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미국의 부채 협상 이후 장기 불황의 공포가 커졌고, 미국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 증시도 폭락했고. 부채 한도는 올렸지만, 증세 계획은 없으면서 지출을 줄이겠다니, 안그래도 유럽에 비해 취약한 미국 복지의 축소는 불가피할 듯.

FDR이나 레이건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큰소리치던 오바마는 어디로 가 버렸는지. 오바마 자신인지 오바마 행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인지, 정확히 누가 한 소리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 대선 직후 '대불황과 같은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했던 호기는 또 어디로 가 버렸는지.

1.
오바마 행정부가 망가지고, 미국 정치가 이렇게 되어버린 원인으로 꼽는 건, 티파티. 티파티가 어떻게 나타난 단체인지에 대해서 프레시안에 좋은 기사가 실렸다.

"미국 부채 협상, 억만장자들의 쿠데타."

한 줄 요약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가 아니라 코치 형제라는 억만장자가 돈을 댄 AFP가 티파티의 배경이라는 것.

2.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 반해서 극우적인 입장을 취하는 티파티 멤버가 되는 이유는 뭘까? 미국판 서민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 이유를 설명하는 칼럼이 지난 일요일 뉴욕타임즈에 실렸다.

"Why Voters Tune Out Democrats?"

또 한 줄 요약하면, 대중들은 정부로부터 소외되어 있다고 느끼는데, 정부는 곧 민주당을 의미한다. 정부에 대한 신뢰상실이 민주당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사람들도 구체적인 정책 내용으로 들어가면 민주당이 낸 안을 더 지지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이 번 재정적자를 둘러싼 논란처럼,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회의를 불러오는 사건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더 큰 데미지를 가져온다.

3.
왜 민주당은 좀 더 화끈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것일까? 공화당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미국정치 전반이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억만장자들의 이익을 더 대변하는 이유는?

여기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Winner-take-all Politics이 제시한 "조직화된 자본"의 등장. 조직화된 노동은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쇠퇴한 반면, 조직화된 자본은 그 때 부터 등장해서 티파티의 배후로 지목된 AFP처럼 미국정치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

조직화된 자본은 공화당 후보는 극단적 경향을 띄는 티파티 멤버 같은 사람을 선거에서 후원하고, 이들이 선거에서 떨어지면 씽크탱크에서 고소득을 보장하며 고용한다.

민주당 후보는 적극적으로 후원하지는 않지만, 현직에 있는 몇 명에 대해서 재정 지원을 해주고, 이들이 자본에 불리한 법안 통과를 막는 역할을 하도록 한다. 미국 정치는 양분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일 때, 자본에 불리한 법안을 입안할려고 해도, 민주당 내부에서 몇 명만 반대하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

4.
클린턴의 정치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중산층과 서민에 유리한 정치를 펼친 것인데, 얼마 전에 소개한 좌파신자유주의 논쟁의 핵심은 조직된 자본의 힘에 휘둘리는 정치적 상황을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좌파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아이디어 없이,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되겠느냐는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통의 발언과도 닿는 부분.

미국정치든, 한국정치든, 정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조직된 힘의 문제라고 대략 정리가 될 수 있을 텐데, 문제는 누구의 힘을 조직하는가 여부. 여기에 대한 답으로 "깨어있는 시민"은 너무 모호.

미국정치에서 오바마를 당선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MoveOn이 조직했던 것도 깨어있는 시민인데, 오바마 당선 이후의 모습에서 보듯, "조직"이라고 하기에는 영향력의 지속성이 너무 떨어진다.

오바마같은 메시아가 등장하는 열전에서는 "깨어있는 시민"이 조직적으로 행동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냉전에서는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메시아가 냉전에서 홀로 맞서 싸워주면 좀 낫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지지부진해진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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