 (일정 정도의) 희생을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의 최저임금 논쟁을 상기해보라. 최저임금 상승은 소득하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정책을 실제로 실행하자 그 지지는 낮아졌다. 잘못된 통계에 기반한 공격이었지만, 최저임금 상승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낮아지고 경제를 망친다는 목소리만 높아졌다.

 

한국에서 계급정치가 어려운 것은 정치적으로 액티브한 상위 50%의 지지를 받아, 정치적으로 활동이 없는 하위 20%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션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지지와 정책적 혜택의 불일치가 있다. 하위 20%는 노인빈곤이 많다. 민주당보다는 보수당을 더 지지한다. 정책적 혜택을 받는 층이 자신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치를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한국은 상위50%가 하위20%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소득 안정성)과 하위20%의 혜택을 늘리는 것(소득 불평등 축소)을 교환해야 한다. 계급적 이해에 기반해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동맹을 형성하기 매우 어렵다. 경제성장의 열매를 상위 50%가 공유했기 때문에,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레토릭이 큰 힘을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 힘은 약화되었지만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성장 레토릭을 포기하기 어렵다. 

 

우리가 이렇게 잘난 나라인데 하위 20%가 빈곤하다는게 말이 되느냐. 이런 레토릭이 오히려 더 잘 먹힐 것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존슨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의 논리가 바로 이거였다. 앞으로도 정치적 동원과 국뽕을 계속 보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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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꺼비 2020.05.21 0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상위 50프로가 하위로 떨어지지 않는 소득 안정성을 보장한다는건 반대로 하위 20프로가 상위로 올라가는걸 어렵게 만드는거라고, 다시말해 계층이동의 가능성을 줄이는거라고 생각해볼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걸 ‘기회의 평등’, ‘공정한 경쟁(과 그 결과에 대한 방임)’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 바이커 2020.05.21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죠. 하지만 이건 세대 "내" 이동성의 문제입니다. 세대 내 랭킹은 대부분 노동시장 진입 초기에 형성되고, 연령에 따라 변화합니다 (age-earnings profile).

      한국사람들이 민감한 세대 "간" 이동성은 오히려 경제적 안정이 이루어지고 불평등이 크게 약화될 때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Great Gatsby Curve).

    • 두꺼비 2020.05.24 1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2. sociolib 2020.05.22 0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60년대 미국 윌슨 대통령이 아니라 린든 존슨 대통령이 맞을 것 같습니다.

    • 바이커 2020.05.22 0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저도 왜 윌슨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포스팅에 대한 반론으로 조귀동 기자가 페북에 올린 글을 봤는데, <세습 중산층 사회>의 표는 인플레이션 조정이 안되어 있어서, 서울4년제와 지방대/2년제 졸업 청년층 모두의 노동시장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왜 반론인지 모르겠다. "지방대나 2-3년제 대졸 취업자 전체의 소득은 꾸준히 오른 수치를 보였다"(p.62)라고 조귀동 기자 본인이 책에 썼다. 비슷한 주장이 책에 여러 번 나온다. 본인의 책이 틀렸다는 얘기를 반론이라고 쓰면 어떻게 하나. 그것도 그 책의 수치는 맞다고 가정하고 비판한 사람에게.  

 

뭐가 되었든 대졸 청년층의 출신 학교에 따른 소득 격차가 줄었다는 것은 숫자로 보여진다. 지방 4년제 뿐만 아니라 2년제만 따로 떼놓고 봐도 소득 격차가 줄었다. 그러니 지방의대나 공대같은 논리는 반론이 되기 어렵다. 

 

여기서 청년층의 소득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대졸 20대 청년층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면 중산층 세습이 아니라 이철승 교수가 제기한 세대간 불평등의 문제로 주제가 바뀐다. 

 

이 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청년층의 소득 변화는 생각보다 복잡한 현상이다. 

 

한국에서 청년층의 교육 수준은 꾸준히 상승하였다. 아래 그래프는 1960년 이후 한국 25-29세 청년층의 교육수준 변화를 보여준다 (다른 연구를 위해서 직접 계산한 것이다). 

이렇게 20대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생긴 현상 중의 하나가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독립가구를 형성하는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대 중 가구원의 비율은 늘어나고 독립 가구주의 비율은 격감하였다. 21세기 들어와서 그 변화가 더욱 심화되었다. (역시 인구총조사 원자료를 이용한 계산)

 

이렇게 20대의 가구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20대 문제를 <가계동향조사>로 연구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가계동향조사>는 가구원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 안되고, 2009년 이전에는 1인 가구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인이상 가구주를 주 대상으로 하는 <가계동향조사> 분석은 아래 그래프에서 2015년 현재 단지 13.5%에 불과한 20대를 대상으로 한다. 그나마 2009년 이후에 1인 가구를 조사대상에 추가하였다. 

