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계엄사태에서 조갑제는 계엄에 대해서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최근 정치적 태도의 세대 차이, 청년층의 급진적 보수화는 조갑제의 오랜 꿈이자, 그의 기획이었다.
프레시안 기사: '국가주의자' 조갑제의 '30대 고립론' "50대가 돈의 힘으로 20대를 지배해야 한다"?
조갑제의 신동아 원본은 못찾겠는데, 2000년대 초반 당시 30대 86세대가 진보의 축으로 등장했을 때, 조갑제는 50대가 돈의 힘(즉, 경제적 유인)으로 20대를 설득/강제해서 진보적 30대를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게 보수가 다수를 차지하고 86세대를 제어할 수 있는 길이라고. 20여년전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주장이다. 청년층을 보수화시키는 기획은 최근에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고, 2000년대 초반부터 여론전을 고민하는 보수의 화두였다. 그의 이 기획은, 기획의 결과이든 그와 무관한 역사적 전개이든, 모두가 알다시피 20년후에 실제로 이루어졌다.
60년대생과 70년대생, 그리고 80년대생 초반까지는 여전히 코호트 내에서 진보적 정치 견해를 가진 비율이 높았지만, 그 이후에는 달라졌다. 이렇게 장기 코호트가 유사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다가, 그 이후 코호트에서 정치적 견해가 달라지는 것을 이철승 교수는 장기세대론으로 불렀다. 장기세대론을 이론이라고 불러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기술이 stylzed fact라면, 앞으로 상당 기간 보수적 정치 견해를 가진 코호트가 출현할 것이다.
그런데 조갑제의 기획에는 없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성별 분화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의 급진화다. 극우화된 청년 남성은 조갑제의 기획에 없던 일이다. 서부지법 난동은 조갑제에게 당혹 그 자체였겠지만, 그 당혹스러운 사건의 최초 기획자가 조갑제 본인이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동일한 코호트에서 성별 분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정확한 현상과 원인에 대해 수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여러 번 말했지만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설사 직접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이 특이한 현상이 왜 벌어졌는지 알아야하지 않겠나.
여러 말들이 있지만, 쟁점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많은 설명들이 조각화되어 있지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이 현상에 대한 일관된 설명이 아직 제안되지 않았다. 정확한 모습도 잘 모른다. 무엇이 쟁점인지, 무엇을 모르는지를 명확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개인적으로는 이 논쟁이 지난 십여년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졌던 불평등 변화와 계급 이동 논쟁, 능력주의 논쟁, 페미니즘 논쟁을 포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대를 사는 사회과학자라면 한 마디 얹지 않을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그 시대를 사는 사회과학자라면 그 효과에 대해 하나라도 연구하는게 사회적 의무로 느껴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