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사: 개헌연대, 반문재인연대


많은 정치인들이 원하고, 정치는 생물이니 안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개헌 정국이 펼쳐지고 개헌에 성공할지는 의심스러움. 


개헌이 필요하다는 논리의 기본은 제왕적 대통령제도인데 우리나라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을 용인하는지는 잘 모르겠음. 그 보다는 공천 방식 등의 정당 운영 원리나 여의도 정치를 무시하는 정치 문화, 박정희-전두환을 거치며 형성된 독재 통치의 잔재에 의해 제왕적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라면, 4년 중임제 개헌은 설득력이 없음. 4년 중임제 개헌의 요지는 단임대통령이 레임덕 없이 제대로 일하는 기간이 1-2년 밖에 안되어서 정책적 일관성과 효율성, 안정성이 떨어지니 이를 바꾸자는 것. 능력 없는 대통령은 4년 만에 갈아치우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은 8년의 통치 기간을 주자는 것임.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인데 그 기간을 8년으로 늘리자는게 설득력이 있음? 4년 중임제는 레임덕 기간을 줄여 국정안정화를 취하자는 주장임.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라면 논점은 단임이냐 4년 중임이냐가 아니라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 의회의 작동방식에 대한 것임.





반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는 여소야대로 인해 초래되는 국정 비효율성을 낮추자는 주장임. 


일반적으로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비교할 때 효율성에서 후자에 비해 전자가 떨어지는 것으로 봄. 내각제에서는 행정부와 의회권력이 일치해서 효율성이 높은데, 대통령제 하에서는 견제와 균형이 우선이라 여소야대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독재자들이 대통령제를 악용해서 왕정처럼 바꾸어서 그렇지 권력의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대통령제가 제도적으로 집중도가 낮음. 


내각제는 의회 다수당(내지는 연합)이 행정권력을 쥐고 국정을 책임지는 제도. 견제와 균형보다는 책임성이 더 강한 제도임. 내각제로 바꾸면 권력 분산이 더 잘된다는 보장은 없음. 당이나 수상이 공천권을 쥐고 휘두르면 의회는 내각의 꼭두각시 노릇만 할 것.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할려면 의회권력 형성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데 이게 단기간에 합의가 될지...  





한국에서 내각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주류 언론이 여의도 정당 정치를 끊임없이 폄훼한 결과 국민들의 국회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모든 공공 제도/기관 중 국회가 신뢰도 꼴찌임. 조선등이  맨날 여의도 욕해서 정치 불신감을 키워놓고 이제와서 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그게 먹히겠음? 


행정부 신뢰도도 높지 않다고 강변할텐데,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정부기관 중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항상 1위였음. 심지어 세월호 직후에도 그랬음. 한국 행정 권력의 추진력이 여기서 나오는 것임.


대통령제에서는 국가 지도자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만 내각제에서는 정당 인사이더 중에서 뽑는데, 한국에서 "내부자"에 대한 신뢰가 어떤지는 두 말 하면 잔소리. 이렇게 해서 정부 행정을 추진할 국민적 지지와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음? 


현재의 촛불시위와 박근혜에 대한 지지 철회는 대통령제도에 대한 지지철회라기 보다는 박근혜 개인의 문제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상당함. 





마지막으로 대통령제가 해방 이후 지속된 정치체제인데, 이걸 짦은 시기에, 헌정 중단 사태 없이 바꿀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해도 기존 헌정 체제 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임. 유혈 사태의 결과 같은 것이 아님. 여러 번 말하지만 제도의 외부 이식은 매우 어려움.


87년 이후 모든 대통령이 불행하게 임기를 마쳤다고 하지만, 헌정 중단의 정변도, 체제 중단의 위기도 없었음. IMF로 인한 경제 붕괴 위기가 1번 있었지만 대통령 권력 교체로 문제를 해결하였음. 6명의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선출했고, 권력 이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 대선 불복으로 인한 유혈 사태 같은 것이 전혀 없었음. 


내부에서 보면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정치 체제로써 꽤 안정적임. 이 정도의 안정적 정치 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가 통치 체제를 대통령제에서 의회제도로 바꾸는 커다란 정치 실험을 한 경우가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있는지? 과문해서인지 들어본적이 없음. 개헌을 하더라도 일부 수정에 그치지 않을까? 


한국이 워낙 역동적인 사회라 권력 구조를 바꾸는 실험을 한다면 아마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모두 이룬 국가 중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혹시 내가 모르는 사례가 있으면 좀 알려주시기 바람. 

Posted by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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