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경찰의 선거 개입은 국기 문란 사건이다.
대선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선거법 위반은, 설사 그 위반의 정도가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가 아니라도, 상당히 많은 경우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내린다. 마찬가지로 국정원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재선거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다른 선거와 달리 대선은 훨씬 더 정치적이라, 그 해결도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지속을 원하는 한, 재선거나 선거무효는 불가능하다. 민주당과 문재인도 일찌감치 여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런 일의 재발을 방치할 수는 법.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뜯어고쳐야 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지금까지 보인 작태는 국기 문란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사보타주와 물타기다.
1. 인권 물타기. 최초에 사건이 발생하자, 박근혜, 새누리당, 국정원은 합심하여 국기문란 사건을 국정원 여성의 인권 사건으로 여론을 호도하였다. 내부자의 정보 없이 도저히 알기 어려운 국정원 직원의 동선이 밝혀졌는데도 상당수가 이 물타기에 당했다.
2. 조사 결과 사보타주. 대선 토론 직후 경찰의 발표. 뭐 댓글이 없어?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하면서 들키지 않을려고 노력이라도 했지, 경찰은 대놓고 개입했다.
3. NLL 물타기. 뜬금없었다. 노무현이 정말로 NLL을 포기했다면 그나마 이해라도 한다. 그것도 아니고. 국정원이 앞장서서 비밀 정보를 공개하는, 이 보다 아스트랄한 장면을 찾기도 어려울 것. 여기에 말려들어 같이 장단을 맞춘 문재인과 민주당도 안습. NLL을 붙들고 늘어진 이유가 국정원 물타기라는걸 모르는건가? 사자가 된 노통의 명예를 <지금 당장> 지키는게 두고두고 문제가 될 국정원 정치 개입보다 중요한가?
4. 말꼬리 잡기. 귀태 발언이 고상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발언 때문에 당대표가 사과하고 원내 대변인이 사퇴할 일인가? 등신 외교, 노가리, 개잡놈 같은 쌍욕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는데? 박근혜 비판, 비난은 모두 선거 불복이라는 재갈 물리기인가? 이해찬의 "당신"이라는 표현가지고 말꼬리 잡는 것도 꼴 사납다. 이 모든 말꼬리 잡기의 효과는 국정원 이슈를 묻어두고 시간을 끄는 것.
5. 국정조사 위원 자격 물타기. 큰물타기는 아니지만 며칠은 허송세월하는데 공헌했다. 티끌모아 태산. 이렇게 며칠씩 끌면 국정조사는 어물쩡 넘어 간다.
6. 전두환 물타기? 전두환 재산 압수가 잘하는 일이기는 하나, 크게 의미있는 일도 아니다. 전두환이 김영삼 시절에 해체한 하나회라도 되나? 하겠다는 복지는 안하고, 바꿔야할 국정원은 뭉개고, 전두환 때려잡기? 의도했던 안했던, 전두환 때려잡기의 가장 큰 효과는 아마도 물타기.
또 뭐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