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골목으로

정치 2009. 6. 13. 10:44
프레시안의 김중배 칼럼에서 잘 지적했듯 명박정부는 버티기 모드다. 명박정부가 버티기 모드를 진행할 수 있는 이유는 앞서도 한 번 얘기했다.

명박정부의 사회철학 외에 명박정부가 버티기 모드로 들어갈 수 있는 정치적 정황은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16일이면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정상회담 다음에는 보통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간다. 밖에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온 대통령을 욕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국민 건강과 감정은 나몰라라 하고 부시에게 아부하느라 바빠서 서둘러 우리 시장만 개방하는 등신외교를 펼치지 않는 한 그렇다.

세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아니냐는 진단은 나오고 있다. 대외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제가 안정되기 시작하면 화이트칼라의 불안감은 조금 줄어들거다.

여기에 명박정부에서 풀어제낀 엄청난 돈은 어디론가는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 돈이 부동산 광풍 등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눈꼽만치라도 자영업자에게 떡고물이 떨어질 수 있다. 부동산 광풍도 그렇게 나쁠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 광풍이 불면 강남구만 부는게 아니라, 서초, 여의도, 송파, 분당, 강북까지도 혜택을 볼 수 있다. 내년 지자체 선거의 핵심은 서울과 경기의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이다. 자기 집값 올라서 기분나빠할 서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거기다가 지금의 넘치는 에너지는 목표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여러 위험한 신호를 끊임없이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들어선 정부다. 아직 완전히 폭압적인 지배로 넘어간 것도 아니다. 6월의 미디어법 갈등이 있지만, MBC를 동아일보가 먹고, KBS2를 조선일보가 먹고, 실질적 지배권을 재벌이 가진다고 국민이 대대적으로 저항하겠는가? 시위는 많지만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없다. 명박정부의 "행태"를 바꾸라는 거지, 구체적으로 뭐를 하라든가 말라든가 이런게 없다.

더 문제는 지금 신망받는 지도부가 없다. DJ가 나선 건 지도부의 공백을 메워주기 위해서다. 민주당이 뭐 좀 해볼려고는 하지만 정세균을 얼마나 따르겠는가. 인물은 희망을 상징한다. 인물이 있어야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 아무리 박터지게 논의해도 지금 민주당 호남세력, 친노세력, 민주당 386세력이 그 차이를 극복하고 일치단결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넘치는 이 에너지를 세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광장에서 골목으로 야당의 공간이 변화 내지 확장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낳은 노사모는 호프집에서 시작했다지 않은가. 그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광장에 참여한 이들의 작은 정치 참여를 이끌어낼 조직과 모임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올 6월에 결판날 일이 아니다. 조직화에 성공해야 오래 간다.

진보개혁세력의 입장에서 예전에는 대학교 총학생회가 그 역할을 했다. 지금은 그런게 없다. 싫든 좋든 조직화의 원동력은 아직도 노사모에 있다. 노 대통령과 자신이 전생에 형제였을 거라고 말하고,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다고 얘기하는 DJ가 괜히 정치 천재겠는가. 조직의 외관이나 이름은 달라야겠지만 이 사람들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의 발전적 진화를 고대한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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