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갈등의 축은 중첩적이다. 계급으로만 갈리는 나라는 없다. 한국도 계급갈등과 지역갈등의 두 개의 갈등축이 있었고, 여기에 민족까지 더해진다.

미국은 계급, 인종, 지역의 갈등이 뒤섞여있다. FDR이 수행한 뉴딜은 "계급+(소외 남부)지역"의 연합으로 흑인 인종을 배제한 연합이었다. 레이건의 신자유주의는 미국 민주당이 흑인 인종 배제 연합을 폐기하자 마자 그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계급+(백인)인종+남부지역"의 연합을 이루어서 만들어낸 성과였다. 오바마는 "계급+(소외)인종"의 연합이었고.

최근의 한국의 사회구조적, 인구구성의 변화는 지배 세력의 연합의 축이 "계급+(영남)지역"에서 "계급+(수도권)지역"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단순히 명박정부의 정책적, 정략적 선택을 넘어서는 사회구조적 추동력이 있어 보인다.

1. 수도권 집중이 심해지고, 영남경제가 망가졌다. 이는 산업 전반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 넘어옴에 따라 제조업 중심의 영남경제가 충격을 받고, IT, 금융, 유통 중심의 수도권이 더욱 발전했다. 어느나라에서나 이들 신산업의 발전은 지역집중과 구산업 지역의 몰락(eg, 미국의 rust belt, Skocpol의 세계도시 이론 참조)을 동반했다. 영남에 퍼줄 수 있는 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영남에서 균열이 갈 수 밖에 없다. DJ + 노의 10년 때문이라는 핑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2.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사회이동이 완성된 결과, 더 이상 도시화가 의미를 지니는 현상이 아니다. 이는 더 이상 수도권 거주자들이 고향 지역에 강한 정서적 연대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거다.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정도가 약해졌다. 고향 (지역) 정치가 수도권 정치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이 대폭 줄었다. 다른 말로 수도권 정치의 상대적 독립성이 커졌다.

3. 이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에 대해 덜 불편해하는 보수적인 호남출신 수도권 중산층이 등장했다. 한국에서 호남배제는 정치권력, 행정권력, 관리권력으로부터의 배제였지, 사회 (특히 경제) 전체에서의 배제는 아니었고, 호남인 전체의 경제적 기회로부터의 박탈은 아니었다. 수도권에 진입해 중산층이 된 이들 호남출신자의 이해관계는 자기가 현재 거주하고 몸담고 있는 지역 (즉, 수도권), 산업(즉, IT)과 일치하지 지역 균형발전에 있지 않다.

4. 진보적 의식을 가진 수도권 30-40대의 화이트칼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수도권 중"상"층과 일치되어 간다. 직업의 측면, 자산투자(집, 주식)의 측면, 자녀 교육, 문화적 욕망의 측면에서 수도권 중상층과 다르지 않고, 이들의 상당수가 수도권 내지 지방의 "중상층"의 자녀들이다. 수도권의 집값하락을 가장 걱정하는게 이들 계층이다. 중"상"층의 자녀가 아닌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는 서울이 아닌 외곽으로 밀려난 듯 하다 (강북살던 내 친구들 모두 경기도민들이다. 서울 위성도시에 사는).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수도"권"에 묶여있다.

5. 비수도권 거주민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매우 낮고, 수도권 지역과 비교해 이질적이다. 교육수준도 낮고, 직업 지위도 낮다, 연령구조도 수도권과 다르다. 지역에서 성공한 집안의 2세는 모두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지역에서 성공한 자본의 상당액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지역 엘리트 재생산 구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농촌 지역 결혼의 절반이 국제결혼이고, 태어나는 아이의 상당수가 다문화 가정이다.이질성이 더 커지고 있다. 구분짓기의 측면에서 지방사투리만큼 (오히려 더) 쉬워질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수도권 거주자와 지방거주자의 정서적 연대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6. 이런 현상의 누적적 결과로 비수도권은 수도권의 보조금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복지의존계층이 되어가고 있다. 세금 배분의 측면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관계가 점점 커진다. 수도권 빈곤층이 지방 (나름)중산층과 자원 배분을 놓고 경쟁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7. 이명박의 성공은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거치며 수도권 보수 중산층의 경제적 이익을 이해하고 , 수도권 서민층의 경제적 욕망을 이해한 결과다. 보수층 지지기반의 혁신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계급+수도권"의 새로운 연합을 창출한 정치혁신으로 보면, 그의 여러 정치적, 정책적 행보를 더 일관성있게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연합의 약점은 지나치게 계급 편향적이고, 정서적 공감대가 약하다는 점이다. 수도권 서민층의 욕망이 실현불가능하다고 여기지는 순간이 이 연합이 깨질 수 있는 시점일 것이다. 그 전, 즉, (부동산 문제든, 금융의 문제든, 두 문제의 연관이든) 수도권 발전의 지속성이 의심받기 시작하는 시점까지는 이 연합과 그에 기반한 정치세력은 상당한 탄력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명박세력의 행보를 일관성있게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적,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한다는 측면에서 그냥 가설로 한 번 써봤다. 데이타로 모두 확인한건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다만...



부록

1. 지방에서 시작해서 뭔가 바꿀려고 햇던 노전대통령의 기획, 국참당의 기획은 이런 측면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영남 기반으로 성공해야 결국은 성공한다는 믿음은 민주정부 10년동안 바뀐 사회적 구조와 관계가 뭔지 아직 전략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2. 호남 기반을 강화한다는 기획은 전남지사 등이 부른 "이비어천가"가  그 미래일 가능성이 있다. 독자적 세력이 못되고 중앙정부에서 시혜를 받아야 산다.

3. 국참당과 민주당의 치킨게임은 두 당 중 하나가 한나라당과 연대하는 것으로 마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민주당의 노통 탄핵 연대, 김영삼 통민당의 3당 합당, 노통의 대연정 등의 과거도 있다. 두 당의 경쟁에서 지는 쪽이 권력의 햇살을 보는 아이러니.

4. 박근헤의 영남기반 권력은 한나라당 내부 투쟁에서 이길 경우 상당한 노선변화를 수반할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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