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통합과 관련된 진보진영의 대체적인 의견은, "아깝다"인 듯 하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버텨온게 아깝다는 것. 정치 환경도 변하고 진보의 말빨이 좀 먹히는데, 민주당에 기어들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제도학파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나로써는,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제3당을 통해, 다당제적 접근을 통해 진보를 이루겠다는 계획이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 선거는 비례대표제를 두어 다당제가 가능한 장치가 있지만, 대통령 선거에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 헌법에 명시된 것 이상으로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이 강한 우리나라의 전통에 비추어볼 때, 제도적으로 다당제를 통한 진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닫혀 있다.

국민들의 순수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가 높기 때문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로의 개헌을 통해 다당제를 막는 제도적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즉, 양당제 구도가 제도적으로 강제되고 있다.

미국은 진보정당이 제3당으로 착근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견해는(예를 들면 손호철), 국회의원 선거 제도는 다당제에 우호적이나, 대통령 선거 제도는 그렇지 않은 한국 상황에 대한 몰이해의 결과가 아닌가?

대통합 제안을 "진보정당, 민주당 갖다 바치기"로 이해하는 견해는 단견이다. 양당제가 제도적으로 강제되는 구도 하에서 다당제를 고집하는 것은 만용에 가깝다. 민주당의 진보성이 옅을 때는 이념적으로 제3당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겠지만, 정치의 전반적 좌클릭 경향이 강한 현 시점에서 거대 진보정당을 외면하고, 다당제를 고집하는 것은 아집이다.
Posted by sovide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