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표현의 자유와 트럼프 트위터 계정 정지에 대한 기사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 그럼에도 여러가지로 생각할 점이 많은 일이긴 하다. 

 

다 알고 있는거지만, 현대 사회는 정부운영이라는 공적 영역과 사기업의 "자율적" 판단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트럼프의 파괴적 영향력이 확대되는걸 막은건 공적 조치가 아니라 트위터, 페북 등 사기업의 조치가 된다. 이게 사실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검열 이슈도 중요하지만, 사기업에 의해서 운영되는 SNS의 영향력이 엄청 커진 사회에서 이런 사기업에 대해 어떻게 공적 통제를 할 것인지? 

 

SNS가 없던 시절에 여론을 좌우하던 언론과 정부의 관계에서도 사기업인 언론이 중요했다. 둘의 관계가 민주주의와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구조(fabric)의 하나였다. 그런데 언론은 결정자(데스크)와 행위자(기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이와 달리 SNS는 참여행위자와 경영관리자가 분리되어 있다. SNS에서 온갖 유언비어를 유포할 수 있고, 심지어 의회 공격 모의까지 가능하다. SNS 참여행위자의 내용이 중요한데, 그 내용에 대해서 플랫폼을 제공하는 SNS 사기업의 책임이 뭔지 명확하지 않다. 

 

SNS는 기존 언론과 정부의 관계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훨씬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이 번 조치처럼 심지어 천조국 대통령도 트위터 관리인의 통제를 받는다. 한국에서는 @bluehousekorea 계정을 박근혜 정부에서 지들 맘대로 묶어버리고,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식 계정으로 @bluehouseKR을 쓴다. 언론과 정부는 분리된 기관이었는데, SNS에서는 정부가 사용자로 들어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사기업이 공적 기관을 통제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 

 

구글, 애플 등 사기업이 정부보다 개인에 대해 훨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있고, 이들 사기업이 정부의 의사소통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도 가지고 있다. SNS를 장악한 사기업의 권력은 큰데, 현재로써는 이 사기업의 결정을 통제하는 어떤 명확한 규범이 없다. 

 

 

 

 

마음같아서는 대통령 등 공인은 함부로 SNS를 못하게 만들라고 하고 싶은데, 이게 또 쉽지가 않다. 초선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자, 재선을 노리는 정치인이다. SNS 활동이 재선 선거 활동의 하나일텐데 이걸 어떻게 규제할지. 가장 좋은 방법은 윤리적 규범에 의해서 공인 스스로 SNS 활동의 범위와 내용을 자제하는 것인데,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지천에 깔려있는 상황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다 알고 있지만 새삼 깨닫게 되는 교훈은 역시 사회를 바꾸는 가장 큰 힘은 선거라는 평범하지만 강력한 사실이다. 대통령-상원-하원을 민주당이 모두 장악하는 trifecta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트위터나 페북의 조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번 의회 공격 폭동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건 누구나 알고 있다. 트럼프가 SNS를 이용하여 오랜 기간 조성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는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SNS 회사들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피동적 공범이 아니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다가 선거 결과가 나오니까 일부 제재를 하고 결국은 계정 정지까지 들어갔다. 선거로 바뀌는건 공직자만이 아니다. 사회적 규범도 사기업의 경영 결정도 같이 바뀐다. 

 

트럼피들이 득세한 이유도 2016년의 선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항상 이런 위험이 있다. 최악의 정부가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로 만들어질 위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로 권력을 바꾸는 민주주의가 지금까지 인류가 고안해낸 어떤 권력 구조보다 더 나은 사회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니 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꿀려면, 진보적인 정당이 지속적으로 집권하도록 선택하는게 최선이다. 

Posted by 바이커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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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1 2021.01.10 2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민주주의 장점이자 때때로 위험(단점아님!)요소가 되는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대중의 민의랄 지 사회적 규범이 자정능력이 있다는 믿음이지요. 물론 이런 순기능적 순환은 선진국에서만 일어나고 비근한 예로도 중국이라는 다른 정치모델로 인해 민주주의의 미래도 위협받을 수도 있지만 개개인이 정치와 통치의 주인이라는 이 모델보다 좋은 이상을 가진 모델도 아직 없긴 하지요.

    교수님께서도 쓰셨 듯이 (트럼피들이 득세한 이유도 2016년의 선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항상 이런 위험이 있다. 최악의 정부가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로 만들어질 위험.) 트럼피언들을 보면 사람의 한 켠에는 마키아밸리언같은 리더를 원하는 마음이 있나봅니다.

    재미로 심슨에피소드 중에 이런 게 있는데 보시고 조소를...ㅎ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fXU2vZTTeMU

    • 바이커 2021.01.11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심슨에피소드 중에 없는게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 Spatz 2021.01.11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강력한 말 잘하고 일 잘하는 (속칭 사이다 정서) 철인이 나타나서 짱짱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그런 건 어디에나 있는 거 같아요.. 그냥 본능적인 부분 같습니다. 그걸 제지하는 게 사람들과 제도의 역할이고..

    • 강력한말잘하는 2021.01.11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철인같은 부류는 꼭 보수쪽에만 있는건 아닌거같습니다 되려 진보에서도 이재명같은 사람도있고

    • 21 2021.01.12 0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 남미의 수많은 피고 사라진 좌/우의 표퓰리스트들을 봐도 좋은 말을 많이 했었죠. 저는 민주당지지자도 아니고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인데, 시민 개개인의 권리/의무가 크게 지어지고 그 역량도 출중한 공화국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제 나름의 이상으로는 일반시민과 정치지도자의 갭의 최소화를 추구합니다. 대중사회가 자기와는 다른 리더를 원하고 의지할 수록 건전한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2. 종종 2021.01.14 0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막상 미국에선 논란이 되는 거 같습니다. 메르켈도 법에 근거해야 했다는 지적을 했다더군요

    • 바이커 2021.01.14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표현의 자유도 사기업 경영 판단의 자유도 미국이 더 넓게 허용합니다. 미국의 전통에도 법에도 어긋나는게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도 국가에 의한 규제 문제지 사기업의 경영 판단 사항이 아니고요. 법에서 규정하는 차별 금지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고요.

    • 종종 2021.01.14 1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이 내용을 보수언론에서 본 것 같은데 보면서 표현의자유를 폭넓게 보장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절대적 자유가 아니란 생각과 국가에 의한 제한이 아닌데 메르켈총리가 국가에 의한 것처럼 표현한 게 의아하단 생각이 들었습니ㅣ다. 제가 잘못 이해한 걸 수도 있지만요

  3. 저도 2021.01.22 0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그냥 메르켈이나 프랑스 곁다리 장관님들 트집이 좀 이해가 안가더군요. 사기업의 행위를 공적 영역으로 보고 결정하려면 트위터에 그만한 공적 지위나 혜택을 부여하고 봐야 할텐데 그럴 의사는 또 없는 분들이.. 저런 소리를 하니까요.

    트위터가 아무리 커져도 사기업일 뿐인 이상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예수님이라도 계정 차단하겠다는데는 기본 약관만 있으면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