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따져물으면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민주주의 지배체제에 대한 이해다. 다수결의 지배가 민주주의로 아는 경우도 많다. 법치주의를 민주주의로 아는 경우도 있고. 

 

제도적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은 선거다. 선거로 대표자를 뽑고, 이 선거로 뽑힌 대표가 최고의 권력을 가지는게 민주주의다. 다수결이 "많은 경우" 원칙이다. 하지만 꼭 다수결이 원칙이 되어야 하는건 아니다. 때로는 다수결이 아니라 절대다수(예를 들면 2/3)의 원칙을 적용하기도, 만장일치의 원칙을 적용하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듯 때로는 다수결도 이상한 방식으로 관철된다. 

 

다수결이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니라는건 법치주의에서도 알 수 있다. 소수라도 절대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법치주의는 특히 소수자 보호를 위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법치주의가 소수자 권리보호와 사회적 포괄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득권 보호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없이 되풀이 된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습헌법...

 

법치주의가 소수자의 절대 권리 보호와 사회적 포괄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득권 보호를 위한 절차적 도구로 사용되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충돌하기 시작한다. 해결 방법은 물론 둘 중 하나의 포기가 아니라, 둘이 상호 강화할 수 있도록 법의 공정한 적용, 법 앞에서의 평등, 법의 책임성, 투명성 등을 분명히하는 것이지만. 

 

 

 

윤석렬 검찰총장에게 경악했던게 조국 전장관 임명 때다. 조국 전장관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행정부서 수장의 임명은 선출 권력 대통령의 권한이다. 시험봐서 공무원된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전문 관료가 선출 권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 사건. 그게 자정 직전 검찰의 정경심 교수 기소였다. 이런 행위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조사도 없이 기소하고 수 많은 압수수색을 남발하여) 법의 공정한 적용이라는 법치주의 원칙을 파괴하고, (대통령이 정무직을 임명한다는) 선출권력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에 도전한 행위였다. 

 

지금은 덜하지만 과거에 보수언론에서 툭하면 조장하던 정치혐오가 선거로 나라가 망한다는 거다. 국회의원, 대통령, 지자체 선거가 너무 잦아서 선거치르다 나라 망하니, 선거 횟수를 줄이자는 주장을 많이 했다. 선출직 공무원을 줄이면 민주주의의 원칙인 선출직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시험봐서 취득한 권력인 엘리트 지배가 강화된다. 정치 혐오 조장을 통한 반민주주의 선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블로그에서 계속 얘기한 것 중 하나가 선거는 줄일게 아니라 늘려야 한다는 것. 국회의원 숫자 늘리고 한 절반씩 2년마다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선거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도 늘리는게 좋다. 

 

최근 진행되는 원전 수사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선출직 대표의 정책 결정이 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순전히 개인적 인상으로 원전에 대해서 반대보다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은 숙의 민주주의 도입 등을 주장할 일이지 검찰이 개입해서 정책을 좌지우지할 일인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Ps. 옛날 문서를 보면 UN 등에서 후진국에 하는 권고 중 하나가 한국처럼 시험봐서 공무원을 뽑으라는거다. 워낙 정실주의가 판을치다 보니 시험봐서 공무원을 등용하는 제도가 매우 우수했다. 그렇게 잘 기능했던 제도가 경제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확장된 지금은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세상은 돌고돈다더니 제도의 기능도 마찬가지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