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포스팅에 대한 반론으로 조귀동 기자가 페북에 올린 글을 봤는데, <세습 중산층 사회>의 표는 인플레이션 조정이 안되어 있어서, 서울4년제와 지방대/2년제 졸업 청년층 모두의 노동시장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왜 반론인지 모르겠다. "지방대나 2-3년제 대졸 취업자 전체의 소득은 꾸준히 오른 수치를 보였다"(p.62)라고 조귀동 기자 본인이 책에 썼다. 비슷한 주장이 책에 여러 번 나온다. 본인의 책이 틀렸다는 얘기를 반론이라고 쓰면 어떻게 하나. 그것도 그 책의 수치는 맞다고 가정하고 비판한 사람에게.  

 

뭐가 되었든 대졸 청년층의 출신 학교에 따른 소득 격차가 줄었다는 것은 숫자로 보여진다. 지방 4년제 뿐만 아니라 2년제만 따로 떼놓고 봐도 소득 격차가 줄었다. 그러니 지방의대나 공대같은 논리는 반론이 되기 어렵다. 

 

여기서 청년층의 소득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대졸 20대 청년층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면 중산층 세습이 아니라 이철승 교수가 제기한 세대간 불평등의 문제로 주제가 바뀐다. 

 

이 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청년층의 소득 변화는 생각보다 복잡한 현상이다. 

 

한국에서 청년층의 교육 수준은 꾸준히 상승하였다. 아래 그래프는 1960년 이후 한국 25-29세 청년층의 교육수준 변화를 보여준다 (다른 연구를 위해서 직접 계산한 것이다). 

이렇게 20대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면서 생긴 현상 중의 하나가 혼인 연령이 늦어지고 독립가구를 형성하는 비율이 낮아진 것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대 중 가구원의 비율은 늘어나고 독립 가구주의 비율은 격감하였다. 21세기 들어와서 그 변화가 더욱 심화되었다. (역시 인구총조사 원자료를 이용한 계산)

 

이렇게 20대의 가구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20대 문제를 <가계동향조사>로 연구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가계동향조사>는 가구원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 안되고, 2009년 이전에는 1인 가구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인이상 가구주를 주 대상으로 하는 <가계동향조사> 분석은 아래 그래프에서 2015년 현재 단지 13.5%에 불과한 20대를 대상으로 한다. 그나마 2009년 이후에 1인 가구를 조사대상에 추가하였다. 

 

20대 가구주 비율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20대 청년 개인의 노동시장이 악화되어 독립가구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 다른 하나는 독립가구를 형성하지 않고 삶을 꾸려나갈 자원이 증가하였기 때문에 20대 청년이 노동시장 활동을 뒤로 미루는 것. 

그래서 계산해 본 것이 20대의 개인 소득과 20대가 속한 가구의 소득 변화이다. 노동시장 진입을 미룰려면 개인 소득은 낮아지더라도 가구 소득은 증가해야 한다. 그래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아래 표가 결과인데. 가구주 뿐만 아니라 가구원까지 포함한 (인플레이션 조정 후) 소득 변화이다. <가계동향조사>에서 20대의 가구원 비율이 높기 때문에 논리적/통계적 추론을 통하여 가구원의 소득을 impute한 후 추정한 것이다. 실제 소득은 조금 다를 수 있는데, 다른 자료와 교차 검증을 통해서 그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아래 표에서 개인 소득 증가율을 보면 20대 후반의 소득 증가율이 다른 세대보다 낮다. 소득의 세대별 격차, 특히 40-50대와 20-30대의 격차가 커진 것이다. 이철승 교수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런데 가구균등화 소득으로 보면 25-29세의 증가율이 60세초반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다. 20대 후반 세대의 자기 개인 소득은 낮아졌지만, 20대 후반 세대가 속한 가구 소득은 오히려 높아졌다. 균등화 소득은 가구소득을 가구원수에 따라 조정한 소득이기 때문에 균등화 소득이 높아졌다는 것은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삶은 즐기는 20대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소리가 나오는 근거다. 

