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잘 몰랐음. 법알못이라 어떤 방향으로 바꾸는게 좋은지도 몰랐고. 그저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 지금도 잘 아는거 아님. 

 

그런데 이 번 조국장관 가족 수사 건을 보면서 두 가지 점을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었음. 하나는 권력 조직의 이기주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인권에 대한 것.

 

다 아는 얘기로 민주주의 권력 배분의 원칙은 견제와 균형. 삼권분립을 통해 한 권력이 너무 폭주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것. 검찰은 행정부라 사법의 독립과 무관하지만 직무의 특수성 때문에 중립적 입장이 요구됨. 검찰이 행정부의 일부이고 그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염려는 검찰이 행정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것. 이를 방지하고 중립성을 보장토록 하는 것이 지금까지 가장 큰 관심사였음. 

 

일반적 염려에서 빠져 있는 한가지 문제가 검찰 자체가 편향되거나, 검찰에 범죄가 있으면 어떻게 하는가임. 즉, 검찰의 독립이 보장되었을 때 권력을 독점한 조직의 이기주의 문제. 

 

과거에는 검찰의 폭주를 안기부(정보부, 국정원)같은 정보 기관으로 통제하였음. 권력자가 안기부, 기무사, 검찰, 경찰에 부여하는 권력을 임의로 조정함으로써 권력 기관의 조직이기주의를 막고 권력을 대통령에게 집중시켰던 것. 이러한 임의적 권력 배분 문제를 해결했더니 검찰의 이기주의를 막을 장치가 사라진게 아이러니. 과거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권력 기관 간의 견제를 유지했는데, 그 비정상적인 방법을 드러내버리니 권력 기관 간의 견제라는 순기능도 없어져 버린 것. 그런 면에서 지금의 검찰 문제는 일정 부분 구조의 공백으로 인한 것. 

 

그에 대한 답이 공수처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분배, 분리함으로써 권력기관 간의 견제가 이루어지게 구조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 지금까지 한국에서 경찰이 잘못하면 검찰이 바로잡을 수 있는데 그 반대는 성립하지가 않음. 

 

공수처가 옥상옥이라서 공수처를 다루는 또 다른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견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판. 공수처의 문제는 검찰이 다룰 수 있음. 검찰의 문제는 공수처로, 공수처의 문제는 검찰로 상호 견제 가능. 

 

 

 

 

이 번 사태에서 느낀 또 다른 문제는 개인의 인권에 대한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첫번째 원칙은 개인 권리의 확장과 향상. 집단주의에 기초한 진보는 다 가짜. 개인에서 출발하지 않는 이데올로기도 다 가짜라고 생각 (여기에 대해 여러번 얘기했지만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권력에 의해 큰 잘못이 없는 개인의 삶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함.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는 사람도 다른 사람과 동일한 권리를 누림으로써 사회적 약자 자체가 없어지도록 해야 하고. 

 

물론 여기서 일정 정도 예외가 되는게 공인. 공인은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감시의 대상이 되고 다른 사람과 동일한 프라이버시를 누리기 어려움. 인사청문회에서 온갖 개인사가 들춰져도 일정정도 감내해야 함. 하지만 그 대상은 한정적이이어 함. 

 

많은 분들이 조국 장관 관련 수사를 노대통령 수사와 비교하던데, 저는 지금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생각. 비록 정치적으로 시작된 수사지만, 노대통령은 공인이었고, 적어도 혐의는 분명하였음. 대통령의 가족, 특히 영부인은 선출된 권력은 아니지만 정부 조직에 의해 지원하는 부서가 있는 등 분명히 공인이라 할 수 있음. 수사 행태는 불만이었지만, 수사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  

 

지금은 그것도 아님. 장관 후보의 가족은 공인이 아님. 게다가 지금의 수사 대상은 조국 장관이 장관이 되기 전에 벌어진 일. 조국 장관 아들이 청소년위원회 출석률이 낮았다고 서울시를 압수수색한다는게 정상적인 검찰권의 행사라고 생각됨? 이런 일이 너무 많고 지속되고 있음. 검찰이 다른 견제를 받지 않고 한 가족을 이렇게 뒤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임.

 

이 행위가 합법적이고, 이를 말릴 수 있는 정상적 절차가 없다는 것은 더 큰 공포로 다가옴. 권력과 구조에 의해 거악의 혐의도 없는 개인의 삶이 망가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공포와 경악.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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