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기자: 소득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간층만 정부 혜택 못 받아.
여전하다. 통계를 제공하면 내용을 숙지하고, 데이터 blip에 의한 소음을 제거하고, 추세와 함의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래야 비판도 제대로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언론에서 이런 기본을 제쳐두고 통계를 이용해서 뭔가 물어뜯을 소재가 없는지 찾는 하이에나 기사만 넘쳐난다.
가끔보면 통계를 이용한 사회현실 파악이 쉬운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계 숫자를 통해 사회를 볼려면, (1) 통계 지식, (2) 그 통계와 관련된 분야의 지식, 그리고 (3) 통계 숫자를 연결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사회학적 상상력 (=통찰). 이 세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이 번 기사는 두 가지 점에서 황당하다.
하나는 통계청에서 공적이전에 대해 다 설명해도 무시한다는 거다. 소득 중간층인 3분위는 다른 분위에 비해 가구구성원 중 아동과 노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니 당연히 공적이전 소득이 작다.
한국 공적이전은 (1) 소득 하층 지원 + (2) 아동/노인 타겟 집단 지원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당연히 소득 하층도 아니고, 아동/노인도 없는 가구의 공적이전 소득이 작고, 이러한 가구 구성의 비율이 높은 3분위의 공적 이전 소득은 다른 분위보다 작다.
소득 중간층의 인구 구성이 다른 층위와 다른걸 어쩌란건지. 여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마치 40대 장년이 아동수당 나는 왜 안주냐고 떼쓰는 것과 같은 논리다.
두번째는 소득 분위의 인구/가구 구성은 가계동향조사를 할 때 마다 바뀐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두 번째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그래서 한 편으로 이런 기사를 쓴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소득 중간층의 공적 소득 이전이 줄어든 것은 소득 3분위에 대한 공적이전 소득을 줄인 것이 아니라, 원래 공적이전 소득이 별로 없던 가구가 소득3분위로 이동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무슨 이유에선가 소득 하층도 아니고 가구에 아동, 노인도 없는, 사업소득이 많은 가구가 소득3분위로 집중된게 지난 1분기 가계동향조사의 결과다.
아래 표에서 분위별 통시적 소득 수준의 변화는 (a) 원래 그 분위에 속했던 가구에서 과거와 비교해 항목별 소득이 증감한 것과, (b) 원래 그 분위에 속하지 않았던 가구가 소득 수준 변화로 해당 분위로 재편성됨으로써 생겨난 소득 구성의 변화가 같이 작용한 결과다. 전자는 기자가 비판한 내용이 될 수 있고, 후자는 순전히 인구 구성의 변화다. 둘 중 어느 효과가 더 큰지는 이 표로부터 알 수가 없다. 다만 통계청의 설명은 (b)의 효과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더 설명해 보자, 아래 표에서 3분위 가구는 사업소득이 25.2% 증가했다. 이 기사를 쓴 기자식으로 해석하면 3분위 가구만 사업이 잘되도록 정부에서 무슨 혜택을 준 결과인가? 4분위의 사업소득은 12.3% 줄어드는데? 당연히 그게 아니다. 코로나 사태 중에 사업소득이 높았던 (아동, 노인이 가구원으로 없는) 가구가 과거보다 더 3분위에 집중되었다는 의미다. 추측컨데 과거에 4분위에 속했던 사업소득의 비중이 높았던 집단이 사업소득이 줄면서 3분위로 위치가 바뀌고, 과거 3분위에 속했던 노동소득이 높았던 집단이 4분위로 바뀌었을 수 있다. 즉, 개별 가구 단위로 보면 3분위에 속한 가구가 사업소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분위별 가구 구성의 composition 변화 효과가 가구 내 rate 변화의 효과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냥 (아마도 코로나 사태의 효과와 관련된) 우연이다. 모든 통계는 가끔 그런 일이 생긴다. 그래서 blip인지 아닌지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그러니 아래 표에서 개별 소득 항목을 증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
위에서 한 설명에서 알 수 있듯, 분위별 전체 소득의 증감 이외에 각 항목별 소득의 증감은 가계동향조사와 이 조사를 이용한 분위 측정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으면 실제 함의를 파악하기 어렵다.
세부항목에 대한 수치를 발표할려면 (a) 가구별 항목별 소득 증감에 의한 변화의 기여분과 (b) 분위별 가구 구성 변화에 의한 변화의 기여분을 각각 계산해서 보여주든지, 아니면 차라리 항목별 변화율은 발표하지 않는게 나을 것이다. 통계청에서 둘을 구분하지 않고 항목별 소득 변동을 보여주니 모든 변화가 (a)인듯한 뉘앙스의 잘못된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통계청에서 (a)와 (b)를 구분하여 분석할 수 있는 가구식별자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기사를 바로잡는 분석도 불가능하다. 설사 원자료가 공개되더라도 어느 효과가 더 큰지 연구자가 알 방법은 없다. (그러니 제발 식별자 좀 공개하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