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계곡님께,

정치 2011. 3. 22. 11:18
아크로에서 바람계곡님이 연일 인상적인 선거 분석을 하신데다가, 저에 대해서 꼭 집어 논평을 하셨길레, 몇 가지 코멘트를 하는게 예의인 듯 싶다. 예전부터 다른 분들에게도 한 번 쯤은 하고 싶은 얘기였는데, 멍석을 깔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린다.

우선 바람계곡님의 선거 분석부터 얘기하자면,

1.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유시민이 "호남이 지지해주지 않아서 졌다"라는 분석이 틀렸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이것도 기억하시라. 유시민이 안되는 이유로 호남출신이 그를 너무 싫어해서 찍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 지지자도 꽤 많았다는 사실을. 누군지 기억은 안나는데 연령별 지지율을 가지고 이런 주장한 분들이 있었다.

바람계곡님의 분석을 가지고 유시민으로 단일화되어도 호남비토는 없다는, 유까들만 난리지 사실 호남 사람들은 유시민 좋아한다는 증거로 삼으면 어떻게 답변하실지 궁금하다.


2.
그러면 당연히 표의 확장성으로 주제를 바꿀 것이다. 이게 굉장히 애매하다. 선거는 <상대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공간이다. 선거 결과 세부 분석을 통해 특정 인물 죽이기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하나의 선거결과는 자유도가 "1"도 아니고 "0"이기 때문.

민주"당"이 주 결정요인이고, 유시민이라는 인물의 영향력이 전혀 없다고, 혹은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주장하면, 장상의 패배가 설명이 안된다. 바로 얼마 전 구청장도 이긴 은평구에서 민주당 정통 충성파 장상이 출마했는데, 왜 그렇게 처참하게 졌나?

아마 국참당 지지자들은 천호선이면 이겼을거라고 우길거다. 설마 호남이 장상을 비토해서는 아닐테니, 다른 요인을 찾아야 하고, 비슷한 분석틀로 지방선거도 분석해서 일관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타 분석을 통해서는 유시민과 장상의 패배를 공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경향성을 발견해야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유시민 지지자들은 누구인가와 관련해서,

3.
바람계곡님(과 더불어 아마도 유시민을 혐오하는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유시민 지지자의 공통점은 영패주의자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 3월초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시민의 최대 지지기반은 수도권과 광주/전남이다 (근거는 요기). 부울경남의 지지률이 12.1%인데, 광주/전남이 15.8%이다. 서울(16.2%)이나 인천/경기(20.4%)보다는 낮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높다.

바람계곡님의 주장은 영패주의자들의 본거지가 광주/전남이라는 얘기인가? 영패주의자라는 주장에 근거해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나? 유시민 사기꾼론에 근거해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나?


4.
100번 양보해서 바람계곡님의 전제를 받아들여서 유시민 지지자들이 영패라고 치자. 그럼 이들의 성향은 민주당 보다 보수적일까, 아니면 진보적일까? 유시민 지지자를 영패라고 하면, 오히려 유시민 지지자들이 평균적으로 더 진보적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맞다. 한 번 보자.

아주 단순하게 이념 지형을 다음과 같이 나누자. 호남과 영남 모두 이 분포가 대략 비슷하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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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좌파(10%) -- 중도좌파(40%) -- 중도우파(40%) -- 극단적우파(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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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극단의 좌우파는 호남과 영남 가릴 것 없이, 자기 이념에 따라 정당을 선택할 것이다. 지역주의 성향에 따라 선택 정당이 달라질 집단은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집단.

영남에서는 중도우파가 한나라당 아닌 다른 당을 택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이념 성향에도 맞고, 자기 지역의 이익에도 맞으니까. 그렇다면 유시민과 참여당을 지지하는 집단은 중도좌파에서 대부분 유래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호남에서는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이념과 지역 이익에 부합한다. 민주당 지지자의 이념 평균은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의 중간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즉, 유시민 지지자들의 지역적 특성에 따른 선택편향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들의 특성은 현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좀 더 왼쪽에 위치할 개연성이 훨씬 높다는 것.



주구장창 유시민은 안되요라고 외치는 건, 일종의 고장난 시계 정치 분석이다. 적절한 설명이란, 대략 여러가지 상황과 맞아 떨어지고, 적어도 같은 논리로 몇가지 이슈에 일관되게 적용할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중도강화보다는 좌클릭해야 유시민이 오히려 욕을 먹고, 유시민이 경기지사선거에서 떨어졌어도 인기가 쉬 사그라들지 않고 지속되고, 20-30대에서 유시민 지지율이 박근혜에 육박하는 현상이 대략 일관된 논리로 분석될 수 있어야 한다.

바람계곡님의 분석은 그런 면에서 설득력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 

한 가지 더. 정치분석가들이 바람계곡님이 본 자료를 들여야 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하는 용기는 거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 양반들 의외(?)로 굉장히 똑똑하고 성실하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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