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과 경제의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불평등은 오히려 커지고, GDP에서 노동 분배의 몫은 줄어든다는 기사가 여럿 나왔다 (예를 들어, 한겨레).
이 기사를 보며 생각나는게, 2년 전에 인구변화만으로 사회를 예측하면 안되고, 한국 경제가 인구 때문에 망하는게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고 했을 때 달렸던 댓글이다. "현상 유지에나 헐떡이는 당뇨병 경제가 앞으로 10년쯤 지속"될거라는 전망이었다. 그 예상이 얼마나 크게 틀렸는지 올해 너무도 명확하게 목도하고 있다.
진보 언론을 중심으로 걱정이 많은데, 이러한 경제 변화에서 GDP에서 노동 분배 몫이 단기적으로 줄어드는건 당연한 일이다. 일시적으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고착되면 문제지. 경제가 지금처럼 특정 분야, 특정 기업에서 급격히 성장할 때 가능한 분배 촉진책, 대다수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다른 획기적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들어본 몇 안되는 장기적 해법이 미래대응기금과 같은 국부펀드이다. 이 해법은 자산불평등에 대해 오래 고민한 학자들이 제시한 근본적 해결 방법 중 하나이다.
불평등 연구자라면 누구나 아는 학자로 몇 년 전 타계한 Anthony Atkinson 경이 있다. 불평등 연구자로 드물게 기사 작위를 받았다. 이 분의 마지막 역작이 <Inequality: What Can be Done?>이다. 중요한 책이지만 읽기에 흥미로운 책은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읽었던 책 중 하나.
그런데 이 책에서 아킨슨 경이 제시하는 불평등 대응책 중 하나(proposal 7)가 "sovereign wealth fund"이다. 국부펀드인데, 미래대응기금도 일종의 국부펀드로 간주할 수 있다. 한국에 없던 컨셉이다. 아래가 책에 나오는 그래프 중 하나인데, 보다시피 한국의 국부펀드 사이즈는 미미 그 자체다.

몇 개 나라 빼고는 원래 그런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아킨슨 경에 따르면 영국의 국부펀드 사이즈는 상당했었다. 아래 그래프가 영국 공공부문 순자산의 GDP 대비 규모다.

어쨌든, 그럼 국부펀드는 왜 불평등을 낮추는가? 아킨슨 경의 논리는 이렇다. 자산의 중요성이 증가하는데, 자산 보유가 기업과 소수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를 바꾸는 방법은 국가가 자산을 보유하고 그 투자의 이득을 공공을 위해 쓰는 것이다. 국유화를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운영은 민간에 맡기고 소유만 국가가 해서, 자산 이득을 공적으로 쓰는 것이다. 자산 이득은 미래를 위해서 쌓아둘 수 있고, 투자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현재의 이득을 미래 세대와 공유하는 세대 이전의 효과가 있다. 미래 세대가 겪을 자산불평등의 문제를 국부펀드로 해결하자는 제안이다. 이게 핵심 중 하나다. 국부펀드는 세대간 형평성 정책이다.
위 Figure 6.4에서 보듯이 몇 개 국가에서 상당한 크기의 국부펀드를 가지고 있는데 노르웨이가 그 중 하나다. 최근의 사례로는 아일랜드가 있다. 기업자유화를 통한 법인세 급증을 미래 세대를 위한 펀드로 운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미래대응펀드도 이런 사례들을 참조해서 만든 정책일 것이다.
이 해결책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잘 모르겠다. 국부펀드 운영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이재명 정부의 미래대응펀드가 실제로 미래에 대한 대응이 될지, 세대간 형평성을 촉진할지도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요즘 자산불평등 연구를 몇 개 진행하고 있는데, 자산불평등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혼인율 하락,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인구 현상 때문에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값 잡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국부펀드는 여기에 대응하는 상당히 큰 국가정책 중 하나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추가 세수를 넘어서, 더 많은 것을 논의할 수 있다. 잘 설계하면 미래의 자산불평등에 대응하는 가장 큰 정책이 될 수도 있다.
Ps.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Pps. 이런 중요한 제안도 한국은 공무원들이 한다.
Ppps. 이런 중요한 제안을 국회에서 설명하기에 앞서 이민자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건 이제 더욱 이해가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