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인터뷰 이후 두 개의 글을 기고했는데, 비슷하면서 초점이 조금 다르다. 시사인 기고문은 2008년 이후 변화한 한국의 기회균등, 불평등, 사회이동이 어떻게 청년남성 보수, 극우화와 관련되어 있는지를 주장하는 글이고, 진보정책연구 기고문은 비슷하기는 한데, 이 변화를 용산참사, 강남역 살인사건, 인국공 논란을 통해, 왜 성별 분화가 일어났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진보정책연구 기고문은 비록 당은 다르지만 한국 사회의 보수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정당의 상황을 점검한다는 의미에서, 대부분의 언론에서 별로 보도하지 않은 권영국 지지자의 특성에 대해서도 일부 논의하였다.
시사인 기고문은 2021년 화제가 되었던 청년 남성은 상위계층일수록 자신의 것을 나누는데 인색하다는 KBS 조사 결과가 이 번 조사에서도 (정확히 같은 지표는 아니지만) 재현된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계층에 따라 보수적 경제 정책 선호가 달라지는건 청년 남성에서만 확실히 관찰되고, 청년 여성이나 중년층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시사인 기고문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계층론의 관점에서 논의한 것이다.
시사인 기고문이 어떤 의미에서 제가 이 블로그에서 주장해왔던 한국 사회 불평등과 계층 변화의 압축 요약판이라 할 수 있다. 블로그 꾸준히 보신 분들에게 새로운 얘기는 없겠지만, 요약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읽어보실만 하지 않을까 싶다.
<진보정책연구> 기고문: 청년층 정치태도의 성별 분화.
링크에 들어가서 PDF를 다운받아야 볼 수 있다. 분량 제한이 적어서 시사인 기고문보다 좀 더 길게 썼다. 정치경제적 태도의 성별 분화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권영국 관련 부분만 따면, 아래와 같다.
"21대 대선에서 권영국 지지자는 비율로 보면 청년층 여성에서 가장 높았고, 지지자의 숫자로 보면 장년층 여성이 가장 많다. 출구조사 뿐만 아니라 <시사In>-한국리서치 조사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권영국 후보에게 투표한 청년층 여성은 하위계층이 많지만, 권 후보에게 투표한 장년층 여성은 상위계층이 많다. 이러한 지지자의 계층 성향 때문에 권영국 후보 투표자는 이재명 후보 투표자보다 재분배 선호에서 상대적으로 덜 진보적이었다. 이재명 정부에서 재분배와 불평등 감소를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당위와 관련된 질문에는 권영길 지자자들이 가장 높게 동의했지만, 경제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는지 정부에게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나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 등 자신의 선택과 관련된 질문에는 권영국 지지자가 이재명 지지자보다 더 보수적이었다. 소위 말하는 “강남좌파”의 모순적 성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노동당이 지난 대선에서 계층에 기반한 핵심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중시하는 가치에 기반한 지지층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정체성 이슈에서 권영국 지지자가 이재명 지지자와 상당히 달랐던 것도 아니었다. <시사In>-한국리서치 조사 결과를 보면 “페미니즘이 학교와 직장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라는 항목에 이재명 지지자는 59%가 동의하지 않았고, 권영국 지지자는 63%가 동의하지 않았다. 동성애자에게 느끼는 100점 만점의 친근감 점수에서 이재명 지지자는 31점, 권영국 지지자는 36점이었고, 트렌스 젠더는 각각 27점, 28점으로 두 집단 모두에서 낮았다. 조선족에 대해서는 이재명 지지자가 31점, 권영국 지지자가 26점이었다. 이민자에 대해서도 이재명 지지자의 감정 온도가 권영국 지지자보다 조금 높았다. 이러한 점수들은 이준석 지지자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성소수자, 이민자에 대해 거의 모든 집단이 상당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진보정당 지지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 많이 공감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 지지 정당과 후보에 따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정온도 차이는 크지 않다. 다만 장애인에 대한 감정 온도에서 이준석 지지자는 46점인데 반해, 이재명, 권영국 지지자는 각각 58, 60점이었다. 21대 대선이 진보정당에 던진 숙제 중 하나는 근원적 가치를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 지지 확대를 위한 의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Ps. 이 논의를 종합하고 좀 더 분석해서 논문으로 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