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렇다면 북핵, 인권, 3대세습이 공당의 정치인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이고, 공당의 대표는 적절한 답변을 내놓을 (사회적) 의무가 있는가?
여기에는 몇 가지 차원의 논란이 있다.
하나는 돌직구녀의 질문의 시작이 종북주의였는데, 3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무엇이든 그 자체로 종북주의라는 직접적 증거가 되는가이다. 답은 No. 개인의 자기 규정적 천명 이외에 누군가의 사상을 하나로 단정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간접적 증거, 방증, 정황적 증거는? 답은 Yes. 하지만 방증은 방증일 뿐.
그렇다면 시각을 조금 바꿔서 3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종북주의가 아니라는 증거로 삼을 수 있는가? 이 역시 명확하지는 않지만 답은 Yes에 가까울 것. 다른 모든 정황 증거가 맞아떨어져도, 알리바이만 있으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같과 같은 논리다.
사회과학으로 치면, 종북주의의 증거인지를 묻는 전자는 통계적 증거가 대립가설의 직접적 증거인가라는 질문이고, 종북주의가 아니라는 증거인지를 묻는 후자는 영가설을 기각할 수 있는 증거가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전자는 No지만, 후자는 Yes이다.
따라서 3대 이슈에 대한 질문은 그 자체로도 정책적 의미가 있고, 종북주의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때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다.
4.
3대 질문과 관련된 다른 이슈는 이 질문에 대해서 공당은 반드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가이다. 여기서 반드시란 법적 구속력이 아니라 사회적 기대에 대한 부응이다. 애정남으로 치자면,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지만 그렇게 안하면 욕은 바가지로 먹는 것.
정치인은 "거기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다"라는 답변을 자주 한다. 3개 질문도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인가, 아니면 그렇게 해서는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추가 질문이 따를 수 밖에 없는 영역인가?
고려해야 할 점은 북한과 한국의 특수관계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더불어 한반도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받는 나라임과 동시에, 한국의 헌법과 한국의 주요 정당이 모두 통일을 목표로 설정해둔 대상이다.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부정하고 독립국가로만 보는 입장은 개인의 자유이나 정당의 태도와 관련된 공론의 장에서 낄 공간은 없다. 북한의 중요 행위에 대해 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정당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바, 사회적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모든 행위에 대해서 입장을 밝혀야 하는가? 그건 물론 아니다. 남한과 북한의 서로의 체제를 인정한다고 합의한다. (북한은 전혀 그러고 있지 않지만) 가능한 한 상대방의 정치 행정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상대방의 모든 정치를 내부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북의 특수관계에 대한 고려 때문에 미묘한 것이 3대 세습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3대 세습은 북의 내부 정치 문제이자, 한반도 안정, 통일과 관련된 북의 중요 행위이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의견 표명을 자제할 수도, 후자의 입장에서는 적극적 의견 표명을 할 수도 있다. 한가지 기억할 것은 한국의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천명하고 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인지는 여러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나, 설사 매우 느슨하게 적용하더라도 3대 세습이 이 원칙에 현저히 위배된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돌직구녀의 북한 3대 문제에 대한 질문은 통진당 비례대표 선정의 민주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박원내대표도 민주성의 원칙에 입각해서 이석기 김재윤을 제명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3대 세습에 대한 태도란, 어떤 원칙에 따른 통일을 원하는지, 민주주의의 일반원칙에 대한 태도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북한의 헌법에 "핵보유국"을 천명하면, 서로 체제를 인정하기로 했으니 언급하지 말아야 하나? 북한 헌법의 핵보유 천명을 대내용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핵보유국이 북의 헌법에 따라 그 체제의 일부가 된다면, 서로 체제를 인정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언급하지 않는게 아니라, 서로 어떠한 군사적 도발도 하지 않기로 한 남북 합의와 국제 평화 공조의 원칙에 따라 북의 체제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북한의 행위에 대한 한국의 입장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의 행위가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과 관련된 중요 행위라면 이는 북한 내부 문제가 아니라 남한의 문제가 되고, 공당에 명확한 입장을 시민의 입장에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입장이 모호하면 지속적인 질문이 따르는게 당연하다.
[질문: 그런데 핵보유국을 헌법에 명시하는 국가가 북한 말고 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