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기사


요즘 미국 사회과학계에서 연구의 진실성 때문에 난리(Alice Goffman, 몇 년 전의 Mark Regnerus)인데, 그 중 하나가 가가호호 방문해서 논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했더니 동성 결혼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UCLA 정치학과 대학원생 마이클 라쿠어의 연구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사람들의 의견을 바꾸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기존 연구와는 너무나 다른 획기적인 결과라 사이언스에 실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연구는 모두 사기. 가가호호 방문해서 대화를 시도한 적도 없고, 그에 대한 추적 연구를 한 적도 없다. 데이타 조작이라는 소리다.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태도를 바꾸었다는 스토리는 뻥. 


여기서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미국에서 2009년 이후 동성결혼에 대한 찬성 여론이 갑자기 높아졌는가이다. 2009년만 해도 40% 찬성, 56% 반대로 2004년 (42% 찬성)와 차이가 없는데, 이후 동성결혼 찬성이 꾸준히 증가하여 지금은 60%가 찬성한다. 반대는 37%에 불과하다. 


더욱이 그 이전에는 동성결혼 찬성이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꾸준히 늘었지만 공화당 지지자는 변화가 없었는데 2009년 이후에는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도 동성결혼 찬성 비율이 늘었다. 정치적 성향에 관계없이 의견이 변한 것. 


동성결혼이라는 매우 민감한 주제에 5년 만에 찬반의 비율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코노미스트에서 제시하는 이유는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승리다. 일부 이슈에서는 오바마 승리 이후에도 극우가 공화당 내 의견을 이끌었지만 오바마의 대선 승리는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공화당원들에게 심어줬고 그들이 의견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교훈은 토론과 논쟁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치적 변화는 그룹 전체의 자각과 반성을 이끌고 그룹 전체의 의견이 바뀌는 일이 벌어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꿔서 선거에서 이기는게 아니고, 선거에서 이겨야 비로소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 진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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