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에 대한 규정은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대부분의 시국 선언문이 이 내용을 담고 있죠. DJ도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시국을 진단한 바 있습니다. 뭐 때문에 여러 많은 말들 중에 "민주주의 후퇴"가 지식인들 사이에 공감을 형성할까요?

민주주의는 다음의 요소를 필수 구성 요소로 합니다.
(1)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2)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3) 권력의 균형과 견제

여기에 덧붙여 국민의 뜻을 받들고, 참여를 보장하고 등등해서 숙려민주주의니 참여민주주의니 추가 의견이 있죠. 추가 의견에 대한 합의는 없지만 위 삼대 요소에 대해서는 좌우를 떠나 모두가 합의하는 내용입니다.

작년 촛불시위 때는 위 필수 구성 요소에 해당하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얘기가 없었습니다. 교수들의 시국 선언도 없었고요.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야당도, 시민단체도, 학자들도 이제 대충 "많이 묵었다 아이가" 그만 집에 가자 분위기로 정리가 되었죠. 촛불시위는 위 3대 요소가 아닌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책을 펴라>는 내용상의 이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명박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서 정당하게 권력에 오른 정부지만, 권력을 장악한 후

(a) 권력 기관을 이용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좌천시키고 검찰에 부르는 등 언론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고,

(b) 미네르바 사태에서 보듯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있습니다.

(c) 시민단체와 야당에서 신청한 거의 모든 집회를 불허하고 있고, 서울광장을 경찰차벽으로 막는 등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d)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기관 등 공정을 기해야할 권력기관들이 완전히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서 정적을 제거하는데 총동원되다 싶이 하였습니다.


인터넷을 달구는 변-진 논란과 한예종 문제는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위치지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배후에는 여러 이해의 충돌이 있을 수 있고, 그 전면에는 여러 가십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이 흐름에서 벗어난 문제로 보기는 어렵겠죠.

이처럼 민주주의의 필수 구성 요소 모두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정황들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우익 청년 모임 비슷한 단체의 발호는 이러다가 혹시 파시즘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그럴리는 없지만 혹시나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습니다. 나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경제 정책이 상당히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명박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그 시점이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있습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내년에 지방자치제 선거가 있다는 겁니다. 비록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지만 아직 살해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거라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서, 민주주의를 통해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한 노력은 광장에서 시작하지만 그 완성은 투표소라는걸 우리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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