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 2

정치 2012. 6. 2. 04:00

1. 


사회사상을 전공하는 동료에게 물어봤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토론회에서 시민패널의 질문이 공산주의자나 테러리스트임을 의심하고 추궁하기 위해 정책에 대해 질문할 때, "사상의 자유에 입각해서" 답변을 거부할 수 있냐고.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더라. 너무 멍청한(extremely ridiculous) 답변인데, 정치인이 그럴리가 있냐고. 만약 그렇게 답하면 스스로 지는 답이라고 (self-defeating). 얘기하기 껄끄러운 주제는 돌려서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spinning) 그런다고. 


한국의 논쟁을 소개하고 다시 구체적으로 물었다. 답변을 거부하는 거야 자유지만, 사상의 자유를 거기에 적용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 누군가 그렇게 답변하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거라고. 


그러면서 예로 드는 것이 매카시 선풍이 불 때라도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사상의 자유를 근거로 공산주의에 대한 의견 표명, 러시아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 다음 사례. 현재 플로리다에서 쿠바에 대한 입장을 두고 쿠바출신자들이 상당히 분열되어 있는데, 한국처럼 정치적 토론에서 상대방을 카스트로 추종자로 몰아붙이기 위해 질문하지만, 이 질문을 사상의 자유를 근거로 피하지는 않는다. 


미국 정당은 내부 통일성이 약해서 사상 자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정당은 사상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의 대상으로 볼 수 없고, 정치인 개인은 모호한 (delicate) 측면이 있는데,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사상의 자유에 입각한 응답 거부는 신변의 위협이나 인신구속과 같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다. 한반도의 현재 상황을 볼 때, 정치인이 북한관련 사안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놀랍다고. 정치인에 대해 기대하는 상식에 위배된다고. 


플로리다의 반 카스트로 분위기는 한국과 비슷. 플로리다 야구팀 감독인 아지가 자신은 카스트로를 존경하고 그가 오랫동안 권력에 있기를 바란다고 타임지에 말했다가 5게임 출장정지 당하고 사과하고 생 난리를 쳤음. 이 결정에 대해 미야구협회장 버드 셀리그는 "야구는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있는 사회기관"으로써 마이애미 사회에 불쾌함을 일으키는 행위가 설 자리는 없다고 언급.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1호가 아지를 보호하지 못한 이유를 두고 논란이 있었음. 세금으로 구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 플로리다 구단의 입장에서 퍼블릭 릴레이션 유지 의무를 위반한 아지를 징계한 것. 


플로리다와 관련된 또 다른 핫이슈는 카스트로 딸의 미국 방문. 공화당은 생난리. 반카스트로 입장인 사람들도 생난리. 민주당은 카스트로 딸에게 미국 비자를 내준 오바마 행정부를 옹호했지만, 최근에 플로리다 민주당 하원의장은 오바마 비난 입장으로 선회. 설상가상으로 카스트로 딸은 오마바를 지지한다고 염장. 황당한 것은 부시도 카스트로 딸에게 비자를 2번이나 내 준 적이 있다는 것. 


대부분의 플로리타 사람들이 카스트로를 미워하고 카스트로의 딸에게 비자를 내 준 오바마를 욕하면서도, 쿠바와의 경제교류 확대는 바라고 있음. 어쨌든, 한국과 같이 통일을 과제로 삼는 특수관계는 아니나, 플로리다의 쿠바에 대한 적대심, 반쿠주의 분위기는 한국과 유사. 



2. 


독립적인 한 개의 질문이 한국농담식 사상검증인지 아닌지를 검증할 방법은 없다. 이건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다. 


정치인에게 던지는 모든 질문은 일종의 사상검증 질문이다. 질문이 적절했는지 아닌지는 질문의 맥락, 반복성, 답변의 맥락, 성실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모든 공인은 "일정정도"의 사상검증을 피할 방법이 없다. 어떤 질문이 적절했는지 아닌지, 적절한 질문이 무엇인지는 각자가 처한 지위와 위치(직무연관성)에 따라 달라진다. 


위에서도 적었듯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에게 사상과 관련하여 던질 수 없는 질문이란 없다. 정치인이란 사상의 현실적 실현을 위한 복무하는 자인데, 이 사람들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밝히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설사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일지라도 한국농담식 사상검증은 곤란하다는 어떤 합의가 있을 것이다. 그럼 한국농담식 질문이란 무엇인가? 한국농담식 사상검증은, 개별 질문이 아니라, 반복성 때문에, 그리고 정황 증거로 단정하는 오류 때문에 문제가 된다. 


소위 돌직구녀가 한국농담식 사상검증을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는 최대한 선의를 가지고 해석해도 미약하다. 공개된 TV토론에서 한 번의 질문과 한 번의 추궁 밖에 없는데, 이 작은 증거에 입각해 한 사람을 극우로 모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홍위병이라 욕먹어도 할 말이 없는 짓.  




이 논란에서 논의할 수 있는 건 1에서 언급한 정치인이 사상의 자유에 입각해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느냐 여부이지, 2에서 언급한 돌직구녀의 질문이 한국농담식 사상검증이냐가 아니다. 이상규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고, 사상의 자유라는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지 않았다. 비슷한 질문을 받은 통진당 누구도 사상의 자유에 입각해 그를 방어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 다른 정치인도 그러지 않을거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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