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 시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발언이다. 촛불시위자의 자발성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집중 비판을 받았는데, 촛불시위 주최자의 자금원을 막으라는 지시이기도 하다.
아래 포스팅에서 K-pop에 대해 언급하니 여러 분들이 의견을 제시하는데, 이 번 탄핵 집회에서 "역조공"을 비롯한 K-Pop 기사를 보면서 제가 가지는 의문을 좀 더 정리하면 이런거다.
아래 글에서 시민운동의 빈공간 속에서 K-pop 이 자리를 차지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을 했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이명박의 발언을 빌려서 다시 질문할 수 있다. 여러차례의 탄핵 관련 집회를 열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음향시설은 공짜가 아니다. 이승환이 개런티 없이 출연하겠다고 하면서도 괜찮은 음향시설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12월 14일 오후 3시부터 열린 여의도 집회의 주최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다.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보면 이 단체는 12월 10일 전국 1,5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발족한 기구다. 그러니까 운동권 시민단체의 연합체다. 가수 이승환과의 출연협의도 아마 이 단체에서 했을 것이다. 말이 10일 발족한 기구지, 12월 4일의 여의도 집회도 이 단체가 주최했다.
달리 말하며 신뢰 하락을 겪고 있는 시민단체가 없었다면 축제와 다를 바 없었던 잘 조직된 탄핵 집회도 없었다. 그런데 K-pop의 스타들은 '비상행동'에 대한 지원을 하거나 기부를 하지는 않는다. 선결제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와 팬관리 서비스는 하지만, 집회를 주최하는 측과는 거리를 둔다. 집회 주최측으로써는 풍요 속의 빈곤을 체감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게 저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좀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
하나는 K-pop의 등장이 정치와 대중가요의 결합인지, 아니면 반정치와 대중가요의 결합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2016년 이화여대에서 등장했던 다만세는 "반정치로써의 학내 운동"과 K-pop의 결합이었다. 2024년 이화여대의 탄핵 집회는 학생회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2016년의 이대 점거 농성은 학생회를 배제하였다. 당시 이대 총학생회장은 시위의 주동자도 아니면서 주동자로 처벌받았다. 권한은 없으면서 책임(accountability)만 있었던 케이스. <정치-대의를 위한 시위-운동가요>로 이어진 연결을, <비정치-이익을 위한 시위-K-pop>으로 대치시켰다.
그런데 이 번 탄핵 시위를 보면 K-pop은 반정치 뿐만 아니라 정치와도 결합하고 있다. 결합의 내용이 변화했다.
이는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질문은 반정치로 등장한 K-pop이 정치와 결합하게되는 실제 과정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제가 가진 의심을 얘기한다면, 사회 운동 효율의 향상을 위해 시민단체에서 K-pop을 적극적으로 동원한 것 아니냐는거다. 이를 통해 반정치와 K-pop의 결합을 정치와 K-pop의 결합으로 전환시킨 것 아닌가?
이렇게 얘기하면 민중의 자율성을 무시하지 말라고 할텐데, 자율성이 없다는게 아니라, 조직의 주체가 변화하는 과정이 있다는거다. 시위를 조직하며 민중가요 외에는 고려치 않다가, K-pop을 적극 활용할 때에 시민단체에서 어떤 논의들이 있었는지? 대학에서 전반적인 운동권 문화가 쇠퇴할 때, 민중가요 순혈주의로 가지 않고, 대중가요와 결합하기로 결정할 때 고려했던 요인들. 그 때의 시민단체 내의 역학 같은 것들 말이다.
세 번째 질문은 K-pop 팬덤 조직의 의미다. 사회학자들은 다들 알텐데 예일대 Grace Kao 교수의 요즘 연구 주제가 K-pop이다. 처음에는 BTS 팬덤인 '아미'에 대한 분석이었다. '아미'가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영향을 줬다는 건데, 논문도 읽어봤다. 그런데 솔직히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모르겠더라. 미국에서는 Taylor Swift의 팬조직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연구를 하는 분들도 있다. 같은 학과 교수가 Swiftie 연구의 개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귓동냥으로만 듣고 있다.
K-pop 팬덤은 시민의 결합으로써의 의미가 있는건가? 시민의 결합이라는게 거창한게 아니다. 미국 사회 공동체를 다른 그 유명한 Putnam의 책 제목이 <Bowling Alone>이다. 동네 사람들끼리 같이 볼링치는 동호회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 한국은 이와 달리 전통적 모임인 동창회 뿐만 아니라 각종 동호회가 크게 번성했다. 심지어 달리기도 러닝크루라고 무리를 짓고 있다고? 시민단체는 쇠퇴하지만 시민사회는 촘촘한 연결망을 건설해 가고 있는건가? K-pop 팬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달리 실체적 공동체 모임이 되고 있는가? 그게 성별로 갈리나? 그렇다면 그 내부의 역학은? K-pop이 정치와 결합할 때 K-pop 팬덤도 정치와 결합하는지? 아니면 여전히 반정치가 기본이지만, 특정 국면에서 정치와 결합하기도 하는건지?
질문도 생각도 정리된건 아닌데, 이걸 본격적으로 생각하고 연구하지도 않을거고, 이 번 기회가 아니면 이런 정제되지 않은 얘기를 또 언제할까 싶어서 지금 말씀드린다.
누군가는 열심히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뭔가 좋은 설명이 있으면 알려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