 

20대 가구주 비율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20대 청년 개인의 노동시장이 악화되어 독립가구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 다른 하나는 독립가구를 형성하지 않고 삶을 꾸려나갈 자원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20대 청년이 노동시장 활동을 뒤로 미루는 것. 

그래서 계산해 본 것이 20대의 개인 소득과 20대가 속한 가구의 소득 변화이다. 노동시장 진입을 미룰려면 개인 소득은 낮아지더라도 가구 소득은 증가해야 한다. 그래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아래 표가 결과인데. 가구주 뿐만 아니라 가구원까지 포함한 (인플레이션 조정 후) 소득 변화이다. <가계동향조사>에서 20대의 가구원 비율이 높기 때문에 논리적/통계적 추론을 통하여 가구원의 소득을 impute한 후 추정한 것이다. 실제 소득은 조금 다를 수 있는데, 다른 자료와 교차 검증을 통해서 그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아래 표에서 개인 소득 증가율을 보면 20대 후반의 소득 증가율이 다른 세대보다 낮다. 소득의 세대별 격차, 특히 40-50대와 20-30대의 격차가 커진 것이다. 이철승 교수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런데 가구균등화 소득으로 보면 25-29세의 증가율이 60세초반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다. 20대 후반 세대의 자기 개인 소득은 낮아졌지만, 20대 후반 세대가 속한 가구 소득은 오히려 높아졌다. 균등화 소득은 가구소득을 가구원수에 따라 조정한 소득이기 때문에 균등화 소득이 높아졌다는 것은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삶은 즐기는 20대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소리가 나오는 근거다. 

 

아마도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개인 소득 상승과 20대 후반의 가구 균등화 소득 상승이 맞물려 있을 것이다. 86세대의 소득 증가와 20대 후반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지체가 맞물려있다. 건물주의 자식만 노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의 자녀도 경향적으로 과거와 비교해서 노동시장에 덜 진입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인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은 40대의 가구 균등화 소득 증가율은 가장 낮다. 70년대생 40대가 개인 소득은 높아졌지만, 가구 구조의 변화로 인하여 균등화 소득 증가율은 가장 낮다. 이들 세대가 현재의 삶이 상대적으로 가장 팍팍하다고 느낄 것이다.

  개인 소득 증가율 (2009~2019) 가구 균등화 소득 증가율 (2009~2019)
25-29 12.3% 22.1%
30-39 13.4% 12.5%
40-49 28.2% 9.4%
50-59 23.1% 18.2%
60-64 45.5% 25.4%

 

20대 후반에 노동시장에 풀타임으로 진입하지 않고 알바 등으로 지내는 인구는 (1) 인적자본 등의 부족으로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층, (2) 자원이 있어서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는 층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졸자의 경우 엘리트 대학 출신일수록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더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고 있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고학력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든 수요 요인이다. 하지만 대학이 보편화 되면서 대학원 진학이 증가한 것일수도 있고, reservation wage가 올라가서 좋은 일자리가 생길 때 까지 기다리는 등의 공급 요인도 있을 수 있다. 20대 가구 균등화 소득의 증가는 공급 요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뭐가 되었든 20대 후반 연령의 노동시장 성과는 좀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구학적 변화와 노동시장 변화가 맞물려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현실이 그러하듯 결론은 섹시하기 보다는 복잡할 것이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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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E 2020.05.12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질문이 있습니다.
    “ 고학력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든 수요 요인” = “ reservation wage가 올라가서 좋은 일자리가 생길 때 까지 기다리는 등의 공급 요인” 인가요?
    즉 동전의 양면인 것 같아 질문드립니다.

    • 바이커 2020.05.12 2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릅니다. 전자는 괜찮은 일자리의 수가 줄어들어서 생긴 문제고 (e.g.,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축소), 후자는 괜찮은 일자리의 수는 과거와 같은데 지원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그 일자리가 더 이상 괜찮아 보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e.g., 중견기업은 기업도 아니다)입니다.

  2. yanagi 2020.05.18 0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늘 재미있게 구독중입니다.
    세대별 개인소득, 가구 균등화 소득의 차이가 참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1. 25-29세대는 부모세대와의 동거&경제적 지원(두번째 그래프 포함),
    2. 40-49 세대의 개인소득, 가구 균등화 소득의 차이는 평균 초산연령을 32세로 가정할 경우, 학령기에 접어든 자녀교육비,
    가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을까요? 또 reservation wage의 상승과 부모세대와의 동거&경제적 지원의 관계도 가정할 수 있을것 같은데...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바이커 2020.05.20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균등화 소득 계산에 자녀 교육비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학령기 자녀 때문에 가구원수는 많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낮은 것이 이유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특별히 다른 이유가 없으면 이 번이 "세습 중산층" 관련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이다.

 

이 전 포스팅에서 말했던 계층 이동 경로의 OED 삼각형 모델에서, O->D든 O->E->D든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의 계층이 얼마나 공고화되었는가다. 

