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와 젊은 여성의 비율로 소멸 위기 지자체를 분석한 기사. 인터넷에서 여러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듯 하다.
기사에서는 소멸 위기 지자체가 급증하는 이유로 젊은 여성이 수도권으로 이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근거가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전국의 20-39세 여성 감소율 대비 수도권의 감소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거 믿어야 하나?
나는 데이타를 실제로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하겠다. 수도권과 지방의 20-39세 여성 감소율의 격차는 젊은 여성의 이주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미 지방의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형을 띠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젊은층, 특히 여성이 지방을 떠나기 때문이 아니라, 10대의 비율이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크게 낮아서 고령화와 더불어 젊은층 인구의 비중이 지방에서 수도권보다 더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2005년과 2015년의 차이는 "이주" 때문이 아니라 "고령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사 현재 지방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이 지방을 떠나지 않아도, 인구 구조 때문에 이 현상은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고령화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수도권과 부산/울산/포항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이 조만간 짙은 색으로 바뀔 것이다. 지방거주자의 이주 방지 대책이 아니라, 현재 수도권에 살고 있는 젊은층을 유입할 수 있는 획기적 유인 요인이 없으면 지자체 소멸은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사용된 자료가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란 것을 알만한 분들은 눈치채셨을 것이다. 기초단체별 성/연령이 전부다. 아마 위 기사는 Raw data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통계청에서 발간한 2차 자료를 분석했을 것이다.
얼마난 많은 젊은층이 지방을 떠나는지, 어떤 젊은층이 떠나는지는,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는지, 인구총조사 자료의 5년 전 거주지와 현재 거주지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공개되는 인구총조사 자료에는 읍면구별 현거주지 변수도 없고, 5년전 거주지의 읍면구는 고사하고 시도별 변수도 없다. 현 거주지가 5년전 거주지와 일치하는가 여부만 공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역 이동을 연구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정보 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 분들에게 이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그럴 수 없다고 얘기한다. coefficient of variation이 높으면 공개할 수 없다는 황당한 논리도 구사한다. 환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고 압력을 넣어야 하는데, 이런 데이타를 요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지방에 실제로 관심있는 사람은 사실 별로 없다. 연구하는 사람도 없고. 정치적 관심만 높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