 

아마도 50대 후반과 60대 초반의 개인 소득 상승과 20대 후반의 가구 균등화 소득 상승이 맞물려 있을 것이다. 86세대의 소득 증가와 20대 후반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지체가 맞물려있다. 건물주의 자식만 노는 것이 아니라, 중산층의 자녀도 경향적으로 과거와 비교해서 노동시장에 덜 진입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인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은 40대의 가구 균등화 소득 증가율은 가장 낮다. 70년대생 40대가 개인 소득은 높아졌지만, 가구 구조의 변화로 인하여 균등화 소득 증가율은 가장 낮다. 이들 세대가 현재의 삶이 상대적으로 가장 팍팍하다고 느낄 것이다.

  개인 소득 증가율 (2009~2019) 가구 균등화 소득 증가율 (2009~2019)
25-29 12.3% 22.1%
30-39 13.4% 12.5%
40-49 28.2% 9.4%
50-59 23.1% 18.2%
60-64 45.5% 25.4%

 

20대 후반에 노동시장에 풀타임으로 진입하지 않고 알바 등으로 지내는 인구는 (1) 인적자본 등의 부족으로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층, (2) 자원이 있어서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는 층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졸자의 경우 엘리트 대학 출신일수록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더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고 있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고학력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든 수요 요인이다. 하지만 대학이 보편화 되면서 대학원 진학이 증가한 것일수도 있고, reservation wage가 올라가서 좋은 일자리가 생길 때 까지 기다리는 등의 공급 요인도 있을 수 있다. 20대 가구 균등화 소득의 증가는 공급 요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뭐가 되었든 20대 후반 연령의 노동시장 성과는 좀 더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구학적 변화와 노동시장 변화가 맞물려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현실이 그러하듯 결론은 섹시하기 보다는 복잡할 것이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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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E 2020.05.12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질문이 있습니다.
    “ 고학력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든 수요 요인” = “ reservation wage가 올라가서 좋은 일자리가 생길 때 까지 기다리는 등의 공급 요인” 인가요?
    즉 동전의 양면인 것 같아 질문드립니다.

    • 바이커 2020.05.12 2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릅니다. 전자는 괜찮은 일자리의 수가 줄어들어서 생긴 문제고 (e.g.,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축소), 후자는 괜찮은 일자리의 수는 과거와 같은데 지원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그 일자리가 더 이상 괜찮아 보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e.g., 중견기업은 기업도 아니다)입니다.

  2. yanagi 2020.05.18 0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늘 재미있게 구독중입니다.
    세대별 개인소득, 가구 균등화 소득의 차이가 참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1. 25-29세대는 부모세대와의 동거&경제적 지원(두번째 그래프 포함),
    2. 40-49 세대의 개인소득, 가구 균등화 소득의 차이는 평균 초산연령을 32세로 가정할 경우, 학령기에 접어든 자녀교육비,
    가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을까요? 또 reservation wage의 상승과 부모세대와의 동거&경제적 지원의 관계도 가정할 수 있을것 같은데...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바이커 2020.05.20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균등화 소득 계산에 자녀 교육비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학령기 자녀 때문에 가구원수는 많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낮은 것이 이유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3. 프리드먼의 그림자 2020.06.20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었습니다. 현재 한국 교육 제도와 대학 입시 비율을 고려해봤을 때 적어도 25세에서 늦게는 26세 까지는 기본적으로 부모 품에 있는 것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단적인 예로 과거 80년대 부터 2000년대 초반의 가정 내 자녀들의 세대분리 연령대와 현재 세대분리 연령대가 확실히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진출 시기가 늦어지니 결혼 적령기도 상승하고 20대의 개인소득이 낮게 책정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만이 신분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네임벨류도 사회적 신분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소위 25~26세까지 4050세대의 지지 아래에 풍요로움을 누리던 이들이 현재 부모의 테두리, 부모의 계급보다 낮은 계급의 노동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날의 노동시장 구조는 더이상 최고학벌에게 최고의 일자리를 당연히 허락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초입에서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