 

아래 그래프는 이수빈,최성수 (2020)의 <Figure 3>의 일부이다. 부모 계층 하위 40% 출신자 중에서 대졸 졸업 후 초기 노동시장에서 소득 상위 40%에 진입한 비율을 보여준다.

 

그래프에서 각 라인은 학교 레벨이다. 제일 위의 보라색이 엘리트 대학이고, 가장 아래 초록색이 2년제 대학 출신을 나타낸다. 각 출신 대학별로 부모 계층 하위 40%가 졸업 후에 소득 상위 40%에 몇 퍼센트나 진입했는지 보여준다. X축의 연도는 졸업 연도다.

 

최근들어 개천룡이 안나오고 계층 이동성이 줄어들었다면, 저소득층 출신이 어떤 대학을 나오든 소득상층 진출 확률이 낮아졌을테니, 아래 그래프에서 대부분의 선이 우하향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또한 학벌에 따라 노동시장 성취 격차가 심해졌다면, 엘리트 대학과 지잡대의 성취 격차가 최근 연도로 올수록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우하향 경향이 나타나지도 않고, 연도별 그래프의 간격이 커지지도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교 레벨에 따른 중산층 진입 확률의 격차 축소다. 엘리트 대학은 조금 줄어들고, 2년제 대학은 늘어났다. 전반적으로 하위 40% 계층 출신 대졸자들이 상위 40% 중산층 진입 확률에서 학벌의 설명력이 2006년에 비해 2014년에 줄어들었다. 

 

희망적인 얘기라면 학벌에 따른 계층결정력이 약화되었고, 절망적인 얘기라면 좋은 대학 나온다고 졸업 직후에 상위 계층이 보장되지 않는다. 더 희망적인 얘기라면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엘리트 대학보다는 2년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은데, 2년제 대학 출신이 고소득을 올릴 확률이 높아져, 저소득층 출신이 고소득층으로 진출할 확률이 높아졌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렇게 학력에 따른 계층결정력이 약화되는게 맨날 얘기하던 학벌없는 사회에 좀 더 근접한 모습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하위 40% 계층 출신이 괜찮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뚝 덜어지지는 않았을지 궁금할텐데, 그렇지 않다. 아래 그래프는 하위 40% 계층이 각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율인데 보다시피 큰 변화가 없다. 

 

 

위에 언급한 논문의 저자가 올린 온라인 자료에서는 상위 20%, 40% 가족 출신 대졸자가 졸업 후 상위 계층을 차지할 확률도 계산했는데, 이 역시 큰 변화가 없다. 온라인 자료의 <그림 3>을 보면 상위 40% 계층 출신의 학벌 효과도 줄어들었다. 

 

이 전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결과로 90년대생의 계층 세습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2014년 졸업자는 90년대 초반생 일부를 포함할 뿐이다. 엘리트 대학 출신의 노동시장 성취가 낮아진 이유 등을 논의하자면 더 복잡한 얘기들이 많다.

 

하지만 이 논문은 적어도 최근들어 계급 세습이 강화되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려운 상당히 강력한 증거를 제공해준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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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E 2020.05.08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교수님. 좋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1) “ 엘리트 대학 출신의 노동시장 성취가 낮아진 이유 등을 논의하자면 더 복잡한 얘기들이 많다.” 와 같이 말씀하셨는데 혹시 포스팅을 통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2) 계층이 설령 세습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리버럴 중도좌익 정권이 장기집권하여 재분배를 잘 해낸다면 계층 세습의 문제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3) 재분배를 잘 해내려면 조세정책이 중요할텐데 주요 세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득세와 소비세, 토지세일까요?

    • 바이커 2020.05.08 1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1)은 차후에 얘기하겠습니다. reservation wage문제인지, 고용안정성 추구 문제인지, 추가 교육문제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건지 등등을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20대의 경제적 처지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자체를 여러 측면에서 따져볼 여지가 있습니다.

      2) 계층 세습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으로 성공한 국가가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3) 소득세, 상속세, 보유세. 기회가 될 때마다 올려야죠. 특히 소득세는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2. augustine 2020.05.08 2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분명 참고할 data이긴 하지만, 대졸자의 불과 졸업 1년 후 상태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너무나 분명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Chetty의 경우 30-32세 본인 소득기준 상위소득층에 진입하는 비율을 평가).
    2) 그리고 이 연구는 2006-2014년의 변화를 보기에는 부적절한 연구라고 생각하고 이 연구에서 어떤 변화의 추이에 대한 해석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바이커 2020.05.09 1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게 최선의 데이터니까요. 그리고 추이에 큰 변화없다는게 결론입니다.

    • 그릉그릉 2020.05.10 1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augustine
      혹시 어떤 측면에서 "2006-2014년 변화를 보기에는 부적절한 연구"라고 여쭤봐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