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총선의 이슈 중의 하나가 야권의 호남홀대론이었다. 그 대안으로 호남출신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과연 출신지역 대통령을 뽑아서 지역 발전을 꾀한다는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할까? 





아래 표는 정권별 5년간 지역 총생산 증가율을 보여준다. 


지역별 1인당 소득으로 지역차별에 대해 얘기하면, 꼭 나오는 얘기가 지역별 인구 변화 및 지역총생산량(GRDP)이다. 그럼 실제로 지역 총생산량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지역 출신 인사가 대통령이 되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노무현 정권은 호남을 홀대했고, 영남 정권은 영남 발전을 밀어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표를 보면 알겠지만, 정치적 토론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내용과 지역 발전의 실제 동향은 일치하지 않는다.  



표: 정권별 지역총생산 (GRDP) 증가율 (2005년 고정가격 기준 비교).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25 years

전국

54%

39%

22%

24%

17%

278%

수도권

60%

36%

24%

24%

18%

297%

충청

63%

43%

21%

42%

30%

423%

전북

42%

43%

6%

21%

13%

192%

전남

58%

44%

13%

14%

13%

232%

경북

40%

38%

19%

26%

5%

206%

경남

50%

42%

30%

18%

14%

271%

기타

33%

36%

11%

18%

11%

162%


자료 원소스: 국가통계포털




우선 가장 핫한 이슈인 호남홀대론 부터. 


노무현 정권 당시 가장 지역총생산 증가율이 낮은 지방은 전남(14%)이다. 전남에서 친노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것은 근거가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하에서 전남 다음으로 증가율이 낮은 지방은 경남(18%)이다. 노무현 정권이 전남을 홀대한건 맞는데, 영남, 특히 경남을 밀어준 건 아니다.  


모든 정권을 통틀어 호남홀대가 가장 심했던 시기는 김대중 정권이다.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전북(6%)과 전남(13%)이 전국에서 기타 지역을 제외하고 가장 지역총생산 증가율이 낮다. 


민주화 이후 5대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호남의 지역생산 증가율이 영남보다 뒤졌던 시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뿐이다. 노태우 (호남 53% vs 영남 46%), 김영삼 (44% vs 40%), 이명박 (13% vs 11%) 정권 하에서 호남의 지역생산 증가율은 크지는 않지만 영남보다 높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에서 호남은 16%, 영남은 21%로 영남이 5%포인트 높다. 김대중 정권에서 호남의 증가율은 11%, 영남은 26%로 영남의 증가율이 15%포인트, 비율로 따져 2배 이상 높다. 호남대비 영남의 헤택이 가장 컸던 시기가 김대중 정권이다. 


어쨌든 호남은 민주정권 10년동안 타 지역에 비해 발전이 지체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전남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기간 모두 지역생산 증가율이 낮다. 다만 그 책임을 친노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호남의 지역발전이 가장 지체되었던 것은 김대중 정권 시기다. 




그럼 영남 정권은 영남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을까?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 가장 홀대받은 지역은 이명박 대통령의 출신 지역인 경북(5%)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에도 기타 지역을 제외하고 경북(40%)의 지역생산 증가율이 가장 낮다. 전남(58%)보다 무려 18%포인트 낮다. 


마찬가지로 부산 출신인 김영삼, 노무현 정권 기간 동안 경남의 발전이 타 지역보다 높지 않다. 노무현 정권 기간 동안 경남 발전은 지체되었다. 김영삼 정권 기간 동안은 전국적으로 고른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이 시기 동안 경남의 발전 정도는 전남북과 다르지 않다. 


위 표의 7개 지역 중 각 대통령 재임기간 중 출신지역의 지역 총생산 증가율의 순위는 아래와 같다.   


노태우 (경북) - 6위 

김영삼 (경남) - 4위

김대중 (전남) - 5위

노무현 (경남) - 6위

이명박 (경북) - 7위


보다시피 대통령의 출신지역은 지역발전에 오히려 방해가 되어 왔다. 온갖 지역선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민주화 이후 (아직 임기가 남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보다는 타지역을 더 챙긴 것으로 보인다. 





그럼 정권에 따라 지역발전이 가장 크게 이루어진 곳은 어디일까? 아래는 각 정권별 지역 발전 1-2위 지역이다. 


노태우 - 충청, 수도권 

김영삼 - 전남, 충청

김대중 - 경남, 수도권

노무현 - 충청, 경북

이명박 - 충청, 수도권


정권의 변화에 따라 지역발전에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충청이다. 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노무현 정권에서 충청도는 타지역과 비교도 안되게 생산이 증가한다. 이 생산 증가는 이명박 정권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 내내 충청의 지역생산 증가율은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1987년에서 2012년까지 25년간의 발전 정도를 보면 충청이 압도적으로 높고 (423%), 다음이 수도권 (297%), 그 다음이 경남 (271%)다. <수도권 - 충청 - 경남>으로 이어지는 유구한 지역 발전 체제다. 전북(192%)과 전남(232%)은 경북(206%)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원/제주 (162%)는 영원한 소외지역이고. 






결론적으로 민주화 이후 5명대통령의 출신 지역과 지역발전은 부정적 상관을 보인다. 동향 출신의 대통령을 배출해서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프로젝트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교차 투표로 발전한 충청도의 사례를 모방할 수도 있지만, 민주화 이후 충청도는 항상 지역발전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충청도의 정치적 유연성이 도움이 되었지만, 그보다는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이 더 크다. 타 지역에서 충청의 모델을 카피하기는 용이치 않다. 


야당이 호남의 지원을 바탕으로 차기 정권을 차지하고 호남, 특히 전남지역에 경제적 자원이 많이 분배된다면, 이는 민주화 이후 정치적 지지를 바탕으로 지역의 경제적 이득을 취한 (아직 자료가 제대로 없는 박근혜 정권을 제외한)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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