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차게 얘기하지만, 이제는 국정원과 군의 선거개입이 된, 정부 기관의 선거 개입은 국기 문란 사건이다.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헌법위반 사건이다.
NLL을 이슈화하고, 노무현을 불러내고, 채동욱을 자르고, 전교조를 불법화하는 등의 정치기술로 뭉개서 넘어갈 사건이 아니다. 박근혜의 높은 지지도가 일단은 방패막이 되겠지만, 지지도가 영원한 방패막은 아니다.
전두환도 인기는 좋았다. 1987년에 전두환은 노태우가 자기 반만큼만의 인기가 있어도 대통령 직접 선거를 부담없이 받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인기도 있었고 구국의 결단이라며 칭송받던 전두환의 쿠데타가 지금은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돌이켜 보라. 처음에는 검찰마저도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기소를 거부했지만, 결국 죄를 저지른지 17년만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촛불시위가 한창이고,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고 할 때, 최장집 교수가 이런 얘기를 했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고, 선거에 의한 평가와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없다. 달리
얘기해 국가기관이 선거 과정에 개입해 선거에 의한 평가와 정권 교체를 방해하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 논리를 적용해서 박근혜 정권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라고 확신할 수 없을까?
국정원과 군의 선거개입은 박근혜 정권의 정당성에 두고두고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지금은 정권 초기고 박근혜의 지지도가 높아 정치적으로 뭉갤 수 있을지 몰라도, 박근혜 정권은 그 창출과정이 정당했는지 계속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ps. 당선소송의 법적 기일이 지났으니 법적으로 위협받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정통성이 의문이 제기되는 정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서슬이 퍼른 정권 초기에도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정권의 힘이 빠지는 중간기 이후에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불행히도 정책적 측면에서 박근혜 정권은 시작부터 식물정권으로 판명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