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표가 저출생 문제 제기한 김에 하나 더 포스팅.
한국에서 출생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가 혼외출산율이 낮은 것. 다른 국가에서 출산율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정상가족"의 의미가 확대되고 전체 출산 중 혼외출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기 때문. 2018년에 중앙일보에서 혼외 출산이 많은 국가가 출산율이 높다는 기사를 낸 적도 있음.
아래 그래프는 1964년과 2014년의 전체 출산 중 혼외출생의 비율이다. 보다시피 1964년에는 전체 출산 중 혼외출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낮았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절반 이상의 출산이 혼외 출산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 그래프의 맨 바닥. 지난 50년간 혼외출산이 거의 늘지 않았고, 현재 전세계에서 혼외 출산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소스는 요기).
그래서 한국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혼외출산이 가능하도록 사회를 바꿔야 할까? 이게 생각보다 답을 찾기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혼하지 않고 생부 생모와 자녀가 같이사는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여기는 문화, 혼외아를 사생아로 칭하며 백안시하는 문화만 생각하면, 혼외출산에 대한 편견을 버리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적 변화다.
하지만 혼외출산의 증가는 새로운 많은 문제를 동반한다.
미국에서 혼외출산 비율은 백인보다는 흑인 중에 높고, 고학력자보다는 저학력자에서 높다. 위 그래프에서 미국의 혼외출산 비율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했지만 학력별로 보면 고학력자 중에서는 혼외출산 비율이 여전히 매우 낮다. 학력과 인종을 교차해서 고학력 백인 여성으로 대상을 한정하면, 혼외출산 비율은 지난 몇 십 년 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결혼시장에 대한 정리로 Carbone & Cahn의 <Marriage Market> 추천).
사회학자인 캐서린 에딘은 미국에서 혼외출산이 경제적 희망이 없는 하위계층의 삶의 의미를 채워주는 일이 되는 현상을 분석한다. 어차피 결혼은 틀렸고, 다른 삶의 의미도 없는데, 아이는 진정한 삶의 의미가 된다.
혼외출산 비율이 이렇게 계층화되어 있기 때문에 온갖 불평등 관련 문제가 결혼과 출산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평균적으로 혼외자 자녀의 학력수준이 낮고, 부친의 자녀 양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혼외자를 출산한 여성의 소득도 낮아진다. 혼외출산이 늘면 세대간 이동의 불평등도 높아진다. 혼외자는 또 다른 혼외자를 낳는 경향이 있다. 계층 격차를 악화시킨다.
혼외출산에 관한 한 한국은 미국 "고학력 백인 여성"의 행동 패턴을 학력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온 국민이 보이고 있다. 강력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간섭의 문화로 인해 전국민이 출산패턴에서 강력한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한국은 혼인패턴과 출산패턴의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다.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다른 문제의 출현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일부에서는 유럽은 다르다고 할 것이다. 맞다. 다르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싱글맘이 아니라 동거커플 사이의 혼외출산이 많다. 유럽의 높은 혼외출산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거 부모 사이의 출산이다. 한국이 이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혼외출산이 늘어난다면 한국은 유럽보다는 미국형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혼외출산은 유럽에서도 저학력층에서 더 높다.
다 아는 뻔한 얘기지만 한국에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혼외출산을 받아들이는 것이 효율적 정책은 아니다. 전계층에 걸쳐 낮은 혼외출산이 다른 복잡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시간이 벌어줬다고나 할까.
출산장려같이 출산을 직접 보상하는 정책을 버리고, 전계층이 결혼, 양육, 교육을 쉽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다. 모든 계층이 유사한 행동패턴을 보이는 동질성은 다른 국가에 비해 이런 제도적 여건을 만들기 쉬운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