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ECD Risks That Matter Survey.
페북 이강국 선생의 포스팅을 보고 체크한 건데 (팔로하는 페북 포스팅 중에서 이강국 선생 포스트가 정보량은 가장 많은 듯), OECD에서 25개 국가를 상대로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스트레스, 정부에 대한 태도,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스에 대해 서베이했다. 표본수는 각 국가별로 1천명.
그래서 결과를 보니 한국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응답하는 비율은 가장 작은 국가 중 하나지만 경제적 처지에 대한 걱정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청년층에서 그 걱정은 심하다. 일반적 인식과 달리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OECD 국가 중 중간이거나 높은 편이다. 이에 반해 친지/가족에 대한 신뢰는 낮다.
아래는 사회적 경제적 웰빙에 대해서 걱정이 된다는 응답 비율. 한국은 가족 구성원 중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된다는 비중이 가장 높고, 전반적인 걱정은 상위 5위권이다.
18-29세 청년층만 보면 한국인은 자신이나 가족원의 경제적 처지에 대한 걱정에서 OECD 국가 중 2위.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비율을 보면 한국은 모든 항목에서 OECD 중간 이하이고, 전체를 합치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항목 | OECD 평균 | 한국 | 25개국 중 등수 |
일상 비용 지불 못함 | 10.3% | 4.0% | 21 |
저축을 깨거나 자산 처분 | 17.8% | 6.8% | 25 |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받음 | 9.1% | 5.8% | 15 |
빚을 냄 | 7.3% | 6.7% | 14 |
자선단체에 도움 요청 | 3.0% | 1.8% | 18 |
음식 부족으로 굶주림 | 3.9% | 2.4% | 16 |
주택을 잃음 | 1.3% | 1.1% | 15 |
파산 | 1.0% | 0.7% | 16 |
위의 것 중 하나라도 해당 | 31.0% | 19.0% | 24 |
그래서 자신이나 가족 중에서 코로나로 인해 정신적 건강과 웰빙이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더니 (아래 그래프), 한국은 최하위권.
걱정은 최상위권인데, 경제적 타격도 정신적 타격도 최하위권.
그럼 왜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궁금해지는데, 그 원인이 정부는 아닌 듯.
"공공지출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해서 정부가 정책을 짠다"라는 항목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아래 그래프)은 한국이 가장 낮은 편. 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해서 공공지출 정책을 짠다는데 동의하는 비율이 특별히 높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정부 관련 항목을 봐도 특별히 신뢰도나 기대감이 다른 국가보다 낮지 않다.
그런데 한국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것 관련해서 다른 국가보다 유난히 낮은 항목이 있는데, 바로 친구나 가족으로부터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확신하는 정도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정부가 아닌 친구나 가족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비율에서 한국은 OECD 최하위다.
이에 반해 같이 사는 가족 중에 누군가 일을 더해서 돈을 더 벌어올 것이라는 비율은 상위권이고,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도 낮지 않다.
위 그래프에서 거의 모든 국가가 친구/친지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비율이 가장 높은데, 한국만 특이하게 같이 사는 가족 중 누군가 일을 더 할거라거나, 정부가 도움을 줄 것이라는 비율이 친구/친지가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하는 비율보다 더 높다. (네델란드도 친구/친지보다 다른 응답 비율이 높지만, 모든 응답의 yes 비율이 높고, 응답 간 차이가 크지 않음).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다.
정리하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생겼을 때의 해결방안은,
같이사는 가족 내 각자도생 > 정부 도움 >> 친구/친지 도움.
누구도 정부가 자신의 가까이 있는 친구처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 한국인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한마디로 "가족독박 사회안전망"이다.
사회적 자본의 빈자리 때문에 객관적 경제적 현실과 주관적 인식을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져 있는 것. 한국인의 이러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인식 때문에 객관적 경제적 현실과 괴리된 경제적 처지에 대한 걱정이 많은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