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레이스가 타이트하다고 보도하지만 미국에서 내가 접촉하는 지식 사회는 설마 그래도 힐러리 클린턴이 되겠지 하는 분위기. 


지난 2012년 오바마 대선 때는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안절부절했는데 올해는 그런 경향이 훨씬 적음. 


그 이유는 2012년 대선 때는 Nate Silver 같은 사람들이 제시해 준 여론조사의 결과"들"의 가중 평균/시뮬레이션을 통한 당선 확률 예측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확히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 개념이 뭔지 대충 이해하고 있음. 더욱이 2012년에 워낙 새끈하고 정확하게 맞추었기 때문에 이 번에도 그럴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비록 몇 개의 개별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가 이긴다고 나와도,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들의 가중 평균에 기반한 예측들이 한결같이 클린턴이 이긴다고 예측하기에, 이를 신뢰하는 지식인들은 힐러리가 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나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FBI의 이메일 재조사 파문 이후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FiveThirtyEight에서는 10%대로 떨어졌던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33%로 치솟았는데, NYT의 Upshot이나 프린스터대의 Sam Wang등은 여전히 트럼프이 확률은 10% 초반내지 단지 0.5%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 Sam Wang의 예측 사이트는 클린턴 당선확률을 반올림하니 100%라고 보여주고 있음. 


누가 맞는걸까? 





대부분의 서베이 기반 선거예측 사이트에서 클린턴의 승리를 점치고 있기에 실제로 클린턴이 승리하면 누가 맞았는지 검증하기 까다로움. 각 주별 결과에 대한 예측이 달라지면 그에 근거해 정확도를 논할 수 있을 것. 


현재 FiveThirtyEight은 플로리다, 네바다, 노쓰 캐롤라이나가 트럼프 지지로 예측하는데, Upshot과 Sam Wang등은 클린턴 지지로 예측.


이렇게 예측이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에 조사 결과가 있는 전국 조사와 일부 주의 판세를 최근 조사 결과가 없는 주의 결과와 연동시키느냐 아니냐에 달려있음. FBI의 이메일 재조사 파동이 있은 후 전국 판세와 플로리다 등 일부 지역의 판세에 대한 조사 결과는 쏟아졌지만, 미시간 등의 조사 결과는 많지 않음. 


FiveThirtyEight은 전국 판세가 변하면 미시건 같은 곳의 판세도 같이 이동하는 것으로 가정하는데, 다른 조사는 이를 반영하지 않거나 반영 정도가 낮음. 


전국 지지율에서는 트럼프가 이겨도 선거인단에서는 클린턴이 이긴다는 얘기도 이렇게 개별 주의 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 





이 번 미국 대선의 특징 중 하나가 인구 그룹에 따른 지지 후보의 양극화 현상이 커졌다는 것. 인구 그룹에 따라 정치적 견해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임. 저학력 백인의 극렬한 트럼프 지지가 대표적 현상. 이런 상황에서는 전국 조사와 개별 주의 조사가 서로 독립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Nate Silver의 FiveThirtyEight에서 채택하고 있는 가정이 더 현실성 있고 "정상적"이라고 생각함. 지역별 격차가 상당히 있지만 어쨌든 미국은 한 개의 정치체이고 지역 내부의 통시적 변화는 전 지역에 걸쳐 대략 유사한 방향을 띄는게 일반적이고 정상적. 


더욱이 이 시점에서 지지율 변화는 부동층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이 변화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방향이 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크다고 생각함. 인구집단별 지지 후보 양극화는 이미 조사에 다 반영되었음. 지금의 변화는 부동층의 변화이고 부동층의 성향이 비슷하다면 변화 방향도 비슷할 것. 





어쨌든 최근의 전국 결과는 FBI Comey국장의 email 스캔달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것. 스캔달 직후에는 요동쳤지만 그 후 구체적 내용이 없어서 여론이 안정화되는 추세로 보임. 오늘 내일 지속적인 당선 확률 하락이 있지 않으면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 하지만 하락이 지속되거나 FBI에서 그럴듯한 내용을 제시하는 등 새로운 폭탄이 터지면 클린턴의 승리가 안전한 것은 아님. 


시카고 컵스가 1승3패로 뒤질 때 3연승을 기록하여 월드시리즈 우승할 확률이 FiveThirtyEight가 제시하는 현재 트럼프의 승리 확률보다 낮았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컵스가 승리하였음.  


참고로 Obama-Romney 때는 10월중순 이후 오바마와 롬니의 당선 확률 격차가 계속 확대되었지 줄어든 적이 없음. 2012년 이맘 때 쯤에는 오바마 당선 확률이 85% 정도. 선거 직전에는 90%로 상승. 지금은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10월25일 이후 급격히 축소하고 있는 상황. 


Sam Wang등의 예측보다는 Nate Silver의 예측을 주로 보며 쪼리는 맛을 즐기고 있다는게 결론. 다음 주 화요일 밤에 숙면을 취하기는 다 틀렸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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